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재활병원 설립 위해 9억원 기부 [노컷뉴스] 2006-05-30

재활병원 설립 위해 교통사고 피해보상금 9억원 기부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 부인 황혜경씨 "장애인들, 재활 전념하는데 도움됐으면…"

“장애인이 되고 보니 장애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재활에 몰두할 수 있는 병원을 세우는 데 작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에서 당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여성이 피해 보상금의 절반을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내놓았다.

푸르메재단 백경학(42) 상임이사의 부인 황혜경(40)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8년전이다.

국내 한 방송사에 다니던 남편과 함께 1996년 독일로 해외연수를 떠났던 황씨는 1998년 연수를 마치고 영국 스코틀랜드로 자동차 여행을 길에 올랐다가 글래스고 인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동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던 황씨를 두통약을 과다 복용해 정신을 잃은 운전자가 덮친 것이다.

사고 후 황 씨는 두 달 반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사이 수술은 세 차례나 이뤄졌고 왼쪽 다리는 절단되고 말았다.

어렵게 목숨을 건진 황씨는 이후 독일 병원으로 옮겨져 1년 동안 재활치료를 받다가 1999년 말 귀국해 국내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

황혜경 씨는 이 과정에서 국내 재활병원의 여건이 크게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황 씨는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입원하면 다른 가족들 모두 일을 포기하고 치료에 매달려 한 가정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면서 “외국과 같이 환자가면서 마음 편히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는 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재활 과정에서 가진 이같은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8년 동안의 소송 끝에 받은 교통사고 피해보상금 107만 5천 파운드 가운데 소송비용을 제외한 금액의 절반인 50만 파운드(약 9억원)를 민간 재활전문병원 건립비로 기부한 것이다.

황 씨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푸르메재단 사무실에서 기부금 전달식을 가졌다.

황 씨는 “녹지와 호수 등이 있는 예쁜 재활병원이 지어져서 환자들이 마음에 안정을 얻고 재활에 전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은 황 씨의 기부금으로 ‘황혜경 기금’을 조성해 민간 재활전문병원 건립에 나설 계획이다.

공동대표 강지원 변호사는 “150병상의 병원을 예상할 경우 330억원이 필요하다”면서 “황혜경 씨가 거금을 기부한 것이 기폭제가 돼 더 많은 이들의 기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씨는 8년 동안의 재활치료로 건강상태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말을 조금 더듬고 환상통에 시달리는 등 후유 장애를 앓고 있다.

하지만 황씨는 현재까지 걸음 연습과 발음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황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른 장애인들에게 “재활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황 씨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가정과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나태해진다”면서 포기하지 말고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CBS사회부 최경배 기자 ckbest@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