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엮이는 것

 



심 영 보

CBS FM PD


 언젠가 프로그램 제작회의 풍경이다. 프로그램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평가를 여러 동료들이 이야기 하는 순서였다. 그 가운데 한 마디. "매일 어렵고 힘든 이웃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 말고~(좀 지겹다는 뉘앙스) 뭔가 따뜻한 이야기들을 폭넓게 (신선한 것)담았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함께 사는 세상>을 제작하지 않았다면 그런 말을 아주 당연하게 했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일에 '개입'되거나 '관계'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는 남들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아주 쉽게 하게 되는가 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다가 창사 50주년 기획 캠페인으로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를 1년 동안 맡게 되면서 하루 하루가 우울해져 갔다. 특히 빈곤 아동의 문제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남의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인구의 25% 정도가 빈곤계층이라는 비공식적인 통계치를 그대로 믿을 순 없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 빈곤 문제의 심각성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남부럽지 않게 살던 중산층 가정이 한 번의 사업 실패로, 사고로,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었고, 절대빈곤층 역시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길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기막힌 사실을 실감하게 되면서 '사회안전망'의 구축을 역설했다.


그런데, 그 사회안전망이 과연 언제쯤 갖춰질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는 분배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다시 '나눔'이란 말을 생각해보니. 나와 그들의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될때 '나눔'의 구체적인 행동들은 시작된다. 1년 동안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를 제작하면서 깨달은 결론 하나!


이웃과 나누는 삶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분들의 공통된 특징은 '나눔'을 객관적 문제로 분석하고 사고하고 계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것으론 느끼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진 분들 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을 자신의 삶에 '개입'시켜 '우리'라는 따뜻한 끈을 만들어가는 분들이라는 것이다.


엮이고 엮이는 삶!나눔은 그런것이 아닐까?


 


심영보 PD는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CBS 12기로 입사해 교양 프로 PD로 활약했다. 93.9 Mhz 음악방송의 대표적인 프로인 <저녁스케치 939>를 제작하면서 음악에 눈뜨게 됐다. <서남준의 월드뮤직>과 <이정식의 0시의 재즈>를 맡는 등 아름다운 음악 프로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현재 테너 김동규씨가 진행하는 <김동규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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