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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홀로 설 ‘채비’

‘아이보다 딱 하루 더 사는 게 소원이에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입니다. 잠시도 마음 놓고 아이 곁을 떠나기 힘든 반복되는 현실. 언젠가 홀로 남겨질 자식에 대한 걱정을 늘 안고 살아갑니다. 이별을 앞둔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채비>가 개봉했습니다.

영화 <채비> 포스터

서른 살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인규(김성균 분)를 24시간 돌보는 엄마 애순(고두심 분). 갑작스런 시한부 선고에 아들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떠나면 아들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만으로도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발달장애 아들 인규를 돌보고 있는 엄마 애순

그래서 엄마 없는 삶을 맞이할 아들을 위해 특별한 ‘이별 준비’를 시작합니다. 아들 눈높이에 맞춰 밥과 빨래, 청소하기와 버스 타고 집에 가기, 계절별 반찬 사두는 법까지 일일이 가르칩니다. 수차례의 반복 훈련으로 더디지만 하나둘 익혀가는 인규. 세상에서 엄마 다음으로 좋아하는 계란후라이를 척척 얹은 밥상을 내오며 외칩니다. “혼자 했어!”

인규에게 밥 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애순

애순은 인규에게 제과제빵 직업교육도 받게 합니다. 작은 노점을 하는 애순을 따라 나서던 인규는 이제 자신의 일터로 출근해 장애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제빵사라는 새로운 꿈을 피워냅니다. “오늘부터 다 네가 해야 해”라는 엄마의 말대로 인규는 앞으로의 생을 온전히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세상에 말을 겁니다.

제과제빵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인규

그동안 인규를 돌보느라 관심을 주지 못해 내내 서운해 했을 딸 문경(유선 분)과의 마음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인규 옆 애순의 자리는, 안부를 묻는 이웃, 장애인을 고용하는 일터, 동네 복지 전문가에게로 점차 넓어집니다. 인규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관계 맺기도 여전히 서툴고 어렵지만 언젠가는 애순과 연습한 것처럼 잘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는 수많은 인규들이 가족이 곁에 없더라도 세상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혼자가 되더라도 외롭지 않고 행복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에 묻고 있습니다.

푸르메재단은 영화 <채비> 제작을 위해 장애인 복지 현황 안내, 장애인보호작업장 소개, 촬영 장소‧소품 제공 등을 협조했습니다.

*글=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26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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