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치과가 뜨거워지던 날

지난 12월 4일 이른 아침, 두꺼운 코트에 목도리를 칭칭 감은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푸르메센터를 지나칩니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부는 창 너머의 모습과는 달리 푸르메치과는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합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출근해서 오실 분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는 푸르메치과 선생님들은 각자 맡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듯 바쁜 손놀림을 멈추지 않습니다.


<장애아동 구강검진사업>을 위해 준비가 한창인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1층 푸르메치과
<장애아동 구강검진사업>을 위해 준비가 한창인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1층 푸르메치과

“명단과 차트 먼저 준비해주세요.”

“진료실 세팅 다시 한번 확인해주세요.”


올해 들어 9번째로 진행하는 미소원정대이자 장애아동을 위한 3번째 구강검진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장애아동이 아닌 성인이?


“기성 씨, 해진 씨, 희경 씨, 아픈 데는 없어요? 아침부터 복지관 오시느라 힘드셨죠?”

중구장애인복지관에 근무하는 차경화 선생님과 함께 재가서비스를 받고 있는 분들이 함께 푸르메치과를 방문했습니다. 차경화 선생님은 오늘도 복지관을 이용하는 분들의 안부를 전하고, 불편한 곳이 없는지부터 꼼꼼히 체크합니다. 그런 모습에서 무언지 모를 긍정의 에너지를 받으며 오전 진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유니체어가 갖춰져 있는 푸르메치과에서 치료 중인 모습
장애인을 위한 유니체어가 갖춰져 있는 푸르메치과에서 치료 중인 모습

<장애아동 구강검진사업>이라는 타이틀과는 조금 다르게, 만 18세 이상의 성인들의 방문이 이어집니다. 그 이유는 중구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아동을 비롯하여 성인들의 대다수가 치과검진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요청으로 지원 사업을 확대 실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힘이야 들죠. 하지만 이렇게 작은 일이나마 이 분들께 도움이 되고, 웃으며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 절로 힘이 나잖아요.”

푸르메치과에서 치위생사로 근무하는 한 선생님의 얘기입니다. 오늘따라 푸르메치과의 노규식 원장님과 치위생사 선생님들의 웃는 모습이 유독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유겠지요?


푸르메재단, 고맙습니다


“악~~~~~~~~~~~~~, 안 해~~~~~~~~~.”

“음.. 눕는 게 무섭니? 이게 뭘까? 아프지 않지? 이걸로 입에 벌레를 찾아 볼거야!! 우리 그냥 의자에 앉아서 하자!! 경선이가 아~ 하면 선생님이 입에 벌레가 있는지 없는지만 볼게~.”

우는 아이들의 마음을 매력적인 목소리로 사로잡는 자원봉사자인 고범진 평촌키즈웰치과 원장님도 장애아동 구강검진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원장님과 한 아이의 어머니께서 꽤 오랜 시간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때론 웃으시기도 하니 큰일은 아닌 듯 보입니다. 그 아이의 치료와 상담이 끝나고 어머님의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나서야 그 이유를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중증장애로 인해 대학병원에 자주 다니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환자가 많아서 진료가 끝나고 선생님께 물어볼 시간도 없다는 것입니다.


쉼없이 진료 중인 선생님들. 한겨울에도 이들의 마음에서 그 따뜻함이 전해진다.
쉼없이 진료 중인 선생님들. 한겨울에도 이들의 마음에서 그 따뜻함이 전해진다.

“정말 아이 눈높이에서 맞춰서 진료해 주시고, 아이마다 특성이나 수준이 다른데, 딱 제 아이에 맞는 치아관리방법까지 세심하게 상담해주셨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어머니는 몇 번이나 저희를 향해 인사를 하시고 웃는 얼굴로 치과를 나섰습니다. 가시는 뒷모습을 보고 다시 진료실을 바라보니, 잠시도 쉴 틈 없이 또 다시 분주히 움직이는 선생님들이 보입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따뜻한 ‘사랑’으로 다가서다


“이 아이의 치료가 가장 급해요. 지원이 가능한가요?”

치료가 끝나고 선생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소액치료비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위한 평가회가 이뤄집니다. 최종적으로 푸르메재단에 지원 요청을 할 대상자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입니다. 푸르메재단의 <장애아동 구강검진사업>은 단순한 치과 검진에서 멈추는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느껴봅니다.


“이 아이는 치과진료 경험이 오늘이 처음이래요. 이래서는 안돼요. 영구치가 이 정도면 나중에 성인이 되자마자 이가 대부분 빠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어머니를 통해 사탕이나 초콜릿같은 음식에 대한 제재도 필요할 것 같아요.”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장애인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푸르메치과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 분들. 이들이야말로 푸르메재단에서 찾는 영웅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투자해서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사는 이들이 있기에 푸르메재단은 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이 사업은 장애아동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신한은행과 함께 합니다.


*글, 사진= 강정훈 간사 (나눔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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