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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처럼 편안한 병원’ 상상을 현실로 그리다

[푸르메인연] (주)간삼건축 이종훈 건설2부문 상무

 

‘좋은 설계가 좋은 집을 만든다’고 합니다. 좋은 집은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냅니다.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재활병원을 짓자는 푸르메재단의 꿈은 설계를 거치며 현실이 되었습니다. 생각에 그쳤을지도 모를 구상들이 구체적인 건축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입니다. 완공을 두어 달 남겨두고 조감도의 모습대로 지어지고 있는 지금, 태동의 과정이 궁금해집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을 기획하고 설계를 책임지고 있는 (주)간삼건축의 이종훈 상무를 만났습니다.


▲ 어린이재활병원 설계사 (주)간삼건축의 이종훈 건설2부문 상무.

건축가, 경험에서 설계의 방향을 말하다

건축설계 전문회사인 (주)간삼건축에서 20년째 건축가로 활약하고 있는 이종훈 상무. 머플러에 와인색 셔츠를 입은 이종훈 상무에게서 한 순간도 틀에 갇혀 있지 않는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이종훈 상무는 관동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서울척병원, 대구산재병원 등 여러 의료시설 프로젝트의 설계를 맡아왔습니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신체적 약자를 위한 공간을 설계하는 일에 의미를 두어 왔습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은 처음이었습니다. 2013년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어린이재활병원의 설계사로 선정이 된 후 이종훈 상무는 건축주인 푸르메재단이 원하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한 고민을 해나갔습니다. 이때 겪었던 두 가지 경험은 ‘어떤 병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잡아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푸르메센터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장애가 있는 학생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어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자원봉사자가 달래주더군요. 설계를 하러 온 사람으로서 장애를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러웠어요.” 설계하는 자신부터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견학차 방문했던 한 병원에서는 장애자녀와 멀찌감치 떨어져 걷는 한 어머니가 있었어요.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 같았죠. 그 모습을 보고 재활의 범위를 신체적인 재활을 넘어 폭넓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부모는 위로받을 수 있고 아이는 독립적인 생활을 위한 훈련이 이뤄지는 환경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열려 있고, 어우러지고, 치유되는 환경

어린이재활병원이 고립된 섬이 아니라 사회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종훈 상무. 아이에게 장애가 있든 없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도록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떠올렸습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친구로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집과 학교, 골목길과 놀이터가 있는 마을에서 그러하듯 말입니다. 사회적 편견을 거둬내고 자연스레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곳곳에 녹여냈습니다.


▲ 어린이재활병원 조감도. 장애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내 집같이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왼쪽),
마포구 상암동에 지어지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의 모습. 현재 공정률 86.14% (오른쪽)

“치료는 좋은 진료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료환경이 아니라 치유환경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린이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병실에 밝은 빛이 들어가게 설계했습니다. 또 아이가 치료받는 동안 부모들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동질감 속에서 서로 위로하기도 하고 교류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감추고 가두는 것이 아니라 환한 빛으로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럿이 함께 ‘꿈의 모양’을 그리다

(주)간삼건축은 2014년 1월 어린이재활병원의 설계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서 설계비용의 일부인 4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장애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집같이 편안하고 따뜻한 병원이 ‘나눔’으로 지어지는 것입니다. 설계도면이 완성됐다고 해서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완공될 때까지 실무진들이 매번 공정회의에 참석해 시공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 2014년 1월 (주)간삼건축이 어린이재활병원 전체 설계비 중 4억 원을 기부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을 설계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자 시안은 수차례 변경됐지만 그래도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도전은 늘 즐거운 일이죠. 제 생각을 고쳐나가는 과정도 즐겁죠.” 푸르메재단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형성된 공감대가 병원을 설계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지시를 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면서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팀원들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공유해나갔죠.”

건축가로서 반드시 지키는 원칙은 무엇일까요. 컨셉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 “설계를 하다보면 많은 결정을 해야 하고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컨셉이 잘 잡혀 있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건축주가 원하는 꿈의 모양이 무엇인지 파악됐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장애어린이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길”

만약 또 다른 어린이재활병원을 설계하게 된다면 아이들이 선호하는 재료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신경 쓰고 싶다고 말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해서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칠하고 병아리를 그려 넣을 필요는 없어요. 목재, 유리, 가죽, 흙 등 어린이들이 다양한 질감을 느껴볼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하면 좋겠어요. 어린이재활병원이 지역사회에서 동떨어진 무인도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지역주민들이 공감대를 갖고 공간을 공유하게 될 때 비로소 그 병원은 사회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주)간삼건축 사옥에서 포즈를 취한 이종훈 상무.

어른의 눈이 아니라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이종훈 상무. 때론 틀을 깨고 때론 과감히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을 대신한 푸르메재단이라는 건축주의 꿈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기꺼이 감수했습니다. “완공되었을 때 아이들이 공간을 즐겁게 활용하고 지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옥상정원에서 파티도 하고 식당에서 요리도 해먹는 행복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활짝 열린 치유공간이 되길 바라는 이종훈 상무의 바람이 이루어질 날이 기다려집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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