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만든 작은 변화 “장애·비장애인 함께하는 세상 만들어요”

[함께 만드는 세상]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만든 작은 변화
“장애·비장애인 함께하는 세상 만들어요”

2018-06-21

푸르메 재단 ‘행복한 베이커리’
19~34세 발달장애인 12명 고용

“처음에는 말수도 적고 표현도 서툴지만 카페에서 함께 일하며 발달장애인 친구들의 얼굴도 한결 밝아집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의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서 만난 푸르메 재단 한경수 팀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바리스타로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카페다. 이날 카페라떼 한 잔 주문을 받은 뒤 음료를 제조하고 내놓는 과정에는 그 어떤 불편함도 특이함도 없었다. 흔히 주변의 동네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이었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푸르메 재단과 서울시, SPC, 사회적 기업 소울베이커리가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일자리를 위해 뜻을 모아 설립했다. 2012년 9월 서울 신교동에 연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서초구청 7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이 중 1호점인 종로푸르메 센터점, 서울도서관점 등 5개 지점은 푸르메 재단이 직접 운영한다.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위해 각 기관은 두 팔을 걷어붙였다. 푸르메 재단은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고, SPC는 개설비용을 지원한다. 소울베이커리는 제품 생산을, 서울시는 시청이나 구청 등의 입점 장소를 제공한다.

푸르메 재단의 5개 직영점은 현재 19~ 34살의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12명을 고용했다. 이들의 적응을 돕고 매장 전반을 관리하는 비장애인 직원도 함께 일한다.

행복한 베이커리 서울도서관점에서 일하는 서진욱씨가 주문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행복한 베이커리 서울도서관점에서 일하는 서진욱씨가 주문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발달장애인들이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음료 제조와 서비스 교육을 통과해야 한다. 소정의 과정과 3개월의 실습 기간을 통과한 이들은 매장에서 바리스타로 일할 기회를 얻는다. 한 팀장은 “발달장애인은 카페에서 일하기 위한 사칙연산이나 계량, 사람과의 대면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면서도 “일을 하게 된 발달장애인들과 가족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어려움도 있다. 음료 제조가 비장애인에 비해 느리고, 고객 응대가 서툰 경우가 드물게 있는데 일부 고객들은 재단이나 관리자에게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객들은 발달 장애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이날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종로 푸르메 박은정(40)씨는 “동네에 있는 조용한 카페라 종종 방문하는데 불편함을 전혀 못 느낀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주변에서 일한다면 아이들의 장애 인식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매장을 올해 말까지 10개로 늘리고 20명의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팀장은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노력뿐 아니라 그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시간도 필요하다”면서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당당히 자신의 역할을 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22734052#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