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할아버지의 장애어린이 사랑

사랑은 국경도 초월한다는 말이 있다. 남녀간의 로맨스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1970년대 50차례 현해탄을 넘나들며 서울 청계천 주변의 빈민촌을 사진에 담은 사람이 있다. 일본인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씨.


故 제정구 의원과 함께 빈민운동을 했던 목사이며 사회운동가인 노무라 할아버지가 이번에 재단을 또 찾았다.  작년 10월 아들과 함께 재단을 방문 한 이후 두 번 째. 이번에는 부인과 며느리까지 동반했다.


오른쪽부터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 노무라 할아버지 부인의 요리코, 노무라 할아버지, 며느리 미나, 임상준 팀장
오른쪽부터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 노무라 할아버지 부인의 요리코, 노무라 할아버지, 며느리 미나, 임상준 팀장

3박 4일 짧은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온 노무라씨 가족은 시간을 쪼개서 재단을 찾아왔다. 지난 5월 초 재단으로 기대치 않은 소포 하나가 도착했는데 노무라 할아버지가 보낸 칫솔이었다. 작년에 재단을 방문하고 나서 한방센터 아이들의 얼굴이 마음에 아른거렸던 것이다. 며느리(미나)가 치과에 근무하고 있어 아동용과 성인용 칫솔을 한아름 보낸 것이다.


노무라 할아버지, 김소정 어린이, 노무라 할아버지 아들(마코토), 며느리(미나)
노무라 할아버지, 김소정 어린이, 노무라 할아버지 아들(마코토), 며느리(미나)

노무라 가족은 재단 2층의 푸르메한방 어린이재활센터를 방문해서 치료받는 아이들에게 미리 도착한 칫솔을 전달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어가 달라도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 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가슴으로 사랑을 줄 수 있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아들 내외도 아이들의 재롱과 반가움에 자세를 낮추어 응대해 주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데 노무라할아버지는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아이들 부모의 고통과 아픔이 가슴 깊이 다가 온 것일까? 오히려 아이의 엄마가 할아버지를 위로한다. 한국에 대한 사랑과 특히 소외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먼저 사진으로 담고 기록해온 할아버지이기에 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치과의사인 미나 상은 특히 푸르메나눔치과에 관심이 많았다. 일본에는 아직 시립에서 운영하는 공익치과는 있지만 푸르메나눔치과처럼 민간차원에서 치료하는 치과는 없다는 것이다. 치과보험부터 치료대상, 치료비, 의사인력구성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질문이 터져 나왔다.



통인시장으로 식사를 하러 가기 전 잠시 무궁화 동산에 들렀다. 노무라 할아버지는 필수품인 카메라를 들었다. 렌즈가 저 멀리 삼각산을 향한다. 사진을 담으며 또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렌즈 속에 들어온 한국의 풍경은 사진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낼 것이다. 추억이 여행으로 멈춘다면 이번 방문의 의미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노무라 할아버지는 한국의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피어나는 진한 인간의 향기를 카메라에 담아간다.



그렇게 남들이 쉽게 여기고 지나치는 것들, 소중함을 알면서도 무시해버리는 것들을 하나씩 메모하고 기록을 해 나간다. 할아버지는 재단을 나가며 만 엔짜리 지폐 한 장을 또 놓고 갔다. 여비로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것들을 사고 싶지만 차마 마음이 아파 손수 접는 그 마음이 우리를 뭉클하게 한다. 다음에 또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인연이 숭고한 사랑으로 꽃피는 이 계절이 더 없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 글,사진 = 임상준 푸르메재단 모금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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