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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빚는 고사리손, 정성을 굽다

천 원짜리와 동전이 가득 든 갈색 봉투를 든 아이랑 어머니가 재단을 찾았습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을 짓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면서 기부금을 전하러 온 것입니다. 갈색 봉투를 내민 아이의 작은 손이 따뜻했습니다. 세어 보니 33,300원. 용돈을 모았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고사리손으로 빚은 도자기를 판매해 한푼 두푼 모은 돈이었습니다.

도자기 빚는 소년

지난 1월 16일 주필홍 군이 어머니 임혜정 씨와 함께 재단을 방문해 도자기를 판매한 수익금을 기부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크게 쓴 봉투를 들고 있는 필홍이.
지난 1월 16일 주필홍 군이 어머니 임혜정 씨와 함께 재단을 방문해 도자기를 판매한 수익금을 기부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크게 쓴 봉투를 들고 있는 필홍이.
33,300원을 기부한 주필홍 군은 집 앞에 있는 도자기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머그컵, 동물형상, 그릇, 받침대 등 만들지 못하는 게 없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도예 실력이 수준급입니다. 1년 가까이 공방을 다니며 완성한 도자기들이 집에 수북이 쌓여 갔습니다. 그걸 본 어머니 임혜정 씨는 작품도 전시하고 좋은 일을 하자는 의미에서 바자회를 제안했습니다. 수익금의 반은 필홍이가 갖고 나머지 반은 기부하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형제가 함께 준비한 나눔 바자회

필홍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바자회 장소는 집, 손님은 동네 주민.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바자회를 준비했습니다. 형도 적극 도왔습니다. 도자기에 일일이 가격을 매기고 손으로 쓴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작품 가격은 500원, 1,000원, 2,000원으로 정했습니다. 형제는 도자기가 빛나 보이도록 집안을 열심히 쓸고 닦았습니다. 필홍이는 도자기 30여 개를 심사숙고하여 골랐고 형은 계산을 도맡았습니다. 동네 이웃들이며 친구들과 공방 선생님들이 ‘필홍이의 도자기 판매점’을 찾았습니다.

도자기 바자회가 끝나고 수익금을 정산하는 형제의 모습이 진지합니다.
도자기 바자회가 끝나고 수익금을 정산하는 형제의 모습이 진지합니다.
어머니가 휴대폰으로 바자회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진 속 작은 도자기를 얼마에 팔았느냐고 물으니 필홍이는 “100원에 팔았어요.”라고 씨익 웃습니다. 도자기에 담은 열정과 노력에 비하면 턱없이 싼 가격입니다. 가격으로는 매길 수 없는 장인정신이 느껴졌습니다.

필홍이네 문 앞에 붙어 있는 ‘도자기를 1개 이상 구매하신 분들에게는 도자기를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메모와 사진이 사람들을 반겼습니다(왼쪽). 머그컵, 받침대 등 도자기 작품 30여개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오른쪽).
필홍이네 문 앞에 붙어 있는 ‘도자기를 1개 이상 구매하신 분들에게는 도자기를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메모와 사진이 사람들을 반겼습니다(왼쪽). 머그컵, 받침대 등 도자기 작품 30여개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오른쪽).

순식간에 30여 개의 작품들이 모두 판매되었습니다. ‘완판’의 주인공 필홍이. 덕분에 바자회를 찾은 사람들도 도자기에 담긴 필홍이의 열정과 나눔의 의미를 느꼈을 것입니다.

어린이재활병원도 정성껏 빚은 도자기처럼

기부신청서에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쓰는 필홍이.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어린이재활병원에도 담겠습니다.
기부신청서에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쓰는 필홍이.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어린이재활병원에도 담겠습니다.
필홍이는 동네 꼬마처럼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푸르메센터 근처에 사는데다가 남동생이 푸르메재활센터에서 언어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날이나 특별한 날 행사를 할 때면 제 집처럼 드나들곤 합니다. 이번엔 어린이재활병원의 소중한 기부자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작은 금액을 나눔의 씨앗으로 삼고 자라날 수 있길 소망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고사리손이 건넨 기부금을 보며 사회 약자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필홍이가 따뜻한 마음으로 빚어낸 33,300원.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위해 도자기를 빚고 구워 낸 그 마음처럼 어린이재활병원도 정성을 다해 지어나가겠습니다.

*글= 정담빈 간사 (홍보사업팀)
*사진= 임혜정 님 (주필홍 군 어머니), 정담빈 간사 (홍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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