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서 의료진까지, 함께하는 치료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오사카 연수 2편_어린이재활 시설편>


부모에서 의료진까지, 함께하는 치료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일본의 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비행기를 타고 동해를 건너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생각이 스쳐갔다. 푸르메재단에서 어린이재활병원의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이번 일본 연수는 더욱 특별해졌다. 일본의 재활병원 및 시설 견학을 통하여 마포구에 지어질 재활병원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최고의 병원이 되길 희망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일본은 70년대부터 조기치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18개월 미만 어린이에 대한 발달검사가 의무화 되어 발달지연 어린이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행정적 지원을 통하여 갱생요육센터 등 관련 시설에서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어머니를 보육사의 관점으로 - 오사카갱생요육센터


연수 첫 날 찾아간 오사카갱생요육센터는 오사카시 재활훈련센터의 한 기관으로 아이들의 발달장애를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1984년에 건립된 오사카시 재활훈련센터는 갱생요육센터와 오사카시립 심신장애인 리허빌리테이션센터, 오사카 직업훈련센터 세 개의 기관이 협력하여 장애인을 지원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리허빌리테이션센터는 장애를 갖거나 의심되는 사람들이 찾아가 의료나 심리적 상담을 통하여 장애 판정을 받는 곳이다. 이 곳에서 장애 판정을 받은 어린이의 경우 갱생요육센터를 이용하여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의 자립을 목표로 훈련을 받고 성인이 되면 직업 훈련센터를 이용하여 직업훈련까지 받게 된다.


 



▶오사카갱생요육센터 전경. 80년대 지어진 낡은 시설이지만 관리가 잘되어 있다. 벽을 휘감고 있는 담쟁이가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다.


오사카갱생요육센터는 오사카시 히라노구에 위치하여 지적장애어린이, 신체장애어린이 등 취학 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재활훈련을 지원하고 장애가 있는 성인들의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 자립을 돕는 센터이다. 평균이용기간은 1~2년 정도이고 이용자 수는 복지형아동지원센터 30명, 의료시설은 40명이 이용하고 있었다.


현재 일본은 아이들의 발달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고 한다. 발달이 조금만 늦어도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상담을 받고자 센터를 방문 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장애유형이 발달장애가 많았다. 센터에서는 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성장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종합적인 평가와 참관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아이의 잠재력이 최대한 나올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있었다.


(왼쪽)요육센터 2층 테라스를 야외 놀이터로 활용하여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여름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른쪽)복도 한쪽에 아이들이 치료 받는 내용과 식단표를 공개하여 보호자와 공유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갱생요육센터를 둘러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아이와 어머니, 치료사가 함께 치료를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등원을 하여 1대 1로 40분씩 진료와 훈련을 받으면서 치료 일과를 함께 하는 것이다. 센터에서는 훈련 뿐 아니라 아이의 일과표, 식단표, 소아과 개별 진찰표를 공유하여 어머니의 눈높이가 아닌 보육사의 시점으로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이 덕분에 아이가 시설을 나가 지역사회로 돌아갈 때 어머니가 보육사의 관점으로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어머니를 전문 보육사로 만들게 되어 장애어린이에게 매우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왼쪽)세면대를 복도 한쪽에 낮게 설치하여 손을 씻는 것도 자연스럽게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른쪽)신발서랍장을 복도와 연결되게 설치하여 공간을 활용하고 신발 벗고 치료실을 이동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센터는 건립된 지 3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할 때 세심한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복도에 한쪽 벽에 아이들을 위한 세면대를 만들고 신발 서랍장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여 세수를 하고 신발을 벗는 일 조차 훈련이 될 수 있었다. 치료실로 들어가는 복도 에 신발을 벗고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동 할 수 있도록 했다. 벽면의 손잡이도 낮게 설치되어 이동이 편리하였다.


푸르메재단이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으려 한다는 말을 들은 요육센터 관계자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아이들의 치료를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많은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하였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라서 교육 프로그램이 자주 바뀌며 세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어린이의 치료에서 자립까지 성장 발달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되새기게 되었다.


중증장애어린이에게 편안한 안정을 – 오사카발달종합양육센터


두 번째 날 찾아간 오사카발달종합양육센터는 오사카시 히가시스미요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오사카 소아재활병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1970년 신체장애어린이 시설인 와카바 (증증 심신 장애어린이 입소시설)를 시작으로 설립된 종합양육센터는 와카바 40명, 페닉스(중증장애인 입소시설) 80명으로 총 120명의 환자가 입소 가능하고 현재 약 96%가 이용하고 있었다. 외래 치료의 경우 1,230명이 이용하고 있어 사전 예약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어 보였다.


 



▶오사카발달종합양육센터 전경. 흰색의 건물이 일반 병원처럼 느껴졌다.


오사카발달종합양육센터는 보바스 치료를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70년대에 도입하여 신체 부작용 아이들의 집중적 치료를 시작하였는데 뇌성마비를 치료하는 의사가 없어 힘들었다고 한다. 더불어 0세부터 조기치료를 진행하며 재택치료도 함께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일본의 뇌성마비재활치료에 대한 생각은 평생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기에 재택치료는 큰 이슈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의 보편적인 치료 방법이 되었다고 한다.



▶ (왼쪽)부모와 함께 작업치료를 받아 환자상태에 대하여 공유가 잘되고 있었다. (오른쪽)아이와 부모가 대기하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발달종합양육센터에서도 치료를 받을 때 부모와 함께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갱생요육센터와 다른 점은 막혀진 공간이 아닌 확 트인 공간에서 치료를 받는 다는 것이었다. 치료사들도 개별 공간을 두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공간 안에서 사무일도 함께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외래환자가 많은 곳이기에 효율을 선택한 것 같았다.



▶ 보장구를 가구전문가가 직접 수리해주고 있었다. 환자에 맞게 세밀한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휠체어 보장구는 수리사에게 받아야 하고 그 기간도 만만치 않다. 발달종합양육센터는 가구전문가가 아이들의 신체에 맞게 언제든 수리를 해주고 있었다.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아이에게 맞춤형으로 진행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화장실 안에 크고 튼튼한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여 성인도 이용 가능하다. 접이식으로 되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발달종합양육센터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뇌성마비장애인으로 보였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에서 몇 가지 특이한 부분을 발견하였다. 우선 척추 손상 환자도 변기에 몸을 기댈 수 있도록 등받이가 앞으로 나오고 튼튼하게 설치되어 있으며 성인들도 기저귀를 갈 수 있도록 많은 기저귀 교환대가 있었다. 세면대 또한 배수구가 크게 되어 있어 오물을 씻기에 편하게 되어 있었다.



▶ (왼쪽)기구의 도움을 받아 앉아 볼일을 볼 수 있는 변기 모습. (오른쪽)앉을 수 없는 환자들이 누워서 용변을 볼 수 있도록 한 침대 형 변기도 있었다.

변기에 앉아서 팔을 받치고 볼일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변기와, 누워서 볼일을 볼 수 있는 침대형 변기도 눈에 띄었다. 몸을 가누기 힘든 환자들을 위한 아이디어가 많아 보였다.



▶ (왼쪽)침대를 싫어하는 환자를 위하여 좌식 공간의 입원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오른쪽)입원 환자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는 모습. 환자에 대한 케어를 보호자가 아닌 간호가가 담당하고 있었다.


화장실 외에도 입원 시설에서 눈에 띄는 점은 침대가 아닌 좌식 생활하는 환자들을 위한 배려였다. 보통 병원을 생각하면 침대가 놓여있는 병상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침대를 싫어하는 환자들을 위하여 매트를 깔고 이불을 놓아 환자들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누워있는 환자들은 모여서 쉬는 공간에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치료사들이 과일을 하나씩 들고 찍은 사진들. 어린이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한 배려가 아닐까.


일본의 복지제도는 만 18세로 복지지원이 달라진다고 한다. 18세 미만의 아이는 아동복지법을 적용 받아 발달지원 사업이 의무화 되었고 18세 이상은 종합지원법에 따라 자립지원사업을 통하여 평생지원을 받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만 18개월 미만의 어린이는 발달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여 장애의 판정이 일찍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유아 발달검사가 의무화 되어 많은 어린이가 검사를 받고 있지만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은 우리도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갱생요육센터와 발달종합센터를 보면 치료실에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어린이가 치료를 받을 때 부모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부모가 보육사로서 아이를 지원하고 이해하면서 생활을 설계해 나가는 모습이 이상적으로 보였다.

중증의 장애어린이에게는 가정방문서비스를 통하여 집에서 상담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때 치료사들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간호사, 보육사 등 아이에게 필요한 사항에 따라 그룹을 이루어서 방문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번 연수를 다녀오면서 푸르메재단이 꿈꾸는 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설이 우수한 것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용하는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이 편리한 병원, 나아가 치료가 확실한 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푸르메재단이 세울 어린이재활병원을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글= 김수현 모금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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