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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천사들의 선물

지난 5월, 여느 때와 다르게 수많은 메일들이 메일함을 채워 갔습니다. 저마다 의미 깊은 제목으로 날아온 메일들은 중도장애인을 위한 자립지원을 신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았고 일부 신청서는 사고 당시 위급했던 상황까지 전하고 있었습니다. 신청자 모두를 지원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재활 및 복지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을 모시고 푸르메 배분위원회의를 열어 현장평가 대상자들을 공정하게 선발하였습니다. 현장평가는 서울시보조공학서비스센터와 연계하여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뤄졌습니다. 지원품목이 대상자에게 적절한지를 확인하는 절차까지를 거쳐 최종적으로 7명을 선정하여 지원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이제는 낡은 전동휠체어를 보낼 때

35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 손상을 입어 두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된 김태식(가명) 씨. 재활치료는 물론이고 비뇨기 치료를 위해 항상 병원을 다녀야 하지만 문 밖에 나서는 것이 두렵기만 합니다. 얼마 전 건강이 악화되어 두 달여간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후로는 몸과 마음이 지쳐 더 이상의 외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10여 년 동안 외부에 나갈 때면 늘 함께 하던 전동휠체어. 하지만 이제 그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배터리도 수명이 다 되어 가는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아 간혹 위험한 상황에 처하곤 합니다. 전조등이 안 들어오다 보니 차들이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결국 그는 푸르메재단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전동휠체어 위에 핀 웃음

김태식 씨는 배분심사 및 현장평가에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밤길의 안전을 지켜주는 전조등과 후미등, 상체를 지탱해주는 보조시트가 부착된 전동휠체어를 지원받게 된 것입니다. 전동휠체어를 드리기 위해 찾아뵙던 날이 생각납니다. 오전부터 납품업체와 보조공학센터 그리고 푸르메재단이 함께 김태식 씨를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갔습니다.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리셨다는 김태식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 동안 병원에 다닐 때마다 전동휠체어가 멈춰버리진 않을지, 차들이 전동휠체어를 못 보는 건 아닐지 걱정이 엄청 많으셨다고 합니다.

김태식 씨가 지원사업 신청을 위해 제출한 사진. 그의 몸을 지탱해주던 전동휠체어는 10여 년이 흐른 지금 많이 낡아 버렸습니다.

 

전동휠체어에 이상이 있는지 테스트 하고 있는 납품업체와 보조공학센터 관계자 분들. 그 과정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설명 한 마디도 놓칠세라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김태식 씨.
전동휠체어에 이상이 있는지 테스트 하고 있는 납품업체와 보조공학센터 관계자 분들. 그 과정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설명 한 마디도 놓칠세라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김태식 씨.
“내가 상체가 좀 길어서~ 롱바디예요!! 하하하~~ 등받이 시트가 낮지 않을까?”

환하게 웃는 모습에 저희도 따라 웃었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안전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전동휠체어에 올라타시니 상체가 좌우로 흔들리고 등받이는 너무 낮다는 것이 파악됐습니다. 이를 고려해 추가적으로 보조시트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순한 지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불안하거나 불편한 부분까지도 찾아내서 지원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해피빈으로 참여해주신 수많은 기부자들이 김태식 씨를 응원하고 있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마음이 좀 놓이네요. 내 사진 많이 찍어가~~ 나 이제 재활 열심히 할 거야”

김태식 씨가 새로운 전동휠체어에 올라 타봅니다.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는 관계자 분들의 모습.
김태식 씨가 새로운 전동휠체어에 올라 타봅니다. 이상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는 관계자 분들의 모습.
이름 없는 천사들을 기억하며

기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해 달라며 사진을 많이 찍어 가라는 농담과 함께 또 한번 환하게 웃어주시는 김태식 씨. 지원하러 갔다가 오히려 많은 것을 얻어 온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태식 씨 외에도 많은 분들에게 환한 웃음을 안겨주신 신한은행 임직원 분들과 해피빈 기부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글, 사진= 강정훈 간사 (나눔사업팀)

푸르메재단은 후천적 장애를 가진 성인중도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잘 적응하면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맞춤형 이동・재활 보조기구, 자립준비금 등을 지원합니다. 2013년 상반기 신한은행 임직원들의 만원나눔과 해피빈 기부자의 콩나눔으로 성인중도장애인 7명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중도장애인의 자립과 재활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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