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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어린이 가족과 기부자에게 희망과 위로를 건네는 정호승 시인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 간 줄 알아라

푸르메재단에 걸려 있는 정호승 시인이 자필로 쓴 <풍경달다>. 이 시를 볼 때면 풍경소리가 내 깊은 영혼에서 울려 퍼지는 듯 헝클어진 마음도 어느새 차분해집니다. 이미 알고 있어도 또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앞에 서게 하는 이 짧은 시를 직원들은 참 좋아합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정호승 시인의 시집 한 두 권쯤은 있을 법합니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는 시구에 마음이 어루만져지고, 도토리가 지구 밖까지 굴러가 별이 된다는 맑고 순수한 그의 시심에 홀딱 반하게 됩니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정호승 선생님의 책들. 시집과 산문집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정호승 선생님의 책들. 시집과 산문집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과의 오랜 인연 그리고 선물

푸르메재단 서가에는 정호승 시인의 시집이 유난히 많이 꽂혀 있습니다. 푸르메재단 초창기부터 시작된 정호승 선생님과의 오랜 인연을 말해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시로 넉넉한 품을 만들어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의 마음을 보듬는 선생님.

푸르메재단의 오랜 인연 정호승 선생님과 함께. 여행에서 만났던 장애어린이들의 안부를 잊지 않고 묻는 정호승 선생님에게서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푸르메재단의 오랜 인연 정호승 선생님과 함께. 여행에서 만났던 장애어린이들의 안부를 잊지 않고 묻는 정호승 선생님에게서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2006년, 글 한 편을 써 달라는 백경학 상임이사의 요청으로 푸르메재단과의 동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장애어린이를 둔 부모들을 초청해 시 강연회를 열어 마음의 휴식을 선물했고, 장애청소년들과 JSA(공동경비구역)로 떠난 여행에서는 아이들과 통일을 염원하며 자작시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장애청소년들의 손을 잡고 오른 백두산 정상에서는 자작시 <백두산의 눈물>을 낭독하여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정호승 선생님은 장애어린이 부모들과 기부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면서 정성들여 친필서명을 한 수십 권의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표지를 넘기면 ‘인생의 깊이는 사랑의 깊이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데, 삶을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 자꾸만 중심이 흔들려도 희망의 한 걸음을 내딛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20일, 푸르메재단을 찾아 어린이재활병원 착공식 때 기부자에게 선물로 줄 책에 일일이 친필서명을 해주시는 정호승 선생님
지난 3월 20일, 푸르메재단을 찾아 어린이재활병원 착공식 때 기부자에게 선물로 줄 책에 일일이 친필서명을 해주시는 정호승 선생님

시 한 편을 짓는 정성으로

정호승 선생님의 책을 선물 받은 기부자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최고의 선물이라고요. 그걸 알기에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착공식에 참석한 기부자들을 위한 선물도 망설임 없이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인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를 골랐습니다. 정호승 선생님도 이런 마음을 아시는지, 더욱 특별한 선물이 되도록 책에 아름다운 글귀와 친필서명을 남겨 주었습니다. 북콘서트와 강연 등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직접 푸르메재단에 들러 두 시간에 걸쳐 일일이 서명을 해주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보드랍게 다독여졌습니다.

기부자들이 좋아할만한 시들을 자필로 옮겨 적어 선물한 정호승 선생님
기부자들이 좋아할만한 시들을 자필로 옮겨 적어 선물한 정호승 선생님
이번에도 선생님은 양복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엇인가를 꺼내 펼쳐 놓았습니다. 다름 아닌 자필로 옮겨 쓴 시 묶음으로, 산문집과 같이 줄 선물이었습니다. <수선화에게>, <풍경달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봄길> 등 기부자들이 좋아할만한 시들을 엄선해 무려 20장 가까이 써 온 것입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목록이 있다면 어김없이 들어가 있을 시들을 말입니다. 구름떼처럼 몰려 든 직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하나씩 가리키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손으로 옮겨 적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얼마든지 더 써줄 수 있다고 하는 선생님. 시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려는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인생에 힘과 용기가 되어주는 한 사람

대중의 사랑을 받는 다수의 명시가 단숨에 써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정호승 선생님은 끊임없이 고쳐 쓰는 노력파입니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는 분들이 계시지만, 시가 나를 찾아 온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제가 찾아가야 해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한 편의 좋은 시가 만들어지기까지 수없이 갈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의 ‘산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내가 산에게로 가면 된다’라는 한 마디가 말해주듯, 간절한 꿈을 이루기 위해 막연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삶의 자세를 배웁니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동심이 세상을 구원합니다’, ‘인생의 깊이는 사랑의 깊이입니다’. 쉬운 한 마디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동심이 세상을 구원합니다’, ‘인생의 깊이는 사랑의 깊이입니다’. 쉬운 한 마디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친필서명과 글귀가 정성스레 적힌 책을 받고 가슴 벅차할 기부자들을 떠올리니 천진한 아이처럼 행복해집니다. 정호승 선생님은 항상 그 자리에서 어깨를 웅크린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홍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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