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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서 더 따뜻한 봄길

[효성과 푸르메재단이 함께하는 가족여행] 

‘띠리링띠리링~’ 알람소리에 웬일인지 눈이 번쩍 떠졌다. 4월 25일 새벽 4시. 설렘과 불안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오늘은 몇 달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가족여행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효성그룹과 함께하는 이번 여행은 장애어린이 가족과 효성 임직원 가족이 가족 대 가족으로 짝을 이뤄 진행되는 첫 여행이다. 30가족, 56명이 함께하는 여행. 어떤 가족에게는 생애 첫 가족 여행이고 또 어떤 아이들은 장애가 있는 친구를 처음 만나는 시간. 혹시라도 실수가 있을지 노심초사하며 만남의 장소인 세종마을 푸르메센터로 향했다.

가장 큰 고민은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에 어색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친한 친구와도 함께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데, 장애와 비장애 아이들과 가족들이 쉽게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족씩 도착할 때마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이들이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를 태운 버스는 양평 보릿고개마을로 출발했다.

시골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보릿고개마을

따뜻한 봄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들 사이에 우리도 함께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우리 버스도 느리지만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은 서로 이야기하고 장난치느라 정신없었고, 부모님들은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드디어 도착한 보릿고개마을. 노란조끼를 입은 마을지도사가 우리를 마중 나왔다. 시골 할아버지의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마을지도사는 밝게 인사를 건내왔다. 곳곳에 벽화가 그려진 마을에는 꽃이 활짝 피고 완연한 봄이 가득 느껴졌다. 첫 순서는 새벽을 달려온 우리의 허기를 달래줄 ‘인절미 만들기’였다. 떡매를 들고 돌아가면서 쿵덕쿵덕 떡매질을 했다. 어설픈 떡매질에도 조금씩 떡이 완성되는 모습에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실 줄 몰랐다.

누가 부탁하지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장애어린이를 배려해 함께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온가족이 하나 되어 차진 쌀떡을 완성해 콩고물을 묻혀서 한입씩 입에 넣었다. 함께해서 더 맛있는 그 고소함이 아직도 입속에서 맴돈다.


▲ 휠체어를 밀어주며 함께 걷는 아이들.

인절미 만들기가 끝나고 마을 모퉁이에 자리 잡은 큰 느티나무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비장애어린이는 장애어린이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그 옆에서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 내 아이 남의 아이를 따질 것도 없이 손을 마주잡은 모습에 코끝이 찡했다.

느티나무 아래서 우리가 직접 딴 꽃으로 손수건을 물들였다. 하얀 손수건 위에 꽃을 올려놓고 다시 손수건 덮고 수저로 두드리면 신기하게 꽃물이 아주 예쁘게 들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다가왔다. 야외에서 먹는 비빔밥은 꿀맛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마을 대표 베스트 드라이버’를 자처하는 어르신이 운전하는 트랙터를 타고 개울로 갔다. 아이들은 옷이 젖는지도 모르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팔뚝만한 송어를 잡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 송어를 놓칠세라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

그러던 중에 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휠체어에 앉아있던 아이였다. “송어를 잡으러 같이 시냇물에 들어가고 싶어요.”라는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다른 가족이 망설임 없이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그러더니 울고 있던 아이를 번쩍 들어 시냇물로 들어갔다. 아이가 시냇물을 느끼고 송어를 만져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도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마음에는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다

추억을 만들어준 보릿고개마을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했다.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숙소에 도착하자 우와 하는 감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이들의 치료와 양육에 정신없이 달려왔을 가족들이 탁 트인 자연을 내려다보며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곳, 모두 기뻐하자 안심이 됐다.

저마다 휴식시간을 가진 후에는 다시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였다. 장애아동가족과 비장애가족이 한마음으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전문 레크레이션 강사와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마음을 여는 게임에서 장기자랑까지, 서로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인순이의 ‘아버지’를 불러 온 가족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 아이, 평소에 보여주지 않았던 끼를 발산하며 소찬휘의 ‘Tears’를 부른 아이. 숨겨진 재능을 내보인 아이들 덕에 모두 함께 울고 웃으며 밤이 깊어갔다.

남양주시 딸기농장에서 체험하다


▲ 딸기 밭에서 직접 딴 딸기를 맛보고 있는 아이.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마지막 여행지인 남양주시에 위치한 딸기농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딸기 밭에서 아이들은 먹고 싶은 만큼 딸기를 따서 먹고 한 상자씩 포장도 했다. 잘 익은 딸기는 조물조물 으깨어 딸기잼으로도 만들었다. 맛있는 딸기를 마음껏 먹는 아이들은 모두 신이 난 모습이었다.

한 어머니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 데리고 이런 농촌에 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렇게 좋아하는데 진작 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좋은 기회를 주어 고맙다는 인사도 몇 번이고 했다.

몸이 조금 불편할 뿐 다르지 않아요!


▲ 높은 계단도 가족들이 힘을 모아 함께 내려갔다.

딸기체험을 끝으로 1박2일의 여행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끝나지 않고 마음에 맴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효성 임직원이 문자를 보내왔다. 아이가 “아빠, 우리랑 다른 친구들이랑 여행을 간다고 했는데,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여행을 처음 기획했을 때의 목표가 조금은 이루어진 느낌이 들었다. 비장애아동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고 장애아동은 또래 아이들과 소통하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문득 떠오른다. 효성 임직원 가족과 푸르메재단 장애아동가족이 오랫동안 함께 갈 수 있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

*글= 신혜정 간사 (나눔사업팀)
*사진= 김한석 (Day40 Studio), 신혜정 간사 (나눔사업팀)

  푸르메재단은 2012년부터 효성그룹과 인연을 맺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효성그룹은 장애아동의 의료재활을 위한 치료비 지원뿐만 아니라 장애아동의 비장애 형제자매를 위한 교육비, 심리치료비와 장애아동가족의 가족여행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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