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애인 작업장(3) 복지공장 마호로바


 


“빵은 발효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에 밤 12시에 출근하는 팀도 있고, 새벽4시에 출근하는 팀도 있다. 장애인을 너무 착취하는 것 아니냐고 우리끼리 우스개 소리도 한다.” 복지공장 <마호로바>의 몬구치 준이치 시설장은 ‘착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복지공장 가운데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는 곳은 마호로바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복지공장은 소규모 작업장보다 규모가 크고, 일의 결과나 효율이 한결 중시된다는 점에서 성격도 다르다. 장애인 고용창출이 복지공장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수익을 내야하고, 일반 기업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장애인의 노동 능력에 맞춰 일감을 주는 소규모 작업장과는 달리 일감을 처리할 수 있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달라진다.


우리 일행이 고베 시와 미키 시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구사다니강 상류의 자연림에 둘러싸여 있는 마호로바를 찾았을 때, 마침 이동판매 차량이 공장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빵을 차에 싣고 있는 참이었다. 이동판매 차량에는 먹음직스런 식빵과 바게트가 그려져 있다. 차에 씌어진 광고 문구는 “직접 손으로 구운 빵 맛을 댁으로 배달해 드립니다”라는 것. 그림에서도 글에서도 장애인이 만든 빵이라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모두 7대인 이동판매 차량을 운전해 주택단지 등에서 자리를 잡고 파는 일도 전원 비장애인이 맡고 있다.


이동판매 차량에 빵을 싣고 있는 모습

마호로바 이동 판매 차량의 모습

이동판매 차량이 부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동판매 차량에서 빵을 팔 때, 설사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할지라도(물론 전혀 없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과 함께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장애인이 만든 빵이라는 표시를 전혀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빵 판매에 지장이 있는 것일까. 같은 값이면 복지공장에서 만들 빵을 사려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마호로바 측의 설명은 단순했다. 운전하고 빵을 판매하고 계산을 하는 일을 한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중증 장애인으로서는 힘들다는 것.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것이 복지공장의 목표지만 그것도 이익을 낸다는 전제가 충족되었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 이익을 내기에 가장 효율적인 구조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읽히는 부분이다.


마호로바의 빵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48명이다. 32명이 장애인이고, 이 가운데 15명은 마호로바의 그룹홈에서 생활한다. 복지공장에서 낸 수익이 복지재단 기금으로 들어가고, 다시 그룹홈과 같은 비생산적인(?) 시설에 투입된다. 몬구치 시설장은 “복지공장이 이익을 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우리는 지난해 400만엔의 순익을 올렸는데, 복지공장으로서는 아주 예외적”이라고 밝혔다.


마호로바 빵 공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

빵 공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작업 모습은 여느 장애인 작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업공정을 세분화해서 정신지체 장애인이 반복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신체 장애인은 신체적 능력에 걸맞는 일을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을 한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를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몬구치 시설장은 “작업 시간 중에 개인적인 상담을 요청해 오면 일 끝나고 얘기하자고 한다”고 털어놨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마호로바 공장의 업무 테이블에 놓여 있는 판매 계획서다. 매일 매일 판매처로 공급되는 수량, 이동판매 차량에서 직접 판매하는 수량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좀 더 규모가 작은 작업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교감이나 인간적인 배려와는 다른 분위기를 이 도표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이동점포와 일반 제과점에 공급할 분량을 꼼꼼히 기록한 서류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그래서 이익을 더 많이 내겠다는 것만 봐서는 일반 기업과의 차이점을 알기 어렵다. 이렇게 규모를 키우려는 이유가 장애인 고용을 늘리려는 데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과연 장애인을 위한  일터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몬구치 시설장은 “매출액 대부분이 인건비로 나간다”면서 “경영 컨설팅을 받으면 감원하라는 말부터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호로바 복지공장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월 16만엔. 여기에 장애연금 8만엔과 후생연금(회사가 절반 부담)을 합하면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 그리고 퇴직 후에도 비교적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마호로바는 일하는 사람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한편 이익을 내고 있는 복지공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후쿠이 현에서 복지공장을 세우려는 사람이 경영 컨설팅을 의뢰해왔다고 한다.


천리교 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마호로바는 복지공장과 그룹홈 5곳 이외에 어머니집과 지적장애인 소규모 작업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처음 마호로바가 세워진 것도 종교와 연관이 깊다.


몬구치 시설장의 집안과 가까이 지내던 한 천리교 교우의 아이가 장애인이었다고 한다. 18살에 학교를 졸업한 뒤 갈 곳이 없다는 교우의 하소연이 몬구치 시설장의 아버지(현 마호로바 이사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장애아의 부모는 격리된 수용시설에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으며, 아이가 능력에 한계가 있다 할지라도 그 한계를 충분히 끌어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몬구치 시설장. 지난해부터 마호로바가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처음엔 특별히 사회복지시설을 만든다는 의식도 없었다고 한다. 1983년, 몬구치 시설장의 집에 사설 작업소를 설치했다. 몬구치 시설장의 누나가 나서서 “빵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만들 수 있으니 집에서 일단 함께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아마 이 누나가 음식 솜씨가 좋은 분이었나 보다. 담백하고 달지 않은 빵, 첨가제를 쓰지 않는 빵을 찾는 사람이 차츰 늘어나 오늘 날 50명이 일하는  빵 공장으로 성장했다.


일본 복지공장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는 마호로바에도 고민은 있다. 비교적 장애의 정도가 덜하고 일의 숙련도가 높은 사람들이 자꾸만 빠져나간다는 것. 일본에서 만나본 많은 복지시설 운영자들이 같은 고민을 털어 놓으며 “사회복지 계에도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런 고민마저도 부러워지는 면이 있다. 다양한 형태와 수준의 일터가 존재하고, 그런 일터들이 장애인을 끌어가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미영/푸르메재단 사무국장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