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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더불어, 처음처럼 살아가는 세상을 위하여

더불어, 처음처럼 살아가는 세상을 위하여

[파라다이스 2006.11·12월호]

문화예술부문 시상 : 서양화가 김홍주

[파라다이스] 사회복지 부문 김성수 푸르메재단 이사장

“부끄러울 뿐이죠. 나는 한 게 없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잘해줬기 때문인데… 어휴, 내가 상을 타게 되다니 부끄러워요. 정말.” 2006년도 파라다이스상 사회복지 부문 수상자인 푸르메재단 김성수 이사장의 수상 소감이다. 그는 현재 성공회대학 총장과 성공회대학 내에 있는 성베드로학교 명예교장을 역임하고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여러 가지 상들의 후보자로 올려놓겠다고 하면, 그 사람들의 마음이 고마워서 뿌리칠 수도 없고, 그냥 그러마고 했죠. 하지만 매번 수상자에서는 탈락됐었지요.(웃음)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안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수상자가 됐다고 하니까, 어쩔 줄을 모르겠네요. 좋은 사람들이 이거 해보자고 하면, 그러자고 하고, 저거 해보자고 하면 또 그러자고 했을 뿐이에요. 항상 좋은 사람들이 하는 일을 따라 하기만 했지, 먼저 나서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는 못했어요.”

파라다이스 그룹 설립자 故전락원 회장의 뜻에 따라 문화, 예술발전 및 인류복지 증진에 공헌한 인사를 선발하여 매년 포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상 수상자 김성수 이사장. 그는 성직자로서의 한평생은 물론, 정신지체아, 신체장애자, 불우이웃 외에도 우리사회의 어두운 구석구석에서 고달픈 삶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친구로, 아버지로, 인생의 스승으로, 지도자로 따뜻한 사랑을 가득 나눠준 아름다운 사람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최고의 자리에서도항상 겸손하고 먼저 손을 내미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상을 탄다고 해서 그게 다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고, 다 남이 잘해줘서 내가 있는 건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좀 안타까워요.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었으면 좋겠는데, 어째 각각 사는 것 같아요. 항상 다른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봐요. 더불어 사는 거, 정말 보기좋잖아요?”

수상 소감에서 자연스럽게 인생철학이 담긴 삶의 향기가 배어난다. 오랜 세월 베풀고 살아온 우리 사회의 큰 어른답게 말끝 하나하나에서 깊은 배려와 사랑을 배운다. 오랜 세월 베풀고 살아온 우리 사회의 큰 어른 김성수 이사장은 1930년생으로 강화 출신이다. 강화는 1889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성공회 선교사가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김 총장의 조부는 당시 성공회에 귀의했는데, 이후 대한성공회를 이끄는 토대가 된 집안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김 총장이 성공회에 몸담은 것은 아니다. 한참 혈기왕성했던 청년시절에 폐결핵으로 젊은 시절을 무익하게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폐결핵은 그를 성직자의 길에 들어서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투병생활하는 와중에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불우한 사람들이 그의 삶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결국 사제가 되고, 성공회를 이끄는 주교가 되고, 이제는 성공회대학교 총장으로 후학들에게는 아버지로 또 친근한 할아버지로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 수술을 했어요. 아니 참, 동맥경화 수술은 시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혈압도 좀 높고, 괜히 기분이 좋지 않고 그래요. 그래도 의사선생님이 ‘오늘 혈압이 좋으시네요’ 라고 한 마디만 해주면 그날 하루는 또 기분이 좋고… 내가 원래 얼굴이 백지장 같아서 핏기가 없었는데, 시술하고 나서는 피가 잘 통해서 그런지 얼굴이 붉어졌어요. 그래서 혈색이 좋아졌다고들 하지.”

김 총장은 19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는 물론이거니와 21세기 들어서도 어려웠던 때, 젊은이들에게 우상이었고 피난처였다. 또 불우한 이웃들에게는 친구가 되어 주었다. 늘 왕성한 활동의 김 총장이었으나 최근 들어 건강에 이상이 왔다. 그런데도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있고, 즐거운 대화가 있다. 젊은 학생들의 젊은 기운(?)을 받아 젊게 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세상 어느 대학의 총장이 마주치는 학생들 모두에게 일일이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너 오늘 아주 멋지다. 그래 잘했다, 내가 점심 사마. 그래 영화 같이 보러 가자꾸나. 너 그 담배 오늘만 피워라, 많이 피우면 아기낳을 때 안 좋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친근한 총장 할아버지로 통한다. 더불어, 함께, 처음처럼, 모두 함께 칭찬하는 세상, 세상은 혼자살아가는 게 아니라 서로 인정하고 같이 살아가는 것, 권력도 한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맞는 세상… 이런 생각들이 김성수총장을 저 높이 계신 총장님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인자한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학생들 속에 함께하고, 불우한 이웃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게 만든 원동력일 터이다. 문득 십년 후에 김 총장의 모습이 그려진다. 여전히 웃음 가득한 얼굴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 참 높고 푸르다”, 한마디 하지 않을까? “아이고, 십년 후에도 여기 있으라고? 그땐 강화 온수리에 있을 거야.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정신지체아)하고… 거기서 봐요.”

이 글은 파라다이스 사외보 2006.11.12 Vol.20 2006 파라다이스상 수상자 3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