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장애어린이들의 산타가 된 골잡이 이근호

장애어린이들의 산타가 된 골잡이 이근호

2017-12-20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활약 이근호
1억기부 이어 축구용품 등 지원… 종이접기 등 함께 시간보내며 격려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오른쪽)가 19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푸르메센터에서 박하엘 군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오른쪽)가 19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푸르메센터에서 박하엘 군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와! 이근호 형이다. 나 형 알아요.”

19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푸르메센터. 한국 축구의 간판 공격수 이근호(32·강원FC)가 옆에 앉자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박하엘 군(10)이 반가운 듯 눈을 맞춘다. 한동안 축구 얘기를 하던 두 사람은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채 종이접기를 하고, 트리 장식물을 만들었다. 이 군의 어머니 권영혜 씨(39)는 “하엘이가 2년 전 프로축구를 직접 본 뒤 축구에 빠졌는데 이곳에서 이근호 선수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아이에게 큰 선물이 됐다”며 기뻐했다.

이근호는 2015년부터 푸르메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어린이들의 치료와 재활 지원을 돕자는 취지로 설립된 이 재단은 국내 유일의 장애어린이 전문 치료 기관인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근호는 8월 이 재단의 ‘더 미라클스’ 14번째 회원이 됐다. 더 미라클스는 이 재단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해야 가입할 수 있는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이근호는 “프로 데뷔 이후 득점 수당을 내놓는 등 꾸준히 기부 활동은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에서 골을 넣은 뒤 중동에 진출해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서 기부할 곳을 수소문하다 푸르메재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근호의 별명 가운데 하나는 ‘기부왕’이다.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축구 후배 신영록의 재활 치료를 위해 2015년 1000만 원을 기부했던 그는 올해에도 K3리그에 3000만 원 상당의 스포츠 테이프를 후원하고 시각장애인 축구 선수들에게도 용품을 지원하는 등 나눔을 실천하는 데 앞장섰다. 지난해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대회도 개최하고 있는 이근호는 “적어도 선수로 활약하는 동안에는 이런 활동을 하고 싶다. 오래 뛸수록 더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위에서 좋게 봐 주신 덕분에 본의 아니게 나도 이득을 봤다”며 웃었다.

장애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낸 이근호는 이 건물 옥상에서 ‘서울시 희망광고’를 촬영했다. 내년 1월에서 4월 사이에 서울시청 전광판에서 상영될 이 광고에서 그는 이렇게 외쳤다.

“장애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손을 잡아주세요. 함께 뛰어주세요. 저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71220/87826834/1#csidx66037a6511477dbbdf5be32dc0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