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음 그대로

[이신영/ 푸르메나눔치과 의료봉사자]


2007년 7월 문을 연 푸르메나눔치과. 전문 의료진의 재능 나눔과 시민 자원봉사로 시작된 장애인 전용치과다. 치과 의사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기 때문에 치과진료비를 대폭 낮춰 그 동안 전국의 많은 장애인이 치료를 받았다. 매일 스무 명 넘는 환자가 내원하고 있고 지금까지 진료건수만 1만 3952건이며 2,350명의 장애인이 혜택을 보았다.


기존 치과 시스템에서 대안적 치과 의료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아온 푸르메나눔치과. 이곳에 숨은 진주가 있다. 현재 예안치과(서울 광화문) 원장으로 재직 중인 이신영 원장.


이 원장은 푸르메나눔치과의 탄생부터 함께 출발을 한 의사다. 매주 한두 번씩 나눔치과에 자원봉사로 참여하면서 장애환자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었다. 사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치과를 벗어나 남을 위해 시간과 재능을 나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푸르메나눔치과의 숨은 진주, 이신영 원장


푸르메나눔치과는 개원한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력 면이나 시스템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원장은 “푸르메나눔치과가 초기에 비해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진료가 많이 힘들었어요. 환자들은 많이 찾아오시는데 의료진이 부족해서 진료하다가 전화를 받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상근의사도 있고 전보다 더 나은 진료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장경수 원장님(푸르메나눔치과 원장)이 개원하실 때, 저에게 일주일에 한 번정도 봉사를 부탁했어요. 원장님을 쫓아 푸르메나눔치과를 방문했을 때, 치과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이 되어 있는걸 보았습니다. 예전에 탈북자 치과진료 봉사활동을 하였는데, 그곳은 장비나 전문적인 치과진료를 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이라 제대로 된 치료를 못해드렸습니다. 그것이 늘 마음속에 작은 부담으로 남아있었는데 이곳이라면 그 부담을 덜어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진료를 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 푸르메나눔치과 3주년 기념식에서의 이신영 원장(오른쪽으로부터 세번째)

그녀는 ‘자원 봉사’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한다. “저는 치과봉사를 하고 나면 만족스럽다거나 보람을 느끼는 감정보다 진료를 하면서 ‘내가 어떤 것이 부족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일을 하다 보면 열심히 준비해도 환자에게 100%만족을 드릴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늘 무엇이 문제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그렇지만 여전히 자원봉사 의료진이 부족한 실정이다. 푸르메나눔치과는 아직까지 치과의료계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자원봉사 의료진을 찾는 일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원장은 계속해서 푸르메나눔치과를 주위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의료분야에 일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재능을 나눌 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한결 같은 마음으로 환자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는 이신영 원장


이 원장의 자원봉사는 남다른 원칙과 소신이 있다. 시간과 여유가 있어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이를 통해 개인적인 만족과 행복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본업’과 ‘자원봉사’를 동일선상에 놓고 일을 한다. 결국 그것은 환자의 만족으로 이어지게 된다.


“푸르메나눔치과는 장애인분들께 진료비 할인을 해드리고 있지만, 그분들께는 할인된 금액도 큰 부담입니다. 이런 분들이 아쉬워하시며 가시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참 많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분들은 진료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스텝들이 환자를 잡고 하게 되는데, 이 경우 가만히 있는 분들에 비해 정확하게 진료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경우 최근 일반치과에서는 마취진료를 합니다. 마취장비나 마취과 선생님이 진료가 가능하다면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원장은 아직은 다른 개원치과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진료받기 힘든 환자들을 위한 치과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자원봉사를 통해 장애인 환자의 어려움을 잘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애착을 가지고 되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외부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리자의 입장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 원장이 꿈꾸는 치과의 모습도 그런 것이다. 내 집처럼 편안하고 아픔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치과, 그런 치과가 전국 곳곳에 생겨난다면 세상이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오늘도 이 원장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치과에 오고 있다.


*글/사진= 김수현 모금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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