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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에 시 한 편을 쓰면 어떨까요?

[이상기/ 아시아기자협회 회장]


어제 아침 만해사상실천 선양회에서 격월간으로 내는 2010년 3, 4월호 <유심>잡지를 펼쳤습니다. <유심>은 1918년 가을에 창간해 2001년 봄 복간한 시 전문 문예지입니다. 나를 지극히 아껴주시는 오현 큰스님께서 편집고문으로 참여하며 지극한 애정으로 내시는 잡지이지요.

이 책을 만들고 내는 분들은 저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작년 말까지 낙산사 주지로 계시면서 2005년 4월 완벽하게 화재 복구를 해낸 정념 스님이 발행인 겸 편집인이고, 속초 바닷가 출신으로 내가 알기에 우리나라에서 소를 소재로 더할 수 없이 좋은 시를 낸 이상국 시인이 주간으로 있습니다. 춘천불교방송 국장을 지낸 홍사성 선배가 편집위원 그리고 조휘수 기자가 함께 빚어내는 <유심>은 침대 머리맡에서 늘 내게 위안과 상상을 불어넣어 줍니다.

이번 호에는 ‘오늘의 시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주제로 한 신경림 시인의 권두 논단과 고은 시인의 “나는 오늘도 처음으로 시를 만난다.”는 문학의 현장이 소개돼 있습니다.  첫 페이지를 넘기니 “(전략)거룩하여라/호미 든 아낙네들의 옆모습”으로 맺는 이가림 시인의 ‘바지락 줍는 사람들’이란 시가 설악 무산의 그림 아래 펼쳐집니다. 무산스님은 바로 오현 큰스님이십니다. 그분은 시도 좋으시지만 그림 또한 힘이 솟아납니다.

이어서 페이지를 넘기던 중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전에 법보신문에서 일하던 이학종 기자. 1989년 한겨레신문 사건기자로 당시 한창 추진되고 있던 불교계의 북한교류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기자입니다. 불교계에 까막눈인 나는 그에게 참 많이 배웠습니다. 그의 도움으로 한 두 차례 남북한 불교교류와 관련한 특종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 후 연락이 뜸해졌다가 유심을 통해 등단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07년 설 직후 오현 스님께 세배 갔다가 스님 권유로 시를 쓰게 됐다고 하는데 최근 심사를 통과한 것입니다.

이런 게 인연이겠지요. 그의 시 몇 대목과 등단기를 소개합니다.

강가(GANGES)

바랄 게 무엇이겠는가
흘러갈 뿐인 것을
살아 움직임과 죽어 흩어짐
그 틈새 비집는 욕망이
저 강가로 이어졌음을
지금, 나는 보고 있네
흐르는 것은

물결이 아니라 생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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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바라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기억이 아득함으로
성큼 다가오는 것

스치는 바람결에도
시상이 떠오르는 것

오가다 본 모든 것들이
자꾸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
눈 한번 꿈벅하고 말 일에
노여움이 일어나는 것

이래선 안 되지 하면서도
섭섭함이 늘어나는 것

눈물 핑 도는 일이 잦아지는 것 이 봄, 우리 한편의 시를 쓰면 어떨까요?그는 등단 소감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전략) 지난 3년 동안의 내 삶 또한 지독한 악삼재로 우여곡절이 있었고 그런 상황들이 시의 시작에 더 천착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중략) 이제 인생에 있어 또 하나의 의미있는 길을 걷게 됐다. 시는 내 모든 것을 발가벗고 내보이는 것이기에 삶에 대한 태도 또한 달라질 것이다.”

글쓴이 소개

이상기 회장은 1988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한 뒤 2000년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맡아 해외동포기자대회, 동아시아기자포럼(한반도 평화선언문 채택) 등을 주도했습니다. 2005년 아시아기자협회를 설립을 추진해 아시아기자협회 회장과 푸르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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