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남편은 한번도 날 실망안시켜… 상금전액 빈민들을 위해 쓸것”

“남편은 한번도 날 실망안시켜… 상금전액 빈민들을 위해 쓸것”

[조선일보 2006-11-14 09:49]    

故이종욱 WHO총장 부인 가부라키 여사 파라다이스賞 수상위해 내한

  “(처음 봤을 때) 참 잘 생겼다고 생각했다. 수녀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돌봐주겠다’는 그분의 말에 결혼했다(웃음).” 고(故)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부인이었던 일본인 가부라키 레이코(61) 여사가 내한했다. 파라다이스 그룹(회장 전필립)이 수여하는‘2006 파라다이스상 특별공로부문’상을 남편 대신 받기 위해서다.

 그는 13일 서울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종일관 조용한 미소를 보였지만, 희미하게 반짝이는 눈물까지 감추진 못했다. 

 이날 여사는 “기쁘다”는 짧은 수상소감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남편과 다툰 적이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남편의 뜻을 기려 상금 전액은 모두 페루의 빈민구제 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

 여사는 1971년 경기도 안양 나자로 마을에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일본에서 건너와, 당시 의료봉사를 하러 왔던 의대생 이종욱을 만나 결혼했다. 5년 전부터는 페루의 결핵 지원단체인 ‘소시오스 앤 살루(Socios En Salud)’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사는 또 “최근 세(貰) 들어 살던 제네바 집을 팔았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집을 잃은 순간은 남편이 나를 떠나간 지난 5월”이라며 “내게 남편은 집(home)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언제나 특별했기 때문에 특정한 에피소드를 꼽기 힘들다”고도 했다.  

 여사는 14일 오후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서양화가 김홍주 교수, 푸르메재단 김성수 이사장과 함께 상을 받은 후, 15일 대전 국립현충원에 있는 이종욱 사무총장의 묘소를 참배하고 페루로 출국한다.

송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