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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를 꿈꾸는 소녀, 재활치료로 희망을 품다

[희망 품은 재활치료비 지원사업 2차 지원 대상 인터뷰]

 

지난 6월 11일, 수원에 있는 성빈센트병원에서 열일곱 단발머리 소녀 최은영(가명) 양을 만났습니다. 은영이는 왼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지만 여느 10대 소녀들처럼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 (오른쪽)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은영이.
농구를 열심히 할 때여서 그런지 지금보다는 많이 마른 모습이다.
운동장을 누비던 소녀, 뇌출혈로 쓰러지다

은영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학교 농구부에서 농구를 시작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는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재능도 있고 워낙 열심히 노력해서 은영이의 앞날은 창창해 보였습니다.

그러던 작년 3월, 은영이는 한밤중에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뇌출혈 이라니…’ 가족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4년 간 농구를 해오면서 누구보다 건강을 자부했던 터라 더욱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뇌동정맥기형적출술 등 세 번의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학교는 쉬기로 했습니다. 중학생의 나이로 큰 수술을 받고 외과병동에서 보내는 6개월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주위에 있는 환자들은 온통 어른들 뿐이라서 마음 나눌 친구도 없이 외로웠습니다. 후유증으로 좌측 편마비가 생겨 보행, 언어와 인지 기능에 어려움이 생겨 우울증까지 앓았습니다.

“10대에 뇌출혈이 올 줄은 몰랐어요. 대정맥혈관 기형이 있었대요. 기형인 오른쪽 뇌혈관이 터진 거예요. 미리 뇌 검사라도 했었다면 일찍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엄마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보톡스 주사, 희망에 날개를 달아주다


▲(오른쪽) 은영이는 성빈센트병원 물리치료실에서 1년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은영이는 5교시 수업을 마치고 엄마, 동생과 함께 병원을 찾습니다. 마비가 생긴 왼쪽 팔과 다리의 재활을 위해 물리치료, 작업치료, 기능적 전기자극치료를 받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서는 걷기가 어려웠습니다. 꾸준히 치료받은 덕분에 이제는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직이 심해 여전히 불편합니다. 오늘은 보톡스 주사를 맞기 위해 재활의학과 일일치료실(낮병동)에 입원했습니다.

주름을 펴는 등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시술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보톡스(보툴리눔 독소)는 은영이와 같이 마비를 겪는 환자들의 경직 완화를 위한 치료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와 질환의 종류에 따라 보험 적용에 제약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효과가 6개월 정도밖에 가지 않아 정기적으로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은영이네 형편으로는 회당 33만원이나 하는 약값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세 번의 수술로 지출한 의료비도 고스란히 큰 부담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알기에 의사 선생님도 보톡스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못했습니다. 푸르메재단에서 치료비 지원을 받게 되어 보톡스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인 뇌졸중 환자들은 보톡스 주사비가 보험이 되는데, 우리 은영이는 연령 미달로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서 속상했어요. 이렇게 푸르메재단의 도움을 받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라며 엄마는 감사를 표했습니다. ‘희망 품은 재활치료비’가 은영이의 미래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을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

다시 중학교 3학년, 복학생 은영이의 꿈

친구들은 올해 모두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은영이는 아직 중학교 3학년입니다. 올 3월에 복학해 지금은 한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편마비로 아직 왼쪽 손가락이 펴지질 않습니다. 좌우 균형을 잡는 것이 힘들어 며칠 전엔 목욕탕에서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학교 가는 길, 20분은 연습삼아 걸어서 다니려고 노력합니다.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은영이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강한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 병원에 함께 온 8살 막내 동생과 함께.
풍선을 가지고 장난치는 동생이 귀찮으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이순간이 감사하다.
은영이에게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물으니 “농구요!”라고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재활치료가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예전에 농구부로 활동할 때는 더 힘든 훈련도 받았어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아직은 가장 좋아하는 농구공을 잡을 엄두도 못내지만 학교 가는 것이 마냥 즐겁다고 합니다. 병원에 가지 않는 단 하루, 금요일엔 같은 반 동생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군것질도 합니다. 10대 또래들과 누릴 수 있는 평범함이 소중합니다. 농구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지만 취미 삼아 농구공을 잡을 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17살 은영이. 나이가 어려 비슷한 장애를 겪는 어른들보다는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재활치료가 더욱 절실합니다. 언제까지 병원에 다녀야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은영이의 굳은 의지와 가족의 사랑, 주위의 관심이 모여 지금처럼 최선을 다한다면 머지않아 농구코트 위에 선 은영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사진=나눔사업팀 김수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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