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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장애아 키우기(2)

뇌의 절반 이상이 기능을 상실해 ‘이해불가’라는 의학적인 진단을 받았음에도 세상 속에서 씩씩하게 살고 있는 13살 한빛이(복합장애 1급)와, 자칭 ‘피터팬 증후군 중증 환자’인 한빛이 아빠의 때론 웃고, 때론 슬프고, 때론 치고받고 사이좋게(?)지내는 ‘좌충우돌 장애아 키우기’이야기가 4월부터 연재됩니다. 이들은 묻습니다. “왜 장애는 불행하다고 할까?”

(2) 겨울을 벗고 봄을 맞이하다– 최석윤(복합장애 1급 한빛이 아빠)

겨울 내내 유니폼처럼 내복을 입고 지내면서 겨울잠 자는 곰 모양 집에서만 지내던 녀석이 봄 햇살이 퍼지는 날이 오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다.

아직은 찬바람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일요일 따신 햇살이 퍼지는 시간에 공원에 나간다. 저도 신나는지 마냥 들떠 발이 땅에 닫지를 않는다. 손 꼭 잡고 걸어가며 노래를 불러대는 녀석(말을 못하는 녀석이 음은 따라 하려 애쓴다)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길거리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다니는 사람이 없다 보니 어디를 가나 눈에 들어온다. 아들이나, 아비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신나게 노래하며 활보를 하니 안 보려고 해도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그렇게 공원에 가니 사람들이 많이 나와 운동을 하고 있다.

아무 준비도 없이 나오니 한빛이는 가지고 놀 것을 찾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공이며, 자전거며, 눈에 들어오는 대로 다 제 것인 양 어찌 해보려는데 대략 난감이다. 어찌어찌 살살 달래서 솔방울에 관심을 가지게 한 다음 놀이를 시작하니 이내 모든 관심을 한곳에 모아준다.

발로 차고, 야구하듯이 던지기도 하고, 멀리 던지고 찾아보라고 하면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연신 웃음을 흘려가며 뛰어다닌다. (오른쪽 팔, 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뇌의 문제도 있어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는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 무리에서 벗어나 놀이터에 가니 회전기구가 마음에 들었는지 성큼성큼 다가간다. 이미 한참 동생들이 모여 놀고 있는데 기구에 올라타더니 어떻게 해 달라는 표정으로 소매를 잡아 끈다.

“이거 탈 거예요?”
“네~~~”
그래서 노역이 시작된다.
힘껏 돌려주면 좋다고 까르르 숨이 넘어가는 웃음으로 화답을 해 주니 기운이 절로 난다. 아이들은 덩치도 큰 놈이 말을 못하자 이상하다는 눈치다.
“형아는 아파서 말을 못해. 더 돌려줄까?”
그러자 이 녀석들도 신나 하기는 마찬가지다.
속도감이 생기자 하나, 둘 모이더니 물러날 생각을 안 한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 보니 숨도 차고, 물 생각도 간절하고, 운동부족을 절실하게 느끼며 그만하고 싶은데 이놈은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 열심히 돌리라고 성화를 부리다 아이들이 하나, 둘 엄마를 찾아가자 저도 시들한지 그네도 타보고, 미끄럼틀도 올라보고 하다 딱히 눈에 드는 것이 없는지 시들해 진다.

오랜만에 사람들 틈에서 한바탕 놀고 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하자는 대로 다 해주니 그것도 좋고, 마음껏 바람을 쏘이고, 운동도 했으니 마냥 좋단다. 집에 오는 길에 떡 버티고 서더니 업으라고 두 팔을 벌려 시늉을 한다.

“걸어갑시다. 아빠도 힘들어요.”
그러자 두 손 합장을 하듯이 모으고서는 입을 삐죽 내밀고 한 마디 한다.
“~~주세요”
웃음이 절로 흐른다.
잠깐 업어주는 시늉만 하고 걸어가자니 잘 따라온다.올 해 지금처럼만 지낼 수 있다면 언제라도 짐 챙겨 나들이를 다니겠다. 경기를 심하게 하는 녀석인지라 마음 놓고 어디 나서지를 못하고 늘 망설이게 되는데 작년에는 특히나 심해 어디 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지금과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 주고, 경기도 좀 줄어들고 하면 올해는 바깥세상과 만나는 일을 자주 만들고 싶다.

하굣길에
학교를 파하고 나오면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인사를 한다.

“한빛이다~~~”, “안녕~~”, “한빛 안녕~~”
마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한빛이도 저렇게 다니면 좋을 텐데…… 한 녀석이 멀리서 부르며 달려온다.
“안녕~~” 한빛이는 소 닭 보듯 한다.
인사를 하지 않은 한빛이가 이상한지 녀석은 한빛이를 쳐다보며 묻는다.

“한빛이는 왜 아파요?”

“응~, 어릴 때 세균이 몸 안으로 들어왔어”
“잘 안 씻어서 그래요?”
“그건 아니고 태어나서 아기 때 나쁜 세균들이 몸으로 들어 온 거야.”
“병원에 다녀요”
“응,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막 울어요?”
“많이 아프면 울기도 해”
“그래서 말을 못하는 거예요?”
“응”
“그럼 몸으로 표현해요”
“응, 말을 못해서 그렇게 하는 거야”

궁금한 것이 많은지 형사가 취조를 하듯 꼬치꼬치 물어온다

진술서 작성하듯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자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안녕 한빛~~”

그러거나 말거나……저 하고픈 것에만 관심을 보이는 녀석이다

큰소리로 인사도 잘 하더니만 학교 들어가면서 다 반납한 모양이다
다시 처음부터 큰소리로 인사하는 것을 가르친다.
잘 하던 녀석이 그러니 답답하다. 수줍어하는 건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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