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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꿈

 

권 복 기
(한겨레신문  공동체 팀장)

저는 요즈음 오래 전에 잊었던 꿈을 다시 꾸고 있습니다. 참으로 행복한 꿈입니다. 누가 가로챌 걱정이나 누가 내 대신 이룰까 걱정 안 해도 되는, 아니 그 꿈을 함께 꾸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꿈입니다. 제가 꾸는 꿈은 그 꿈을 꾸는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는 꿈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제 마음을 아프게한 것은 곤충을 함부로 다루는 동네 친구들이었습니다. 잠자리의 꼬리를 자른 뒤 성냥개비를 꽂아 날리는 것을 보면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픈지. 잠자리나 매미를 잡아서 노는 아이들에게 조금 갖고 놀다 놓아주자고 설득하기도 했지만 말을 듣는 친구는 드물었습니다.

왜 저렇게 힘없고 약한 곤충을 괴롭힐까. 사람과 동물, 심지어 곤충까지  서로 괴롭히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그 시절 제가 가진 의문이었습니다. 자라면서 그런 생각은 곧 잊혀졌고 제 관심은 사람으로 향했습니다. 세상은 사람 사이에도 뺏고 뺏기고,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곳이었습니다. 알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많은 분들이 나섰지만 여전히 세상은 바뀐게 없어 보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지만 힘없고 약한 사람을 업신여기고 사람보다 돈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게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입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나 장애인, 여성 등을 사회적 약자를 무시합니다. 우리나라에 일하러 온 외국인을 차별하고 천대합니다. 사람에게도 그러니 동물이나 곤충은 말해 무얼 하겠습니까. 저는 한동안 세상은 그런 곳일 뿐이라 체념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다시 어린 시절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이기심 때문이었습니다. 험한 세상이지만 나라도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의 평화를 찾다보니 세상의 평화가 없이는 나역시 평화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 만물이 행복하지 않으면 제가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삶은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이런 생각과 함께 어둠을 쳐부수는 것 보다 어둠 가운데 꺼지지 않는 빛을 하나 밝히고 그 빛을 더욱 밝게 하는 게 세상을 바꾸는 빠른 길임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됐습니다.

돌아보니 이미 수많은 분들이 그런 깨달음을 얻어 어떤 삶이 행복한 것인지 밝혀 놓으셨더군요. 제가 좋아하게 된 에머슨의 시 구절입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김구 선생님은 <백범일지>에서 놀라운 혜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에 대해 말씀하셨더군요. 김구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시면서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과 자비. 예수님과 부처님께서는 사랑하고 자비를 베푸는 삶이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고 소중한 삶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방황하는 게 아니라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입니다. 그 일은 성인만이 할 수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위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 힘들어하는 사람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것, 걸려온 전화를 친절하게 받는 것, 적은 돈이라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나누는 것 등등. 사랑과 자비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실천은 우리에게 더할 수 없는 행복감이라는 신비로운 선물을 줍니다.

 

저는 요즈음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가 지구라는 별에서 잠깐이라도 다른 존재의 행복을 위해 움직일 수 있음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저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선조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습니다. 지금 제게 괴로움을 주는 분들도 있지만 그 분들에게조차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셨나봅니다.

저보다 앞서 많은 분들이 지금 제가 꾸고 있는 꿈을 꾸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많은 성자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길을 닦아 놓으셨다고 믿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분들이 닦은 길에 놓인 작은 돌멩이 하나를 치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 사람 뿐 아니라 사람과 동식물, 심지어 바위나 산, 강 같은 모든 존재와 행복하게 어울려 사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함께 꾸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그런 일에 제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여러분 마음 깊은 곳에도 저와 같은 꿈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과 그 꿈을 이루는 길에서 만났으면 합니다.

이 글을 쓴 권기복 님은 대구 성광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93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민권사회1부, 한겨레21부, 정치부, 경제부, 문화생활부 등을 거쳐 지금은 문화부문 공동체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뭇 생명까지 섬기며, 모두가 한 가족처럼 사랑과 평화를 나누며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틈틈이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고 삼라만상을 자비로 대하고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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