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사회성을 높이고 성인들은 사회의 삶을 누리고...

[독일 장애인 시설을 둘러보다] 2편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


 


도미니쿠스 링아이젠은 장애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설립된 생활시설로 130여 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독일의 여러 지역에 시설을 두고 있다. 그 중에서 우리는 마이작 게른린덴(Maisach-Gernlinden)에 위치한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Dominikus-Ringeisen-Werk Maisach)을 찾았다.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은 도미니쿠스 링아이젠의 장애인 생활시설 중에서도 작은 규모에 속한다. 장애어린이를 위한 교육 및 재활시설(방과후 교실), 근로가 가능한 성인 장애인 시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로 구성되어 총 24명이 거주하고 있다.


▲ 독일 내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시설 위치도. 동남부의 마이작 게른린덴 지역에 위치한 곳이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
▲ 독일 내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시설 위치도. 동남부의 마이작 게른린덴 지역에 위치한 곳이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

마이작 게른린덴 지역에서는 아이가 1~2세가 되었을 때 장애가 발견되면 의사는 특수한 시설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린다. 부모가 동의하면 아이는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과 같은 생활시설로 위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의 경우 담당자는 장애가 발견된 아이의 가정으로 찾아가 재활상담과 부모교육을 병행한다. 장애 초기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정보 이외에도 양육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까지 제공한다. 장애에 대한 명확한 판정이 이루어지면 물리, 언어, 작업치료 등의 특수치료가 진행되기도 한다. 성장하면서 필요한 지역 내 어린이집 등에 대한 정보 역시 이곳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을 이용할 지에 대해서는 처음 장애를 판정한 담당의사와 교육부 담당관, 전문가, 부모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아이의 의지와 부모의 의사를 존중한다.


▲ 방과후 교실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조용해진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의 전경. 일터에서 돌아올 성인 장애인을 맞이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하다.
▲ 방과후 교실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조용해진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의 전경. 일터에서 돌아올 성인 장애인을 맞이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듯 하다.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에는 정신장애 영역의 장애인이 많다. 독일의 특수학교는 한 반에 6명 내외로 구성되며, 중증장애인에게는 1 대 1로 추가 인력이 지원되기도 한다. 일반 초등교육이 4년인 반면 특수학교는 5년이다. 장애어린이의 낮은 지적 습득 능력을 고려해 아이들이 스스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 기간을 1년 연장한 것이다.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의 주안점 중 하나는 아이들이 지역 내 다른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며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 걸음이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은 각 장애 정도에 맞게 걷거나 학교 버스,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서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으로 간다.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점심시간이 이어진다. 점심식사 역시 사회성 학습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식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포크와 나이프를 준비하고 샐러드 등을 담아오는 것 하나하나가 교육 과정이다.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이지만 학교에서 진행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해 추가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 각 방뿐만 아니라 복도, 거실 등 공동 생활 공간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집의 한 켠이라 여겨질 정도이다.
▲ 각 방뿐만 아니라 복도, 거실 등 공동 생활 공간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집의 한 켠이라 여겨질 정도이다.

아이들은 오전 7시에 집을 나서서 학교와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간다. 하루하루가 고된 일정이기 때문에 점심식사 후 피로 해소를 위한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그 후 통상 4명이 한 반이 되어 학교 숙제와 읽고 쓰기에 대한 추가 교육 등을 받는다. 숙제가 없거나 다른 친구가 교육 받을 때 옆에서 방해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역시 인내심 훈련이다. 1회 교육은 약 30분 간 진행된다. 숙제를 마친 후 주어지는 놀이 시간, 간식 시간 등 하루 일과가 사회성에 초점을 두고 이뤄지고 있다.


▲ 시간을 숫자가 아닌 색깔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진 ‘타임타이머’. 시간을 입력하고 작동시키면 빨간색이 줄어들어 시간이 감소하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벨크로(찍찍이)로 된 이미지를 부착해 타임스케줄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
▲ 시간을 숫자가 아닌 색깔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진 ‘타임타이머’. 시간을 입력하고 작동시키면 빨간색이 줄어들어 시간이 감소하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벨크로(찍찍이)로 된 이미지를 부착해 타임스케줄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

또한 언어, 작업, 물리치료 및 심리운동과 같은 개별치료와 부모, 조부모, 이웃주민 등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그 외에 그림자 치료(한 아이의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어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반응을 체크하는 치료로, 자아개념이 성립되는 12세 이후에 진행)와 같은 개별치료도 받을 수 있다. 의사, 치료사 등을 통해 매달 목표와 치료가 수정되며, 그럴 때마다 다시 구체적인 세부 목표가 설정된다. 치료마다 치료사와 의사가 공유하고, 아이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과 중장기적인 계획이 일관성 있게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 난간을 잡고 오르거나 벽에 걸쳐 있기를 좋아하는 장애인의 근력 운동을 지지해 주기 위해 추가적으로 설치한 문
▲ 난간을 잡고 오르거나 벽에 걸쳐 있기를 좋아하는 장애인의 근력 운동을 지지해 주기 위해 추가적으로 설치한 문

▲ 휠체어로 이용 가능한 싱크대. 장애인 입장에서 고민하고 장애유형을 고려해 지원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 휠체어로 이용 가능한 싱크대. 장애인 입장에서 고민하고 장애유형을 고려해 지원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또 다른 역할은 근로가 가능한 성인과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다.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1인 1실에서 생활한다. 각 방은 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구성될 뿐 아니라 개별 성격에 맞도록 시설물을 변경하거나 설치한다. 또한 주말에는 가족과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가족의 숙박은 허용하지 않는다.


본인이 퇴실 의사를 밝히거나 고령 등을 이유로 요양시설로 옮기기 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시설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대기자가 많아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국가에서 이러한 시설을 증축하면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국가에서 당연히 지원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 바닥재, 가구, 액자, 소품 등 방을 꾸미는 모든 것을 장애인 본인이 결정한다. 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액자를 벽에 못을 박아 고정시키는 작은 배려를 통해서도 이 방의 주인이 시설이 아닌 장애인 개인임을 느낄 수 있다.
▲ 바닥재, 가구, 액자, 소품 등 방을 꾸미는 모든 것을 장애인 본인이 결정한다. 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액자를 벽에 못을 박아 고정시키는 작은 배려를 통해서도 이 방의 주인이 시설이 아닌 장애인 개인임을 느낄 수 있다.

일할 수 있는 성인을 위한 공간을 증축 중이었다. 장애인 중 일반 회사나 기능직으로 취업하는 장애인이 늘어남에 따라 장애유형에 맞추어 자립생활이 가능한 인테리어를 갖추려고 한다. 싱크대의 높이는 일반 기성품보다 낮고 요리하는 선반 아래는 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할 수 있도록 비어있다. 목욕할 때 뜨거운 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샤워기의 이중 온도조절 밸브, 비상벨 등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있다. 같은 평수의 일반 시세는 1,000유로인데 반해 여기는 월 500유로로 저렴한 편이다. 운영은 각 기관(법인 산하의 생활시설과 별도로 있는 법인체)에서 맡고 있다.


▲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의 운영책임자 킬러만 씨.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안내를 마친 후 각 방의 요소요소를 직접 보여주는 그녀에게서 즐겁게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 도미니쿠스 링아이젠 마이작의 운영책임자 킬러만 씨.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안내를 마친 후 각 방의 요소요소를 직접 보여주는 그녀에게서 즐겁게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시설 안내를 맡아준 킬러만(Killermann) 씨는 장애어린이들을 가두어 두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지역사회 주민과 함께 하는 사진 전시 프로젝트, 크리스마스 시장 등을 통해 장애인 시설이 있다는 것을 홍보하며 잦은 접촉을 유도하고 있다. 장애인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어릴 때부터 장애인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교육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통합을 향한 첫 걸음이라는 말을 마음에 담고 다음 여정을 위해 돌아섰다.


*글, 사진= 강정훈 간사 (나눔사업팀)


주       소 : Hermann-Lons-Str.27 822216 Maisach-Gernlinden

전       화 : 08142-445380

홈페이지 : www.dominikus-ringeisen-werk.de

이  메 일 : maisach-gernlinden@dominikus-ringeisen-werk.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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