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부쳐드립니다

[착한가게를 가다] 서울통의동 우체국


 


연말연시가 되면 크리스마스와 새해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바로 우체국입니다. 푸르메재단 직원들도 기부자들에게 전할 기부금영수증을 부치러 여러 번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입니다.



우체국장도 직원처럼…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우체국


푸르메재단의 모금함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연락 없이 찾아간 서울통의동 우체국. 우체국장 자리에 국장님이 안 보입니다. 어디 계실까 하고 두리번거리니 대량 우편물을 부치는 고객에게 몸을 숙여 돕고 있는 분이 눈에 띕니다. 민동진 국장. 인터뷰하기에 언제가 편한지 물으니 단숨에 “지금 하시죠~”라며 반갑게 맞아줍니다.


민동진 국장은 종로 지역의 다른 우체국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3월에 부임했습니다. 우체국장의 교대주기는 보통 2~3년으로 종로 지역의 우편과 금융 업무를 관할하는 광화문 우체국에서 발령을 받는다고 합니다.


일반 직원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국장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시냐고 물으니,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우편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서랍니다. 업무 시작 전에는 마카며 볼펜이 잘 나오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신문지와 에어캡을 채워 넣는 것은 기본. 일하는 중간 중간 수시로 창고를 정리하기도 한답니다.


▲고객을 돕느라 동분서주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는 민동진 국장은 자리를 자주 비운다
▲고객을 돕느라 동분서주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는 민동진 국장은 자리를 자주 비운다

여러 차례 ‘카드’를 긁느라 손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카드란 고객이 금융 거래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장이 결재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시라고 합니다. 우체국의 최고 책임자가 고객이 처리한 업무를 주의 깊게 보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가장 뿌듯한 순간은 고객이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우체국 문을 나설 때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불편을 느낀 일부 고객들이 직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 때도 있지만요.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우리가 열심히 잘해야겠죠.”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챙기려는 노력이 통했는지 감사의 표시로 음료수를 놓고 가는 고객을 보면서 힘을 낸다고 합니다.


고객의 최대 만족을 위한 서비스


우편물을 부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포장을 최대한 튼튼하게 해야 안전하게 배송될 수 있어요.” 크고 작은 것, 두껍고 얇은 것에 따라 포장을 다르게 해줘야 합니다. 포장상태가 배송상태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주소와 우편번호를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합니다. 잘못 쓰면 집배원만 고생입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놓치기 쉬운 기본이 우체국에서도 역시 중요합니다.


▲ 우편물을 접수하기 위해 온 고객들로 우체국은 발 디딜 틈이 없다.
▲ 우편물을 접수하기 위해 온 고객들로 우체국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미리 알아두면 유용한 팁도 얻었습니다. 우편물을 오후 늦게 맡기면 다음 날에 발송되나요? “아닙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한 번 접수되고, 저녁 6시까지 또 한 번 접수해 당일 나갑니다. 2번에 걸쳐 우편물이 발송됩니다.” 우체국이 한가할 때는 언제인가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오전에서 점심 전까지요. 퇴근하면서 우편물을 부치는 직장인들이 몰리는 오후 4시 30분에서 5시까지 제일 바빠요. 그 전에 오시면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편 서비스 외에도 금융과 보험 서비스도 하고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중 은행에 비해 이자율이 낮고 대출 서비스는 없지만 국가기관인 만큼 안정성은 믿을 수 있다고 민동진 국장은 자부합니다. 요긴한 보험 상품이 다양한 만큼 우체국에 관심을 갖고 자주 문의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장애인도 많이 이용하는지 물어보니 종종 찾는다고 합니다. 한 시각장애인의 요청에 주소를 써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급하니까 빨리 해달라며 불평하는 고객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처할 때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통의동 우체국이 내어준 푸르메재단의 자리


푸르메재단 모금함은 주소를 적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습니다. 민동진 국장이 부임하기 전부터 있었으니 꽤 오랜 시간 한켠을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주기적으로 들러 동전을 수거해 가는 푸르메재단 직원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하는데요. 요즘 잔돈을 넣는 사람들이 뜸한 것 같다며 아쉬워하면서도 “장애인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재단이니 계속 모금함을 놔 드릴게요.”라며 웃습니다. 그런 배려로 자리 잡은 모금함의 고정석이 훤해 보입니다.



새해를 맞이해 올해 서울통의동 우체국이 바라는 희망은 무엇일까. “고객이 많아서 매출이 올랐으면 합니다. 일반 공무원처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우체국에서 벌어서 월급을 충당해야 하거든요. 우편물이 줄고 점점 어려워지면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고객이 많이 찾아오는 통의동 우체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어느새 기다리는 사람들로 빼곡합니다. 소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찾는 발걸음이 앞으로도 잦아진다면 고객 생각에 분주히 움직이는 민동진 국장과 직원들의 환한 얼굴을 변함없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서울통의동 우체국 가는 길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30

영업시간 : 평일 오전 9:00 ~ 오후 6:00 (금융업무 오후 4:30까지)

문의 : 02-738-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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