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 마음의 간격을 좁히다 - 비장애형제 프로그램

“엄마는 무슨 성향이에요?” 궁금한 듯 엄마의 검사지를 살며시 살펴봅니다.
“엄마는 무슨 성향이에요?” 궁금한 듯 엄마의 검사지를 살며시 살펴봅니다.

11월 23일 토요일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아동과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의 소통을 돕는 <우리 같이 손잡고>를 진행했습니다. 관심이 필요한 나이에 장애형제를 도와야 했던 아이들과 항상 미안하기만 했던 부모가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심리검사(MBTI와 MMTIC)를 해보고 서로의 성격과 성향을 알아봤습니다.

“MBTI 많이 들어보셨지요?”

간단한 설명을 마치자 부모님과 아이들은 마치 시험을 보는 것처럼 열심히 검사지에 몰입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각 성향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엄마는 어떤 성향이야? 나는 어떤 성향일 것 같아?”

아이들은 부모가 어떤 성향인지 궁금해하며 이런저런 질문을 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의 성향을 알겠다는 듯이 아이를 바라봤습니다.


“아..엄마..시험 보는 것 같아요.” “아들~ 그래도 열심히 해보자.”
“아..엄마..시험 보는 것 같아요.” “아들~ 그래도 열심히 해보자.”

각자의 성향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받았습니다. 부모와 자녀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그 안에서 S(감각)와 N(직관) 그리고 중도의 U로 성향을 나누어 그룹 활동을 했습니다. 모둠별로 경복궁역에서 복지관까지 오는 약도를 그렸습니다. 머리를 가까이 맞대고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여기 오는 길에 뭐가 있었어요?”, “버스 정류장이 몇 개나 있었지요?”

즐겁게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같은 길로 왔지만 신기하게도 성향에 따라 다른 약도가 나왔습니다. S 성향 부모와 아이들은 굉장히 구체적으로 약도를 그렸습니다. N 성향의 그림은 전체적인 느낌으로 찾아 올 수 있게 표현했습니다. U 성향의 아이들은 양쪽 모두의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알고 나니 아이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서로 대화를 할 때는 어떤 방법이 어울리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S, N, U. 같은 성향끼리 모여서 복지관에 오는 길을 그렸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S, N, U. 같은 성향끼리 모여서 복지관에 오는 길을 그렸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두 번째는 미술활동이었습니다. 상큼한 과일을 먹으며 부담스럽지 않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강사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했습니다. 부모들도 용기를 내어 현재 가장 어려운 것들과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던 한 아이는 그동안 자신과 오빠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가 안쓰러워요.”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8절 도화지 위에 버리고 싶은 것과 얻고 싶은 것을 그림과 글로 표현했습니다. 가능한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부탁했습니다. 가족들은 ‘아이들과 여행가기’, ‘아이들을 존중해주기’, ‘장래 계획’ 등을 얻고 싶어 했습니다. 버리고 싶은 것들은 비장애 가족이어서 위축되는 마음, 비장애 자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버릴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가고 싶어요.” 이날 모인 부모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가고 싶어요.” 이날 모인 부모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색찰흙으로 서로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무엇을 만들면 좋아할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이것을 받고 미소지을 가족들을 생각하며 예쁘고 또 멋있게 만들었습니다. 꽃, 나무, 액자, 열매 등등... 다양한 선물들이 나왔습니다. 액자를 만들고 있는 아이에게 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요.”라며 수줍게 대답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나무를 만드시던 어머니는 “만들다 보니 내가 나무 같네요. 이 아래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피곤하면 쉬고 그러면 좋겠어요.”라며 소원을 말했습니다.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색찰흙에 담았습니다.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색찰흙에 담았습니다.


 참여 소감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참여해 본 것이 처음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아이의 마음을 알고, 또 나를 아이에게 표현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_김수영(가명). 41세


“딱딱한 형식에 엄마들끼리 힘들었다고 울면서 얘기하는 자리면 어떡하나 너무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진행되다보니 그냥 수다 떨 듯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마음 편안히 참여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싶습니다."

_박푸름(가명). 43세



*글, 사진= 이슬이 사회복지사 (종로장애인복지관 사회통합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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