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재활병원 찾아 또 우는 환자들

척추 재활치료 2년간 병원 7군데 옮겨

[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재활병원 찾아 또 우는 환자들

» 2년 전 경추신경을 다쳐 전신마비 1급 장애인이 돼 일곱 차례나 병원을 옮겨다닌 구경탁씨가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 참서울 재활전문병원에서 신미정 치료사에게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고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구경탁(26·전신마비 1급)씨는 2004년 6월 목등뼈(경추) 4·5번 신경을 다쳐 병원에 입원한 뒤 2년 동안 병원 일곱 군데를 옮겨다녀야 했다.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운동을 하다 넘어져 응급처치를 받은 뒤 구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재활과로 옮겨진 구씨는 계속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넉달째에 퇴원했다. 척수가 손상된 환자에게 주어진 입원 재활치료 기간을 다 채웠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병원에서는 입원 두달 만에 퇴원했다. 역시 병원 규칙에 따른 입원 기간이 지나서다. 이렇게 짧게는 두달에서 길게는 여섯달까지, 병원에서 정한 기간을 다 채운 뒤 구씨는 어김없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다. 일곱 차례 병원을 옮겨다니는 사이 병원에서의 2년은 훌쩍 지나갔다.

병원들 장기환자 꺼려 입원기간 제한
자주 옮기다보니 체계적 치료 불가능
“한곳서 치료 맘껏 받아봤으면”

“어떤 병원은 3주 만에 퇴원해야 합니다. 담당 치료사가 환자를 파악한 뒤 적합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적용해 조금 좋아질 만하면 옮기니, 재활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턱이 없지요.”

박아무개(27)씨는 지난해 9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는 과정에 후유증으로 발등이 괴사해 썩은 부위를 잘라냈다. 박씨는 재활과로 옮겨진 지 3주 뒤 퇴원해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수술 부위가 아물어 의족 착용 치료단계에 들어갈 때까지 다른 병원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재활치료를 못 받으면 생활 자체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기다린다는데 어쩌겠어요. 재활치료 시설이 제일 좋은 곳이라 의족을 착용하고 나을 때까지 입원할 수 있으면 좋지만, 욕심이죠.”

지난 2월 돈을 벌려고 중국에서 입국한 김옥자(53)씨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3월에 뇌출혈로 길에서 쓰러졌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재활과에 입원할 때 김씨는 4주 뒤 퇴원해야 하는 병원의 규정을 알게 됐다. 남편 지운학(58)씨가 일주일만 더 치료받게 해달라고 병원 쪽에 통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 김씨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치료 효과가 좋아서 그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다들 4주 뒤에는 퇴원하는데 우리만 계속 입원하겠다고 고집할 순 없더군요.”

병원마다 재활치료 입원 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이유는 입원이 길어질수록 입원료가 감액되는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영향이 크다. 이 제도는 재활환자처럼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치료에 들어가는 노력이 줄어드는 경우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병원들은 입원료가 싸지는 장기 환자들을 꺼리게 돼, 대다수가 일정 기간만 입원을 허용하는 내부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게다가 재활병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에 사는 환자들은 이름을 걸어놓고 몇달씩 기다리는 사례가 많다.

유종윤 서울아산병원 교수(재활의학과)는 “대학병원은 응급환자 치료를 우선으로 굴러가는 구조”라며 “장기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많은데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해 환자들이 병원을 여러 차례 옮겨다녀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