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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정신지체장애인 양병철씨의 청와대 나들이

<한겨례>

전진식 기자

 

» 양병철(서 있는 이)씨는 13일 오후 내내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 ‘프렌드 케어’의 안준희(31) 홍보팀장이 탄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주며 다녔다.

서울경찰청, 푸르메재단 초청
장애인 18명도 함께 둘러봐

“오늘은 일하지 않고 청와대 나들이를 하니까 참 좋아요.”

13일 아침 서울 중구 신당동 집에서 부지런히 외출 준비를 하던 양병철(30)씨는 어눌한 말투였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정신지체장애 3급인 양씨는 주말에 성당에 가거나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 ‘문화생활’의 전부였다. 장애인 재활 작업장에서 빵을 만들어 팔아 한달에 20만원 가량을 버는 양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다. 2004년 이후론 극장에 가본 적도 없다.

 이날 나들이는 여러 겹의 인연이 보태져 이뤄졌다. 지난달 초 서울 성북구 장위동 휴대폰가게에서 강도를 잡아 경찰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양병수씨가 포상금 100만원을 재활전문병원 건립에 써달라며 ‘푸르메재단’에 기부하자, 이 소식을 접한 서울경찰청 쪽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양씨의 16살 된 아들과 푸르메재단을 청와대와 서울경찰청 관광에 초청했다. 이에 푸르메재단의 섭외로 양병철씨를 비롯해 18명의 장애인이 서울경찰청과 경찰박물관, 청와대를 둘러보게 된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에 먼저 도착한 양씨는 장애인 재활센터 ‘큰 날개’의 친구들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조금이라도 더 구경을 하고 싶어 조바심이 난 양씨는 일행이 도착하자 얼른 달려가 차에서 휠체어 내리는 일을 도왔다. 친구 조재범(32)씨는 “평소에도 병철이가 나를 이렇게 잘 도와준다”고 말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는 여기저기서 “경찰들이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경찰관을 할걸”이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청와대에 도착했을 때는 누군가 “대통령도 만나느냐”고 물어, ‘외국 순방 중’이라는 답이 돌아오자 “주인도 없는 집에 왔네”라는 말이 나와 웃음이 흐르기도 했다.

 이날 나들이에 동행한 김진희 ‘절단장애인들의 가슴 따뜻한 모임’ 회장은 “85%가 후천적 장애인인 우리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바깥에 나가기를 꺼리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 경험을 나누고 공감대를 넓힐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이완 수습기자 seek1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