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남은 삶은 덤…장애인 위해 쓰렵니다”

[한겨레] “남은 삶은 덤…장애인 위해 쓰렵니다”

[한겨레] 2006-08-20

“남은 삶은 덤…장애인 위해 쓰렵니다”

대학 4년때 전신화상…보스턴대 재활상담 석사과정에
현장경험 쌓아 장애인 아픔·희망 나누는 상담사 될터

[이사람] ‘안면화상’ 좌절 극복한 이지선씨

“나의 삶은 교통사고 자리에서 사라졌고, 지금의 삶은 덤입니다. 내 힘이 필요한 사람들 위해 평생 살아가려구요.”

교통사고로 얼굴 등에 심한 화상을 입은 좌절을 극복하고 〈지선아 사랑해〉 〈오늘도 행복합니다〉 등을 펴낸 이지선(29)씨. 미국 보스턴대에서 재활상담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가 19일 오후 옥토버훼스트 종로점에서 강연회(아래 사진)를 열어 미국 유학생활 등에 대해 털어놨다. 그가 지난해부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푸르메재단(공동대표 강지원)이 초청했다.

이씨는 “유학생활이 하도 힘들어 한때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며 “그러다가도 내가 하는 공부가 장애인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장학금 받을 정도로 성적도 제법”이라며 웃었다.

이씨가 유학을 결심한 데는 자신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화상 치료 뒤 절단된 손가락과 변해버린 얼굴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국내에서는 정신적·심리적 치료를 전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관이 거의 없더군요.” 이씨는 장애인들 아픔을 어루만지고 삶의 희망을 주는 상담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그리곤 2004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미국은 장애인이 학업이나 취업,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차별금지법’이 법제화돼 있다”며 “정부나 시민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재활상담 서비스도 체계화돼 새로운 걸 배우는 기쁨이 크다”고 했다.

이씨는 “외롭고 힘들어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지만, 지금의 눈물이 앞으로 흘릴 눈물을 줄이기 위한 거라고 위로하고 있다”며 “석사 이후에도 미국 현장에서 재활상담 경험을 쌓거나 박사과정을 마친 뒤 귀국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4학년이던 2000년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 등 전신 55%에 3도 화상을 입었다. 7개월 치료 끝에 퇴원한 이씨는 자신의 홈페이지 ‘주바라기(ezsun.net)’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