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치과를 이끄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네버엔딩 인터뷰] 11. 푸르메재활센터 푸르메치과 정희경 실장


 


사람마다 색(色)이 있다. 24가지 물감처럼 빨강, 파랑, 초록 등 규정된 색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채도와 명도를 조절한 것처럼 특별한 색을 가진 사람도 있다. 사람의 색은 물건의 색처럼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파란색일 것 같던 사람도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다 보면 노란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사람의 색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투영된 지문과 같다. 평범해 보이는 노란색이라 해도 다 같을 순 없다. 말하는 어투, 표정 하나, 마음가짐 등 수 많은 요소가 뒤엉켜서 그 사람의 색이 만들어진다.



네버엔딩 인터뷰 열한 번째 주인공으로 푸르메치과 정희경 실장을 만났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은은히 빛나는 색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색도 포용하는 순수하고 정직한 흰색처럼 정희경 실장에게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거기에 조금 더해야 정희경 실장을 잘 표현하는 색이 나올 것 같다. 흰색을 더 고귀하게 만들어주는 투명한 코팅 같은, 사람을 선명하게 해주는 카리스마가 은근 매력이었다.


Q1. 정희경 실장님 안녕하세요. 1층을 지다가면서 치과에서 업무를 보시는 모습이 보이곤 했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서 반갑습니다.


A1. 안녕하세요. 저는 푸르메재활센터 푸르메치과에서 일하고 있는 정희경이라고 합니다. 우선 푸르메치과에 대해 소개를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푸르메치과는 민간 최초 장애인전용 치과입니다. 이가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었던 장애인분들을 위해 2007년 7월에 개원했고 저는 개원준비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당시 11명의 자원봉사의사들과 진료를 시작했는데 서울대학교 장경수 교수님과 유니트체어 2개를 놓고 첫 진료를 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푸르메치과는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내어 많은 의료진들이 봉사해 주셨고 지금까지도 참여해주고 계십니다. 그분들의 땀이 있기에 지금의 푸르메치과가 있는 것 같아요.


Q2. 실장님이 푸르메치과의 살아있는 역사네요. 항상 바쁘게 일하시는 모습이 눈에 띄던데 치과에서 하시는 역할이 궁금합니다.



A2. 저는 조금 규모가 있는 치과병원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일은 즐겁지만 보람을 찾을 수 없었어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일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었는데 푸르메에서 일하면서 그런 목표를 이룬 것 같아요. 제가 푸르메치과에서 하는 일은 크게 2가지입니다. 환자분들과 상담해서 잘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와드리는 역할과 푸르메치과가 잘 운영되도록 의료진들과 호흡하는 역할입니다. 푸르메치과에는 저를 포함한 4명의 치과위생사와 1명의 의사 선생님이 근무 중이신데 팀워크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과거에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의 팀워크는 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치과 식구들에게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기운을 주는 역할도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3. 푸르메치과에서 일하시면서 남다른 사연이 많을 것 같아요.


A3. 개원 무렵 푸르메치과에 오신 장애인분들의 치아 상태를 보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치료비 등의 문제로 제 때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하신 탓이겠죠. 환자분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분이 한 분 계세요. 뇌성마비로 몸이 비틀어져 말도 잘 못하셨는데 치아를 보니 40대 중반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상해 있었습니다. 틀니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날마다 고맙다고 인사하시는데 가슴이 뭉클했고 하루 종일 너무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흘린 눈물이 제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내 작은 친절이 어떤 사람에게는 소중한 것이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가끔씩 나태해질 때마다 그 때를 떠올리며 초심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푸르메치과에 찾아오시는 많은 환자분들 중에는 치료비 문제로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식사를 잘 못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치료비지원을 통해 치료를 받으시고 나서 밥도 잘 먹게 되고 외모가 좋아지니 성격까지 밝아지셨다는 사연을 들으면 일하는 보람이 생깁니다.


Q4. 가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직원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많은 것 같았어요. 특히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곳도 많이 아시는 것 같던데 퇴근 후가 궁금합니다.


A4. 일하면서 느끼는 행복도 크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와 마음이 맞는 분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함께 추구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밤이 늦더라도 힘들지 않아요. 퇴근 후에는 다른 직장인들과 비슷하죠. 제가 일산에 사는데 공원이 잘되어 있어요. 산책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2~3일은 호수공원에 자주 갑니다. 주말에는 정발산공원에 올라 돗자리를 펴고 책도 보고 음악도 들으면서 힐링을 합니다.


Q5. 실장님이 좋아하시는 분위기를 알 것 같아요. 혹시 싫어하는 것을 여쭤도 될까요?


A5. 제가 좋아하는 것은 산책, 빈속에 맥주 한 잔, 3호선 출근길, 낮잠, 여행 등이에요.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도 좋습니다. 싫어하는 것은 다른 분들과 비슷할 것 같아요. 노래방에서 술 취한 사람 노래 듣는 것, 목소리 큰 사람, 감기몸살. 너무 개인적인 답변인 것 같네요.



Q6. 조금 황당하면서도 약간 어려운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딱 10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A6. 글쎄요.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지만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도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손도 잡아드리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하고 싶어요. 후회하지 않을 만큼 가족들에게 사랑을 드리고 싶어요.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Q7. 다시 업무로 돌아가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푸르메치과를 위해 어떤 기부자님이 나타나서 가장 원하는 것을 해주시겠다고 하시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7. 우선 어려운 장애인분들을 위한 치료비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시설적인 부분은 치과 환자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쉼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가족으로 살면서 맘 편히 쉬지 못하시는 보호자들을 볼 때 마음이 안 좋아요. 치과치료를 받는 동안이라도 보호자들이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또 힘을 내서 가족을 돌볼 수 있을 테니까요. 푸르메치과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장애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Q8. 정희경 실장님의 이루고 싶은 소망이나 꿈을 여쭈어 봐도 될까요?


A8.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인도, 유럽, 일본 등 많은 곳을 다녀봤어요. 몇 년 전에 스위스 루체른이라는 도시에서 하루를 묵은 적이 있는데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마음의 위안을 충분히 얻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한 달쯤 루체른에 머물며 힐링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소망이라고 하면 죽기 하루 전날까지 건강하게 일하는 것입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할 일인 것 같아요.



Q9. 아침 일찍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인터뷰 주자를 선정해 주세요. 그리고 궁금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A9. 푸르메센터 3층에 근무하시는 종로장애인복지관 채춘호 팀장님이 궁금합니다. 운동을 아주 좋아하고 늘 활기차신 것 같아요. 탄탄한 몸매의 비결도 궁금하고 늘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채춘호 팀장님~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세요.


*글, 사진= 한광수 팀장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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