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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배려는 ‘더불어사는’ 지혜

보행 약자 배려한 보도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서울시는 앞으로 신설되는 모든 보도에서 폭 2m 이상을 어떠한 시설물도 설치되지 않는 보행안전구역(무장애공간)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시의 `장애없는 보도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행안전구역은 경고용 띠나 녹지로 구분되며, 분전함과 벤치, 공중전화 등 각종 가로시설물은 보행안전구역 바깥의 별도 구역(장애물구역)에만 설치된다. 시는 또 시각장애인을 배려해 황색계열의 점자블럭을 차량.장애물 위험 예상구간에 이전보다 강화해 설치키로 했다. 지체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설치된 횡단보도와 차도간 경사턱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을 분리해 설치하고 경사턱은 보다 완만하게 만들 예정이다. 사진은 보행안전구역이 경고용 띠나 녹지로 구분된 모습. 2009.8.26 gatsby@yna.co.kr

장애인.이주민 등에 대한 차별 거둬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열린 마음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로봇 다리’로 잘 알려진 장애인 수영선수 김세진(13) 군은 두 다리가 온전치 않고 오른손은 손가락이 두 개밖에 없는 선천성 무형성 장애아로 태어났다.

언론을 통해 사연이 많이 알려져서인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지금은 오라는 학교가 많지만, 초등학교 때는 4곳을 옮겨다녔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아이가 학교에서 잘못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했고, 그마저도 입학 며칠 뒤 다른 학부모들의 반대로 전학을 가야 했습니다”

세진이 어머니 양정숙(42) 씨는 “수영장에서도 ‘징그럽다’, `더럽다’, `재수없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이제 더 울 힘도 없다”며 “다른 사람이 우리 같은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임신 4개월째인 김미진(30. 가명) 씨는 며칠 전 지하철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야 했던 김씨가 노약자석에 앉자 옆에 있던 할아버지 두 명이 “젊은 여자가 노약자석에 앉는다”며 나무랐던 것.

김씨는 “임신 중이라 몸이 힘들다”고 말했지만, 노인들은 김씨 배를 유심히 바라보며 “우리 땐 논.밭에서 일하다 아이를 낳기도 했다. 임신한 게 유세할 일도 아니다”며 비아냥 거렸다.

김씨는 “몸도 힘든데 어른들과 싸우기 싫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면서 “병원에서 더 조심해야 할 때라고 했는데 부모님 또래 어른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답답했다”라고 말했다.

한 사회의 품격을 평가하는데 여러 기준이 있지만, 배려 문화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 외모가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낯선 이주민, 어린이, 노인, 임산부 등 약자에 대한 배려는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배려는 개인의 인격과 가벼운 일상의 문제일 수 있지만 사회의 깊은 곳에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며 “강자와 약자를 떠나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인간의 도리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 거두자

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와 생활할 때 가장 불편한 것은 무엇일까.

소아마비 1급 지체 장애인인 아동문학가 고정욱(50) 씨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이라고 답했다. 그는 “장애인을 자신과 다른 존재로 구분하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불편하고, 장애인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물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길에 점자블록을 깔고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천적 장애가 없더라도 모든 사람은 언제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모습은 곧 내 모습일 수 있다는 걸 알고 불편한 시선을 거두자는 것이다.

서울 메트로 `교통약자 보호석’ 설치 (자료사진)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목표로 일하는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상임이사는 “얼마 전 서울 종로에 있는 재단 치과에 한 장애인이 경남 창원에서 새벽 5시 첫차를 타고 올라왔다. 지역의 치과 몇 군 데서 치료를 거절당해 서울까지 찾아왔던 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치료도 아니었고 간단한 신경 치료만 받으면 됐는데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으셨더라”라고 덧붙였다.

백 이사는 “지역 병원에서 장애인 치료 경험이 적어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수 있고, 저 사람이 치료비는 있을까라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런 설명이 없던 점으로 미뤄 다른 환자들에게 거부감을 줄까 봐 꺼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려하는 습관은 한 순간에 생기는 게 아니다”며 “어렸을 때부터 놀이방이나 유치원에서 장애 아동과 같이 어울리는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확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민에 대한 편견 버려야

법무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115만여 명의 외국인 체류자가 살고 있다. 많이 개선됐다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이주민의 인권신장과 복지를 위한 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의 대표 김해성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이 일하는 공장에서 반말은 기본이고 욕설에 폭언을 일삼는 곳이 아직 많이 있다”라고 전했다.

우리 사회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에겐 친절하고 관대하면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서 온 외국인은 무시하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김 목사는 “피부색이 검은 외국인들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자기 옆엔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며 ‘나한테 검은 게 묻을까 봐 그러는 거냐’고 묻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외국인들이 더 많이 들어올 텐데, 지금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면서 “단일민족주의를 극복하고 생활 속에서 피부로 느끼는 작은 부분부터 배려하는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