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어린이 어머니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김미애/ 푸르메재단 배분사업팀장]


동트지 않은 새벽 ‘스르르’방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일 할 채비를 마친 어머니가 들녘으로 나가시는 모습이 아슴푸레하게 보였습니다.


“음, 엄마! 새벽부터 어디 갈라고?”


“자거래이. 내는 밭에 가 오이 물도 주고 소여물도 끓이고 일이 많다.”


뙤약볕 아래 종일 고된 농사로 비지땀을 흘리시고 틈틈이 집안일에 늘 종종걸음이시지만 오남매 뒷바라지를 위해 가끔씩 남의 밭일까지 하러 가시는 어머니. 한 평생 가족을 위해 손톱 끝이 닳고 손금이 없어질 정도로 일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이부자리 속으로 파고들곤 했습니다.



채소를 다듬고 계시는 어머니

흔히 어머니의 헌신이 자식을 성공의 길로 이끈다고들 합니다. 물론 일방적으로 헌신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반 일리치가 쓴 『그림자 노동』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림자 노동’이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돼 노동의 대가가 정당하게 지불되지 않는 가사, 양육 등의 일을 말합니다. 가부장적 인습이 강한 한국 사회가 한 번 곱씹어 볼 내용입니다.돌이켜보면 어머니가 짊어져야 했던 그 수많은 역할을 나도 모르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은 물론 여성으로서의 연대감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은연중에 어머니에게 헌신을 사실상 ‘강요’해왔던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가사와 양육 등 이른바 집안일을 여성의 몫으로 보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OECD 선진국 그룹 내에서도 매우 낮은 축에 들고요. 사정이 이런데 장애어린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사정은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푸르메재단의 어린이재활센터를 찾는 어머니들과 함께 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아침부터 치료를 받기 위해 아이를 업거나 휠체어에 태우고 오는 분들은 대부분 어머니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장애어린이들을 챙기고 돌봐야 하는 어머니들은 한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십니다.


푸르메한방어린이 재활센터

하지만 어머니들은 당신의 노력이 부족해 아이의 상태가 더 나빠지는 건 아닌지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면서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장애어린이의 어머니들의 고통에 대해 제대로 배려하고 있을까요?“아침부터 아이의 재활치료를 위해 푸르메 재활센터는 물론이고 이곳저곳 복지관 등을 뛰어다니고 집에 돌아가 다른 자식과 가사에 매달리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새벽부터 몸이 부서져라 아침밥 짓고 어린 동생 등에 들쳐 업고 장애어린이를 휠체어에 뉘인 채 재활센터로 나오시는 우리 어머니. 한번이라도 더 치료받기 위해 이 병원 저 복지관 뛰어다니시며 숨 한번 돌릴 여유도 없는 수많은 장애어린이 어머니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푸르메재단이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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