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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게 – 제2회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3종 경기대회

“은총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은총이 아빠 박지훈 씨의 이 말 한 마디에서 모든 것은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철인들이 함께 헤엄치고 패달을 밟고 달리는 가슴 벅찬 도전 말입니다.

9월 14일, 어느 평범한 일요일.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낯선 사람들이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일대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영수트에 맨발, 한 눈에 보아도 건강함이 넘치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그 중에는 긴장한 얼굴을 한 ‘은총이 삼촌’ 가수 션도 보입니다.


▲ 이번 대회 코스. 사람들이 산책이나 소풍을 위해 찾아오는 곳인 만큼
아름다운 코스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잔인할 만큼 힘든 길이 될 것이다.

여기는 바로 <제2회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3종 경기대회>의 출발 지점입니다. 이날 참여한 철인은 모두 822명.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각각 정해진 시간 안에 달리는 극한의 도전이 시작됩니다. 한강과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강변북로까지 아우르는 코스입니다.


▲ 오른쪽부터, 이정식 푸르메재단 대표, 맹호승 국민생활체육전국철인3종경기연합회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박지훈 씨(은총이 아빠), 션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경기에 앞서 모두 한 데 모여 개회식을 가졌습니다. 철인 3종경기 연합회와 가수 션 씨는 철인들이 모은 참가비 6,008만 원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이정식 푸르메재단 대표에게 전달했습니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철인들의 얼굴에 뿌듯함이 비쳤습니다. 이 표정에 바로 이 대회의 특별함이 있습니다. 은총이처럼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마음으로 한데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강 물살을 가르는 철인들

아침 8시, 드디어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뿌우’하는 소리와 함께 철인들이 한강으로 뛰어들고 잔잔하던 한강에 온통 물보라가 일었습니다. 한강을 반쯤 건너는 거리를 왕복하는 코스. 게다가 두 바퀴를 돌아야 합니다. 철인들은 유유히 흐르는 물살을 거슬러야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런 선수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응원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졌습니다.

은총이는 철없이 아빠를 보채 고무배에 타더니 이내 싱글벙글, 응원하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아빠는 은총이를 태운 보트를 허리에 매고 조금씩 물살을 거스릅니다. 은총이에게 물이 튈까 염려하는 건지 팔에서만 물보라가 입니다.

은총이네를 뒤따라 곧장 출발한 션도 힘차게 물살을 가릅니다. 물속에서는 가수도 푸르메재단 홍보대사도 아니고 그냥 291번 선수입니다. 이 선수, 은총이네 부자를 외롭게 두지 않겠다며 철인3종 경기에 출사표를 던진 지 2년 째. 수영이 가장 덜 익숙하고 힘들다더니 제한시간 한 시간을 거의 채워 아슬아슬하게 완주했습니다. 덕분에 응원열기가 더욱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마의 45km, 100kg의 무게

은총이 부자가 도전할 다음 관문은 사이클. 마의 코스라 할 만 합니다. 부쩍 자라버린 은총이와 튼튼하고 안전하지만 더 무거워진 새 트레일러는 합쳐서 100kg에 달합니다. 이제 막 한강을 가르던 아빠에게 너무 가혹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마주 오는 바람의 무게와 이제 하늘 한복판을 향해가는 늦여름 햇볕까지. 은총이 아빠가 견뎌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 반환점 직전, 은총이네의 자전거와 트레일러를 보지 못하고 앞지르려고 속도를 높이는 선수가 있으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구간. 선수들은 저마다 팔을 뻗어 은총이네를 지켜주고 있다.

강변북로로 진입하는 오르막을 지나 코스를 여섯 번 왕복하는 힘들고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은총이 아빠의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람이 빠져버린 것입니다. 은총이네를 뒤따르던 여섯 명의 서포터즈가 함께 멈춰섰습니다. 가까스로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출발하려하니 지켜보고 있던 관람객들도 열성 응원단이 되었습니다. 목이 쉬도록 파이팅을 외치는 응원단을 향해 보내준 환한 미소가 모두의 마음에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함께 뛴다.’는 것이 이런 거였나 봅니다.

션도 서둘러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수영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려면 좀 더 힘을 내야합니다. 수영 수트를 벗으니 다리에 온통 되어있는 테이핑이 눈에 띄어 연습량을 가늠케 합니다. 힘차게 패달을 밟아 바람을 가르는 모습이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번 경기가 그냥 ‘자기와의 싸움’이었다면 해낼 수 있는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승점을 향해 다시 힘찬 출발

드디어 마지막 코스, 자전거를 바꿈터에 두고 신발끈을 질끈 매고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은총이는 트레일러에서 휠체어로 갈아타고 아빠는 휠체어를 밀고 힘차게 땅을 박찹니다. 달리기 10km. 이 거리를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 일텐데 41.5km를 수영하고 자전거를 타고 온 직후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인 와중에 야속한 태양은 더욱 뜨겁게 이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을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 왕복하는 코스입니다. 산책로로 사랑받는 아름다운 길이 잔인한 마지막 코스가 되었습니다. 숨을 고르며 힘차게 뛰는 선수들을 위해 지켜보는 사람들은 함께 뛰기도 하고 큰 환호를 보내줬습니다. 션은 3시간 2분대의 우수한 성적으로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제한시간인 3시간 30분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선수 개인의 실제 출발시간 등을 감안해 추후에 정확하게 계산하기 때문에 전광판 시계는 제한시간을 넘겼어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지쳐 주저앉은 채로 한참 숨을 고르던 션도 다시 일어나 트랙을 되돌아 뛰어갑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하염없이 길 끝을 보고 있습니다.
‘우와!’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뜨거운 응원이 쏟아집니다. 그 끝에 은총이와 아빠, 션 삼촌, 은총이 서포터즈를 자처한 선수들이 달려와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감격이라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뜨거운 것이 느껴지고 한동안 환호성과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결코 끝나지 않을 희망의 레이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51.5km의 혹독한 레이스가 끝났습니다. 장애어린이들을 위해 800여 명의 철인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린 이 곳 마포구 상암동 일대는 2016년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열면 장애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닐 곳입니다. 이 길을 수놓았던 철인들의 뜨거운 도전과 사람들의 함성이 언제까지나 길 위에 남을 것입니다.

은총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은총이 아빠의 도전은 더 이상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닙니다. 시민 6,000명의 나눔으로 올해 3월 첫 삽을 뜬 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열면 은총이 같은 장애어린이가 하루 500명씩 치료받게 됩니다. 그 날까지 우리 모두가 함께 뛰는 희망의 레이스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글= 이예경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한광수 팀장 (커뮤니케이션팀), 임상준 팀장 (대외사업팀), 이예경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 김준환 간사 (모금사업팀), 김경섭 간사 (경영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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