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_살맛나는 현실적인 행복론...지원의 꿈, 적성 그리고 홍익정신

[명사에게 행복을 듣다]살맛나는 현실적인 행복론…강지원의 꿈, 적성 그리고 홍익정신

레이디경향 2012년 7월호

‘뒤센의 미소’를 보았다. 몇 년 전에 유행했었는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오래된 감색 양복과 봉사적 삶을 위해 자가용을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실천적인 용기도 교훈적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해주었던 그 미소는 진정 부러웠다. 거짓인 아닌 진실한 웃음으로 진짜 행복한 사람만이 짓는다는 그 미소 말이다.

행복은 습관이다
“10여 년 전인가, 어떤 여성이 전화를 했어요. 자살하기 전에 TV에 나온 그 아저씨하고 얘기를 해보고 죽겠다고 전화를 한 거예요. 급한 일이 있었는데도 그 양반하고 한두 시간 대화를 했어요. 공감도 해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하니까 나중에 죽지 않겠다고 해요. 그리고 전화를 끊고는 연락이 없어요. 죽어서 연락이 없는 건지, 생각이 바뀐 건지…. 아무튼 그 이후로 제가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버렸잖아요. 지금도 저 때문에 안 죽고 사는 사람 여럿 있어요(웃음).”

최근 자살 예방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많은 애를 썼다던 강지원 변호사(63)는 자살이 순간적인 감정적 충동으로 일어나고, 누군가 당사자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현실에서 자살을 막고자 다양한 활동을 이끌고 있는 그는 말뿐이 아닌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행복하다는 게 무엇이냐에 대해서 다들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대다수가 목적한 일이 달성됐을 때, 예를 들어 대학에 합격했을 때, 취직을 했을 때, 드디어 집 한 채를 마련했을 때 행복하다고 해요. 하지만 과연 그것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어요. 저는 그런 것을 행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믿습니다. 행복이라 하더라도 일시적인 행복이라고 봐요. 어떤 의미에서는 쾌감에 가까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 연구에 의하면, 로또에 당첨된 사람도 그 행복이라는 것이 1년밖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경우도 많다. 진정한 행복이라면 지속 가능한 것이어야만 한다.

“제가 생각하기에 행복이라는 것은 우리가 늘 얘기하듯이 Here and Now(여기 그리고 지금), 순간순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옳은, 참된 행복인 것입니다. 또 항상 행복한 것이 좋지요.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행복은 습관’입니다. 지금 행복해야 다음 순간에도 행복하고,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고, 그 다음이 또 행복하지요. 그런 걸 행복이라고 해야죠. 우리가 성취를 했을 때, 획득하거나 소유하게 됐을 때 느끼는 기분 좋음은 단편적인 게 아닐까요. 그것이 오히려 행복의 위험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실패하면 처참해지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면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행복은 어떤 삶을 지향하느냐에 달렸다. ‘성취주의자’들은 미래의 목적 달성을 위해 모든 것을 참고 산다. 현실이 팍팍하다. 반면 ‘쾌락주의자’에게 미래란 없다. 지금만 행복하면 된다. 미래가 뻔하다. 물론 가장 나쁜 것은 현실도 불만이고 미래도 막막한 경우이겠고, 가장 이상적인 것은 현실에서도 행복하고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는 균형적인 삶이다. 그는 지나치게 성취주의에 물들어 있는 우리 사회의 균형을 위해 ‘Here and Now’를 강조했다.

행복하기 위해 사과나무를 심는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도 세계 10위권 국가고, 민주화도 달성했잖아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국가인데, 왜 자살률은 세계 1등을 하는가? 그런 의문을 가질 수 있지요. 그러면 부탄이나 방글라데시처럼 아주 가난한데 행복 지수는 높은 나라, 그 나라가 바람직하냐? 전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돈이 너무 없어서 태어나자마자 병원에도 못 가고 죽어가는 애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부유한데도 행복 지수는 밑바닥이에요. 저는 그래서 강연에서 하는 말이 ‘우리가 물질적 성공도 했지만, 심리적 성공도 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하면 물질적 성공과 심리적 성공을 다 이루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저는 우리 국민이 꿈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책에 꿈 얘기를 써놨는데, 다들 꿈 이야기를 하면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해요. 대학 입학하는 거, 집 한 채 사는 거, 시집·장가가는 거, 취직하는 거… 이런 걸 꿈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도 꿈은 꿈입니다. 그러나 단면적 꿈이자, 더 큰 꿈을 위한 단계적 꿈이죠. 혹은 중간적 꿈이라고 할 수 있지요. 궁극적인 꿈이 무엇이냐? 바로 ‘행복’입니다. 그것도 바로 이 순간의 행복이지요. 지금 박사님하고 만난 이 순간에 우리 즐겁고 행복하자고요! 둘 다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알아요?(웃음)”

그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에는 ‘오늘 열심히 살자’라는 뜻만이 아니라 행복해야 나무를 심고, 나무를 심으면 행복하니까 ‘오늘 행복해야 한다’라는 뜻도 들어 있다고 해석했다. 그런 그는 어떤 때 가장 행복할까?

“‘지금 이 순간, 순간마다 행복하려고 한다.’ 그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삶은 고해라는 말이 있지요. 그게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원죄, 불교식으로 하면 업보라고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통스러울 때 고통스러워하면 삶의 가치가 없는 거지요. 그 고통을 긍정적으로 또 행복하게 바꾸는 거기에 삶의 가치가 있지요. 힘든 순간일수록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어려운 얘기죠. 내가 행복하게 받아들이면 그것이 곧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크릿」(수세기 동안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던 부와 성공의 비밀을 담았다는 론다 번의 저서) 같은 이야기지요.”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행복도 행복이지만, 불행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했다. 시험 점수가 나쁘게 나왔다거나 애인으로부터 딱지를 맞았을 때는 상처를 받게 마련이다. 이런 상처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상처는 분노를 만들고 분노는 공격성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공격성이 자신으로 향할 때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이 온다고 했다. 그의 불행 극복법을 듣고 싶었다.

“저는 이렇게 극복합니다. 저에게 시련과 고통이 다가올 때, 이 상처에 어떻게 대처할지 늘 생각합니다. 조금 극단적일지 모르지만 저는 거꾸로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조물주가 오복 중에서 네 가지 정도는 나에게 주셨으니 감사하잖아요(웃음). 게다가 안 주신 것까지 감사하다고 생각하려면 제 그릇이 얼마나 커져야겠어요! 제 그릇이 커지면서 마음이 넉넉해짐을 느낌으로써 제 행복감은 위협받지 않고 계속 지속된다고 믿습니다(웃음).”

복잡한 이 사회의 불행과 자살 증가 문제에 대한 해법은 다양하겠지만 그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측면에서의 행복 증진법을 물었다.

“지금 이 순간 여기서 행복하자고 온 국민이 마음을 함께하고 그게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지도자들도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지요. 지금 돈, 돈 해서야 되겠습니까? 만날 한쪽에서는 성장, 한쪽에서는 복지, 이런 싸움만 하고 있어요. 그 성장, 복지 많이 한다고 우리가 행복해질까요? 아닙니다! 계속 사람이 죽어나간단 말이에요. 성장이나 복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여기서 행복하자는 국민적인 결단! 그게 시대정신이 되어야 하고 우리 국민의 꿈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돈과 권력의 욕심이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자기 잇속 챙기는 데는 세계 1위인 우리 국민은 결국 이 이기심으로 파멸될 것이라는 짐짓 무거운 경고도 했다. 이어 그는 ‘홍익국가의 꿈’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홍익국가의 꿈이라는 게 뭐냐면 우리도 잘 살지만, 주변 국가도 잘 살고 다른 국가도 다 잘 사는 논리지요. 그런 국가가 되자는 것입니다. 나도 잘 살지만 이웃도 잘 사는, 그런 국민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가 자기 잇속만 챙기다가 내 욕망을 이루지 못해서 상처를 받고, 그래서 불행하게 사는 거 아닙니까. 이제 홍익의 정신을 통해서 나의 욕망을 내려놓아야 해요. 욕망을 내려놓고 상처를 극복하고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금 여기 행복을 찾자는 것입니다.”

아이의 적성을 찾아주세요
모두의 행복을 위해 홍익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 바뀌지 않은 현실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가는 좀 다른 문제가 아닐까?

“그렇죠. 가정에서는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의 꿈을 올바르게 세우려면 부모들이 꿈을 올바르게 세워야 해요. 그래서 자녀들에게 ‘네가 아침에 밥 먹고 공부하고 자는 목표 이런 게 다 순간순간 행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지금 네가 밥 먹는 궁극적인 목적이고, 잠자는 궁극적인 목적이다’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실은 저도 아이들 자랄 때 그렇게 못 가르쳤어요. 우리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 자체가 돈 벌고 출세하고 성공하는 데 있는 게 아니고, 순간순간 행복한 것이라는 걸 부모가 먼저 깨달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식들에게 얘기해줘야 해요.”

아무리 좋은 가정교육이라도 부모 자신의 깊은 이해와 모범적 실천이 없다면 자녀들에게는 그저 공염불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어 그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적성을 찾아야 한다며, 시급히 부모의 변화를 요구했다.

“세상이 변하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나 자신부터 소신과 용기를 가지고 정말 아이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게 해주세요. 그게 부모 된 자의 도리이고, 올바른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박지성 선수, 김연아 선수. 박세리 선수, 모두 일찍부터 자기 적성을 찾은 이들입니다.”

박세리, 박지성, 김연아라…. 그들의 적성은 특별하지 아니한가?

“제가 이런 말을 하면 그들은 특별한 적성이 있기 때문이지 않느냐며, 자기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제가 그것 때문에 책을 쓴 겁니다. 이른바 적성 방정식. 여러 가지 적성을 융합하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적성이라고 하면 어떤 한 분야에서 특출하게 잘하는 사람만을 연상해요.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의 적성은 절대로 한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축구라는 한 분야에서 아주 잘하는 사람은 프로축구선수가 돼야 한다는 생각만 합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가 축구선수로서는 기량이 부족하지만 축구 이론에 박식하고 말도 잘한다면 축구해설가를 하면 되지요. 축구를 좋아하는데, 기술적인 기질이 있다면 축구공 공장 사장이 되면 된다는 말이지요!”

인생 2막은 봉사의 삶으로
끝으로 봉사를 토대로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지금 하고 있는 매니페스토 운동, 타고난 적성 찾기 운동 외에 장애인과 여성 청소년을 위한 일 등 그동안 해왔던 것을 계속 하는 거예요. 변호사 사무실도 3년 전에 문을 닫고 지방에 내려갔다가 요즘은 아내가 일하기 불편해서 임시로 서울에 와 있습니다. 차도 없애버렸고요. 저는 제 인생 2막을 봉사적인 사회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도 그에게 변론을 맡기고 싶다는 이들이 줄을 선다. 유명 변호사이니 벌이도 썩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돈을 차곡차곡 쌓아놓아봤자 죽을 때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당장 행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돈 버는 일에 얽매이기는 싫다고 했다. 그의 인생 2막, 돈벌이를 하지 않는 대신 받은 것을 나눠주는 축제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세상의 혜택을 얼마나 많이 받고 살아왔느냐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제가 특별히 종교를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죽으면 누구를 만나러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게 염라대왕이 될지, 하느님이 될지 모르지만 만나게 되면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살아온 것을 플러스마이너스를 할 것 같아요. 내가 받은 것과 준 것을 플러스마이너스 하면 결국 어떻게 되는가, 받은 게 많다는 거예요. 어느 날 생각해보니 아, 내가 나중에 죽으면 누구하고 인터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참 이기적으로 살다 왔구나. 받아먹고만 살다 왔구나’ 그런 평을 받는다면 쪽팔리잖아요(웃음).”

강지원은…
경기중,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 행정고시 합격 후 사법고시 수석 합격의 영예를 얻었던 그가 ‘지금 후회하고 있다’라는 서문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1978년 비행청소년 담당 검사를 시작으로 ‘청소년 지킴이’ 역할을 도맡아왔으며, 방송인으로도 꽤 이름을 알렸다. 3년 전 변호사 사무실을 접은 그는 자신의 ‘적성’을 찾아 봉사활동에 매진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타고난적성찾기국민실천본부, 푸르메재단, 생애봉사연구소 등을 통해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판검사 부부로 화제를 모았던 전 김영란 국민권익위윈회 위원장과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김진세 박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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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보다 여자 마음을 더 잘 아는 여성 심리 전문가로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친 이들을 위한 상담을 하는 한편, ‘행복연구소 해피언스’를 통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임직원의 스트레스 관리와 행복 찾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행복 멘토’라 불리고 있다. 2008년 1월호부터 3년간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을 통해 서른여섯 명의 긍정 아이콘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긍정의 힘과 행복 노하우를 독자들과 공유해왔다. 저서로는 「마흔의 심리학」(공저), 역서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심리학 초콜릿」, 「스타트 신드롬」, 「애티튜드」가 있다. 트위터 @happy_mentor

글 / 김진세 기획 / 장회정 기자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