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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을 기부하다

생애 최초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각별합니다. 때론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는 순간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그 특별한 순간을 나눔으로 기념한 이들이 있습니다.

첫 모금 “또래 친구들을 위한 티끌 모아 태산”

수리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아나바다장터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한 첫 모금 활동. 학생들은 장터를 열기 위해 한 달여 동안 준비했습니다. 장난감, 옷, 책 등 서랍 속 잠자고 있던 물건을 한데 모으고 가격을 매겨 포스트잇을 붙이고 매장을 꾸미는 일까지. 장터를 알리려 찍은 광고 영상은 아침 자율학습 때 방송으로 ‘전파’를 탔고 후배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완판’을 이끌었습니다. 도덕, 국어, 미술, 실과 교과목이 연계된 긴 여정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결과입니다.

아나바다장터 성금을 기부한 수리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아나바다장터 성금을 기부한 수리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동전과 지폐를 일일이 세던 학생들은 놀랐습니다. “모인 금액이 55만 원이나 됐거든요.” 어디에 기부하면 좋을지 물색하던 학생들은 지난해 푸르메재단에 성금을 기부한 선배들의 뒤를 잇기로 결정했습니다. 전달식 대표로 참석한 학생들은 “아픈 친구들한테 도움이 된다니 뿌듯해요. 중학생 돼서도 또 기부하고 싶어요”라며 바람을 내비칩니다. 장애를 가진 또래 친구들을 생각하며 이뤄낸 뿌듯한 경험을 내년 아나바다장터에 동참할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생각에 두 눈이 반짝입니다.

첫 월급 “물 한 모금의 간절함을 알기에”

4년간 준비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조하나(33) 씨는 첫 월급 전액을 기부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고 꿈꿔왔던 터. “지인들이 고생했으니 여행이라도 가라고 했지만 처음의 의미를 훼손시키고 싶지 않았죠.” 주간보호센터를 다니는 발달장애인 동생이 있어 특히 어린이재활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어릴 적 동생이 치료를 받는 데 막막했었어요. 장애어린이들이 적절한 재활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주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지요.”

공무원 첫 월급 전액을 기부한 조하나 씨
공무원 첫 월급 전액을 기부한 조하나 씨

장애인 가족으로서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경제 형편이 어려워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며 자란 동생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찾다가 푸르메재단을 선택하게 됐는데, 누군가를 위해 나눌 수 있게 된 지금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도움의 손길을 건네준 주변 사람들 덕분에 지금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눔은 목마를 때 마시는 물 한 모금이에요. 그 한 모금의 시원함이나 감사함이 남다르다는 걸 느껴봤거든요.” 조하나 씨는 공직자로 첫 걸음을 내딛으며 나눔의 참뜻을 되새깁니다.

첫 출간 “소소한 일상이 가져온 변화”

회사원인 임영하(38) 씨는 난생 처음 쓴 책의 판매금을 나누었습니다. 평범한 삶에 활력을 주고 싶어 독립출판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일상의 기록을 차곡차곡 담은 책 <My morning view>을 출간했습니다. 수익 대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임영하 씨는 ‘천원의 기적’ 기부캠페인으로 5년 전 인연을 맺은 푸르메재단을 떠올렸습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이 건립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요. 장애어린이의 성장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푸르메재단에 계속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의 기록을 담은 책의 판매금을 기부한 임영하 씨
일상의 기록을 담은 책의 판매금을 기부한 임영하 씨

판매금 10%를 기부하기로 자신과 맺은 약속을 지킨 뒤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중요한 만큼 기부를 하는 저라는 존재도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남을 돕는 일이 제 자존감을 높여줬습니다.” 매일같이 써둔 메모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듯 나눔은 소소한 일상으로 이뤄내는 행복과도 같다고 말합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위로할 수 있었다는 임영하 씨는 기부증서에 적힌 특별한 나눔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글=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기부자 제공,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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