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니 사랑이 더 커집니다

-푸르메미소원정대 네 번째 이야기-


 


지역사회로 찾아가는 장애인치과진료  ‘푸르메미소원정대’가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해든솔’을 찾았습니다. 해든솔은 지적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시설로 용인 시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외진 곳에 있습니다. 큰 맘 먹지 않고서 병원이나 시장, 은행 같은 지역사회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곳입니다. 치과진료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기본적인 검진조차 받지 못한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날 
그곳에 계시는 40명의 장애인분들이 치과진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 20분, 14명의 미소원정대원들이 재단 앞에 모였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재차 확인하고, 서둘러 진료지가 있는 용인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 1시간 30분을 지나 구비진 시골길을 30분이나 더 들어가서야 오늘의 진료지인 해든솔 간판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걸음보다 마음이 앞서기 시작하였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물품을 내리는 미소원정대의 손길이 바빠졌습니다. 벌써 네 번째 활동이라 그런지 이제는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빠르게 진료실 설치도 끝냈습니다. 그런데 약품을 준비하고 있던 치위생사들이 애타게 무엇인가를 찾았습니다. “마취제가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마취제 없이는 환자분들이 아파서 안되는데..” 꼼꼼히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이런 큰 실수를 하다니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그때 누군가 ‘보건소’ 세 글자를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서둘러 보건소에 연락해 연유를 말씀드리니 흔쾌히 빌려주겠노라 하셨습니다. 좋은 뜻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따른다더니 처인구보건소 당직 선생님 덕분에 진료실은 안도의 한숨과 웃음이 다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진료실 뒤편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7살 막내는 기계소리가 무서운지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었고, 맨 앞줄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다운증후군 아이는 막상 자기 차례가 되자 의자에 본드를 붙여놓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진료를 하는데 협조가 잘 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봉사자 전원이 일제히 달라붙어 몸을 붙잡고 있어야 진료가 가능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진료실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이신영 선생님은 진료의자에 앉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바닥에 매트를 깔고 거의 누운 자세로 진료를 하기도 하였고, 봉사자들은 도망가는 아이들이 진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진료가 조금 늦게 시작된터라 이날 미소원정대원들은 점심시간까지 줄여가며 쉴 틈 없이 진료를 했습니다. 이렇게 늘 힘든 일인 줄 알면서도 매 번 참여하는 미소원정대의 미소가 오늘 따라 더 아름다웠습니다.



오후진료가 마무리 될 쯤 치과이동진료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동네 주민 8명이 저희를 찾아오셨습니다.

읍내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라 치과진료 받기가 쉽지않다면 진료를 요청하셨습니다.

가을 수확으로 한참 바빠 아픈 이를 그대로 두었다는 어르신, 시린이가 걱정이라는 동네 아주머니 등 열심히 치료해 드렸습니다. 치과진료를 통해 지역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날 해든솔에서는 40명이 넘는 장애인분들과 8명의 지역주민이 치과진료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난생 처음 치과진료를 받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시설에 계시는 담당간호사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이러한 특성들을 이해해주는 치과가 많지 않아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분들 보다 실제로 병원 이용이 더 어렵다며 오늘 꼭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푸르메미소원정대가 지역사회로 찾아가는 치과진료를 시작한지 넉 달이 되었습니다. 7살 아이부터 60대의 어르신까지

그동안 진료를 해드린 분만 170명이 넘었습니다. 진료인원을 단순히 숫자로 세고 싶지 않습니다. 그동안 마주했던 장애인분들의 이야기를 170번 들었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170번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지역사회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소원정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 더 바쁘게 움직여야겠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오늘이 더욱 빛났습니다.


주말의 휴식을 마다하고 함께해주신 이신영, 김성범, 박미혜, 주소나, 장혜란, 김현태, 임병진, 이웅희, 김우석,

김미애, 백은영님, 그리고 용인시 처인구 보건소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글 = 이명희 배분사업팀 간사

*사진 = 백은영 온라인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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