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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눔으로 재활 터전 마련했으면… [세계일보] 2004-9-12

“사회적으로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척수환자들에게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이 절실하다는
생각에서 재활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최근 시민기금을 조성해 재활 전문병원 설립에 나선
‘푸르메재단’(www.purme.org) 상임이사 백경학(40·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 대표)씨가 밝히는 병원 설립의 취지이다. 백씨는 매년 교통사고 등으로 재활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수천명씩 늘고 있는 데도 이들에 대한 수용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시민들이 나서서라도 재활병원 설립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지난 달 중순 푸르메재단 창립 발기인대회를 가진 그는 이달 말까지 관련 부처에서 설립허가가 나오면 오는 11월 재단 창립총회를 갖고 곧바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재단 창립에 동참한 이사진은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이사장)을 비롯해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김성구 샘터사 사장, 이정식 CBS 사장, 김용해 서강대 학생처장, 조인숙 다리건축 대표 등 모두 10명이며 강지원 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가 감사를 맡았다.
백씨는 “재단 이름을 ‘푸른 산’을 뜻하는 ‘푸르메’로 정한 것은 인간·환경 중심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3년 기한인 2007년 말까지 150병상 규모의 전문병원을 서울 근교에 세운다는 계획 아래 100억원가량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개인·기업을 대상으로 한 모금활동을 벌이는 한편 ‘일일 재활환자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CBS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백씨가 푸르메재단 설립에 발벗고 나선 배경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1998년 독일 뮌헨대 연수를 마치고 귀국을 앞둔 7월 그의 부인 황혜경(38)씨와 함께 떠난 스코틀랜드 여행길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 이 사고로 부인의 왼쪽 다리가 중상을 입자 영국과 독일에서 1년 남짓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이듬해 11월 귀국한 그는 방송국을 퇴사하고 대학 후배와 함께 회사를 창업했지만 부인의 재활치료가 늘 마음의 부담으로 남았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매일 간호원 6명이 8시간씩 3교대로 붙어 돌봐줬는데 귀국해 보니 재활 환자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더군요. 국립재활원 몇 군데와 종합병원에 재활의학과가 있지만 기껏해야 40병상 미만인데다 의료 서비스가 말이 아니었어요.” 그는 치료도 주간만 하고 환자 간병도 숫제 가족들에게만 일임하는 현실을 겪으면서 ‘인간다운 재활병원’ 필요성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백씨 부부는 사고보상 선급금과 회사 주식 등 3억원을 재단 창립을 위한 전입금으로 선뜻 내놓았다.
푸르메재단이 설립을 추진하는 가칭 ‘푸르메재활병원’ 목표는 ▲개인·기업의 기금에 의한 후원회원제 운영 ▲전원형 저층병원 ▲훈련받은 전문 간병인 활용 등을 통해 선진국형 재활 의료시스템을 갖추는 것. 백씨는 “아직까지 아내가 기억·언어장애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라며 “장애인 가족 등 관련이 있는 분들이 적극 나서 함께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병원 부지를 임대해 준다면 권역별 병원 설립도 가능할 겁니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취지만 공감한다면 꼭 금전이 아니더라도 시간·재능 등 참여 방법은 다양하게 열려 있습니다.”
세계일보 [사회] 2004.09.12 (일) 오후 7:21
송성갑기자/sk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