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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이 동이의 생애 첫 나눔

“아이가 좋아하겠거니 하고 기부한 거예요. 제 욕심인지도 몰라요.”

밝은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옵니다. 더더욱 알 수 없습니다. 도대체 아직 어린 동이가 왜 기부한 것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동이 어머니께 전화를 하게 된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요즘 늘고 있는 만 1세 된 아기 고액기부자들. 어떻게 큰 돈을 아기의 이름으로 기부하게 된 걸까 하구요.

게다가 우연히 보게 된 기부증서에 아기가 너무 예쁩니다. 제 눈에도 이렇게 예쁜데 부모님들 눈엔 어떨까 생각해보면 이 큰 돈을 기부하는 대신 선물이라도 사주고 싶었을 것 같았습니다. 얼핏 생각해도 좋은 유모차, 좋은 장난감. 2백만 원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수많은 물건들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동이에게 바라는 ‘행복’이란

게다가 동이는 부모님이 결혼한 지 12년 만에 얻은 귀한 아이입니다. 당연히 크게 돌잔치를 열어 주위 사람들의 쏟아지는 축하를 받아 마땅합니다. 동이의 첫 생일만큼은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어도 좋았을 것입니다.

“우리 동이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기부를 결심했어요.”하고 어머니가 말합니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물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참 곤란해 하십니다. 아마 어머니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건 당연히 이런 거였나 봅니다. “거창한 게 아니에요. 그냥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주위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부족하지 않고, 그래서 이웃을 위해 나눌 수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런데 동이 어머니는 애초부터 시끌벅적한 돌잔치는 안하기로 남편과 상의해서 결정했습니다. 대신 주위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첫 나눔을 대신해 주기로 한 겁니다.

동이의 행복을 비는 가족만의 특별한 돌잔치

‘내 아이가 어떤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부모의 욕심일지 모른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동이가 커서 “나는 왜 돌 사진도 없어?”하고 물을까봐 집에서만 조촐하게 돌잔치를 했다고 합니다. 사진 촬영만을 위한 돌잔치나 다름없었던 모양입니다.

잠시 후 동이 어머니가 보내주신 사진에 동이가 참 밝게 웃고 있습니다. 돌잔치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울고 보채는 모습이 그동안 참 익숙했는데. 동이의 행복한 미소가 누구보다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아마 동이는 평생 이 사진을 두고두고 자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번듯한 돌잔치를 치르는 대신에 기부를 하기로 한 부모님의 깊은 마음을 말입니다.

행복한 아이었으면 하는 바람

“우리 동이는 돌잡이로 판사봉을 잡았답니다.”하고 말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자랑스러워 보입니다.

“옳은 일에 나서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할 때는 내 아이 자랑하는 보통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에 부조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는 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꿈을 꾸듯 말했습니다. 부드러운 어머니의 말이 한 마디 한 마디 힘 있게 와 닿습니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판사가 아니어도 이름난 사람이 아니어도 어떻겠어요. 스스로에게 꼭 맞는 행복한 삶의 모양을 찾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적의 어린이재활병원이 지어진다면?

동이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병원이 지어질 즈음이면 동이도 걷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무럭무럭 자라있을 텐데, 재활병원에 와보실 거냐고요. 그랬더니 꼭 병원에 가서 동이 이름을 같이 찾아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기부벽에 있는 수많은 이름 속에서 동이 이름을 찾으면, “네가 지은 병원이야.”하고 칭찬해줄 거라고요.

동이 어머니는 기부를 망설이는 분께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에도 흔쾌히 응했습니다. “기부할 마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하세요. 준 사람이 더 행복해 지는 게 선물이니까요. 이왕 있는 돈, 쓸 거면 기부에 쓰세요. 그게 결국 내 행복에 쓰는 거랍니다.”

첫 생일에 내 친구들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과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운 동이. 얼마나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병원 기부벽 앞에 서게 될지, 그 모습이 그려집니다. 동이처럼 멋진 아이들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날 이 사회의 내일이 참 기대됩니다.

*글= 이예경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이예경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 김동이 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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