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8년소송 끝 보상금 9억 기부 [문화일보] 2006-05-30

8년소송 끝 보상금 9억 기부

교통사고 장애 황혜경씨, 푸르메재단에

외국에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40대 여성이 8년에 걸친 소송 끝에 받은 피해보상금의 절반을 민간 재활전문병원 건립비로 내놓았다.

전직 서울시 공무원 황혜경(40·사진)씨는 30일 외국계 보험사로부터 받은 107만5000파운드(약 19억원) 중 소송 비용을 제외한 보상금의 절반인 50만파운드(약 9억원)를 비영리재단인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다. 황씨의 남편은 푸르메재단 백경학(42) 상임이사다.

푸르메재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진동 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서 “앞으로 이 기부금으로 ‘황혜경 기금’을 조성해 민간 재활전문병원 건립비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언론사 재직중이던 남편 백 이사와 함께 지난 96년 독일로 해외연수를 간 뒤 1998년 6월 영국 스코틀랜드로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가 글래스고 인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상대편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 황씨 일행이 탄 차량을 들이박은 사고였다.

2개월 넘는 혼수상태, 세 번에 걸친 왼쪽 다리 절단 수술끝에 목숨을 건진 황씨는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1년간 재활치료를 받다가 지난 99년 말 귀국, 국내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황씨는 장기간의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을 조금 더듬는 등의 장애를 앓고 있다. 피해보상을 위한 소송도 쉽지가 않았다. 가해자가 황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50만 파운드만 지급하겠다고 버텨 소송은 사고 발생 이후 8년이 지나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다.

황씨는 “가난과 장애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이 마음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병원이 세워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수균기자 freewi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