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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씨이야기] 담쟁아~ 넌 도시의 오아시스다

 

▲ 1914년 지어진 미국 시카고의 리글리필드. 외야가 녹색 담쟁이 넝쿨로 둘러싸여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장으로 꼽힌다. *사진 출처= 리글리필드 홈페이지

 담쟁아~
너를 알게 된 건 중학교 때 쯤으로 기억해. 낡은 구옥을 허물고 새 집을 지으며 들떠 있을 때 엄마가 네 이름을 알려줬던 것 같아. 우리가족의 새집은 당시 유행하던 빨간색 벽돌. 서쪽 벽면이 높았고 엄마는 그곳을 담쟁이로 채우자고 제안했어. 담쟁이 뿌리가 집을 망칠 거라는 아빠의 현실적인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너로 가득 채워진 우리집을 상상하곤 했어. 아마 네가 심어졌다면 우리집은 주소보다는 네 이름으로 불리울텐데. 아름다운 담쟁이집이라고 말야.

 

▲ 대학로의 상징이 된 샘터 건물. 녹색의 담쟁이가 빌딩 전체를 감싸고 있다.

 *사진 제공= 자유사공 님 (네이버 블로거)

너를 볼 때마다 부러워. 흙이라고는 한줌 없는 벽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이 꿈인듯 천천히 오르잖아. 시인 도종환 아저씨도 ‘담쟁이’라는 시를 통해 네가 가진 매력을 잘 표현해 주셨어. 콘크리트 도시의 절망적인 벽을 녹색 희망으로 바꾼 너의 의지는 칭찬받아 마땅해. 나라면 오를 생각도 못하고 포기했을텐데… 너는 좌절을 모르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롤모델이야. 의지 약한 사람들의 멘토다.

 

▲ 사적 2백 73호로 지정된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관 전경. 담쟁이는 역사의 산증인이다.
*사진 제공= 성아 님 (네이버 블로거)

적막한 도시를 네가 감싸면 어느새 푸른 벌판으로 바뀌는 것을 느껴. 마치 황망한 사막에 보석처럼 빛나는 투명한 호수처럼, 넌 도시를 밝히는 오아시스다. 너를 만나면 사람들은 청명함을 느껴. 그래서 네가 있는 벽면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오래 간직하려고 하지. 내가 처음 카메라를 사서 부지런히 찍었던 첫 번째 피사체도 너로 기억해.

 

▲ 푸르메재단이 시작된 종로구 청운동 108-5번지 건물, 벽에도 온통 담쟁이를 볼 수 있다.
푸르메재단의 웹진 ‘담쟁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진= 한광수 팀장 (홍보사업팀)

넌 고전이야. 오래된 건물, 역사적인 건축물에선 어김없이 너를 만날 수 있어. 사람들은 너를 통해 전통을 느끼고 싶은 것 같아. 네가 나이 들어도 사랑받는 건, 변하지 않는 열정 때문이야. 너는 굵어진 뿌리로 더 많은 양분을 가득안고 검푸른 녹색을 뽐내면 허름한 집도 명소가 되지. 내가 집을 짓는다면 너를 키울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은 낡겠지만 너로 인해 즐거움이 많아질 거야.

▲ 푸르메재단이 입주해 있는 종로구 세종마을 푸르메센터에 담쟁이가 자라고 있다.
1년만에 초등아이 만큼 자란 것을 보면 몇 년쯤 후에는 지역의 명소가 되어있을 것이다.
*사진= 한광수 팀장 (홍보사업팀)

가뭄에 굴하지 않고 비료의 단물 앞에서 기웃거리지 않는 너를 통해 절개를 느껴. 오로지 벽에 기대어 땅 한 평 차지하지 않는 너는 검소함의 표상이야. 내 것 하나 더 늘리겠다고 매일같이 싸워대는 물욕에 찌든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해. 너처럼 살라고 말야.

담쟁아.
도시의 뜨거운 벽면을 초원으로 바꾼 넌, 기적이야.
도시를 아름답게 만든 넌, 참 멋쟁이다.

*글= 한광수 팀장 (홍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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