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힘으로 나눔을 키우다

[푸르메인연] 코오롱 스페이스K 이장욱 팀장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탁 트인 전시장이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자석에 이끌리듯 발걸음이 저절로 향하게 되는 곳. 함께 모일 수 있는 열린 광장이자 누구나 오고가는 산책로 같습니다. 연말연시에는 작품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나눔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곳을 다채롭게 가꿔나가는 큐레이터, 코오롱 스페이스K 이장욱 팀장을 만났습니다.


모두를 위한 문턱 낮은 미술관, 스페이스K




▲ 문화예술나눔으로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코오롱 스페이스K 이장욱 팀장.


스페이스K는 깊이 있는 예술을 지원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예술나눔을 목표로 2011년 설립된 전시 공간으로, 코오롱 과천 본사와 대구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6년째인 올해까지 전시회만 130여 회나 됩니다. 전시를 기획할 때 중점을 두는 방향은 관객이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입니다. 역량 있는 작가의 개인전, 동시대 시각예술의 면면을 살펴보는 주제전, 국내외 신진작가 지원전, 체험 프로그램 등 현대미술의 흐름을 여러 시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매년 2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장욱 팀장은 “역량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거나 미술사에 남겨져야 할 만큼 중요한데도 상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잊혀져가는 작가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무대로 진출해 또 다른 작업과 연결시켜주는 ‘교두보’가 되려 한답니다.




▲ 예술가에게는 공간을, 관람객에게는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스페이스K. (스페이스K 제공)


스페이스K가 전시, 체험, 나눔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공간으로 자리잡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작품에 “왜 날 놀라게 하느냐”며 기겁하던 주민들은 관심어린 눈길로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묻게 되고, 눈살을 찌푸리던 임직원들은 작품의 재료를 물어보며 업무에 참고하기까지 하는 단골 관람객이 되었습니다. ‘예술은 어렵다’는 편견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가는 과정을 엿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지도 상승의 공을 참여 작가들에게 돌립니다. “결국 전시마다 좋은 작품을 출품해준 작가들 덕분이죠. 전시장에 작품을 직접 설치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기 위해 노력해준 작가들의 열정이 성공적인 전시를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장애어린이의 꿈을 응원하는, 채러티바자   


채러티바자는 작가들과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시작되었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을 나눔으로 기념하는 특별한 전시회인 셈입니다. 전국의 스페이스K 전시장을 빛낸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 전액을 3년째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시중보다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전시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판매 완료 스티커가 붙은 작품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이장욱 팀장은 “한국에서는 예술 작품을 어디 멀리 가야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영국의 ‘어포더블 아트페어’에서는 온 가족이 참여해 집에 어떤 그림을 걸지 함께 고르는 게 일상이죠. 채러티 바자는 누구나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작품을 즐기고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죠.”




▲ 회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채러티바자. (스페이스K 제공)


매년 바자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은 동네 주민부터 코오롱 임직원과 미술애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작년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이자 미술애호가로 유명한 최승현 씨가 작품을 구매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팬들은 곧이어 그의 이름으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기금 600만 원을 기부해 훈훈함을 더했습니다. 이사한 집에 행운의 기운이 깃들기 바라며 작품을 걸어놓고 고사를 지냈다는 구매자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일상이 예술, 예술이 일상인 세상을 그리며




▲ 코오롱 스페이스K를 이끌고 있는 이장욱 팀장과 채러티바자를 함께 기획하고 있는 황인성 과장.


장애어린이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임직원들과 함께 과천시장애인복지관에서 꾸준히 해온 장애어린이 여가활동 돕기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장애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제대로 된 병원이 하나라도 있다면 아이와 가족들에게 일상을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두 차례에 걸쳐 병원 건립기금을 기부했고 이제는 장애인 재활치료를 위해 나눔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장욱 팀장은 관람객들의 반응을 몸소 겪으면서 꾸준히 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강조합니다. “예술의 힘은 강합니다. 추억을 꺼내 웃거나 울게 만들고, 모두가 알지만 묵인하고 있는 사회의 아픈 부분을 날카롭게 찌르기도 합니다. 한 개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객관식 같은 세상에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주관식 답이 있는지를 예술은 보여줍니다. 일찍이 예술적 자극에 노출된 사람은 ‘왜 이렇게 했을까?’하고 상대의 입장에 서 볼 수 있죠. 예술을 꾸준히 소비하는 사람은 세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창의적인 인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화예술나눔을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 지난 2016년 1월 채러티바자 작품 수익금 기부금 전달식에 참여한 이장욱 팀장과 제여란 작가.


“저희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한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으로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고 있는 장애어린이들을 늘 기억하면서요.” 41명의 작가가 서로 다른 고유한 이야기를 담은 130여 점의 작품들이 내걸린 전시장을 한 바퀴 돌던 이장욱 팀장의 두 눈이 유난히 반짝입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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