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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의 용기, 한 걸음의 희망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오진아 어린이

 

“진아야~ 잘하고 있어!” “우리 진아, 정말 잘 걷는다!!”

진아 양이 가장 좋아하는 김예은 물리치료사와 함께
진아 양이 가장 좋아하는 김예은 물리치료사와 함께

퇴원 전 병원을 벗어나 다른 공간에서 걷기 연습을 하는 오진아(12) 양이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응원이 쏟아집니다. 수줍은 미소가 예쁜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길 위에 넘어지기 일쑤지만 포기는 하지 않습니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진아 양에게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세상을 향한 용기이며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12살 소녀가 만든 기적

지난 1월, 진아 양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적 치료를 받았습니다.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두 다리의 근육이 점점 짧아졌고 무릎, 고관절, 발목관절의 변형이 진행돼 벽이나 워커에 의지해도 서있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결국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수술을 결심했습니다.

진아 양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찾은 것은 수술 직후였습니다. 이전에도 우리 병원과 다른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학교생활을 염두에 둬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선택했습니다.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오후에 병원에서 치료 받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상태는 어머니나 활동보조선생님의 도움 없이 휠체어에서 일반 의자, 화장실 의자로 옮겨 앉기도 어려웠습니다. 워커를 잡고도 5~6 발자국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3월 우리 병원 재활의학과 낮병동에 입원한 진아 양은 매일 1시간 30분씩 ‘집중운동치료’를 받았습니다.

수술 후 오랜 시간 기브스를 하고 있었기에 관절을 풀어주는 치료부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고관절을 돌리는 데도 통증을 호소하고 힘들어했지만 점차 치료에 적응하면서 상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관절 상태가 호전되면서 바로 근육강화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집중운동치료 프로그램인 테라슈트(Therasuit)UEU(Universal Exercise Unit)를 이용한 근력강화 훈련, 체중지지 훈련, 다양한 자세로 이동 훈련 등을 이어갔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진아 양(좌/오진아 가족 제공), 테라슈트(가운데)와 UEU(우)를 이용해 집중운동치료하는 모습(김예은 물리치료사 제공)
휠체어에 앉아 있는 진아 양(좌/오진아 가족 제공), 테라슈트(가운데)와 UEU(우)를 이용해 집중운동치료하는 모습(김예은 물리치료사 제공)

공부와 치료의 병행, 쉼 없이 이어진 재활로 지쳤을 법도 한데 진아 양은 그간의 치료 과정을 어른스럽게 이겨냈습니다. “‘힘들지 않아? 괜찮아?’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저는 치료를 받으면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예은샘(물리치료사)과 영호샘(작업치료사)이 잘 해주셔서 오히려 재미있게 보냈어요.”

집중적인 치료 덕분에 진아 양은 현재 보조도구 없이 홀로 50발자국 이상 걸을 수 있고, 워커를 이용해 실외보도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의료진과 치료사의 전문적인 치료, 가족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돌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무엇보다 걷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진아 양 스스로가 만든 기적입니다.

진아야, 학교 가자!

여름방학이 한창인 7월 31일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진아 양의 퇴원을 앞두고 병원 안팎에서 ‘학교복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반 친구 2명을 초대해 같이 걷고, 떡볶이를 직접 만들어 먹었습니다. 친구들은 병원에서 진아 양이 어떤 치료를 받고, 활동을 하는지 함께 체험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한층 더 친밀해졌습니다. 특히 학교에서는 늘 휠체어에 앉아만 있던 진아 양이 서서 걷는 걸 보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진아 양도 늘 생활했던 병원이지만 친구들이 함께해서 자신감이 더 생겼습니다.

반 친구들과 함께 한 ‘학교복귀 프로그램’
반 친구들과 함께 한 ‘학교복귀 프로그램’

진아 양의 어머니 이행숙(44) 씨는 “평소에 진아가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는데, 병원에서 치료하다 보니 그럴 기회가 자주 없었어요. 퇴원하고 나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야겠어요(웃음)”라고 말했습니다.

다음날인 8월 1일에는 김예은 물리치료사와 함께 진아 양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휠체어를 이용해 등하교를 했는데, 이번에는 난생 처음 보조기구 도움 없이 걸어서 등교한 것. 익숙하고 평평한 병원과 달리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위에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낯선 환경이라 두려움이 앞서지만 어려운 치료도 포기하지 않았던 진아 양은 끈기와 의지로 다시 용기를 내어 두 발로 교문을 넘어섰습니다.

방학이라 교실은 텅 비었지만 완주를 했다는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미술을 좋아하는 진아 양이 그린 그림도 보고 교과서도 읽으면서 새롭게 시작될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난생 처음 보조기구 도움 없이 걸어서 등교하는 진아 양 모습
난생 처음 보조기구 도움 없이 걸어서 등교하는 진아 양 모습

학교복귀 프로그램은 재활치료 후 퇴원한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실제로 퇴원 환아와 부모님들은 “치료실에서는 잘 했는데, 집이나 학교에서 못해요/안해요”라는 어려움을 자주 토로합니다. 치료실은 재활치료를 받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생활환경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두려움을 호소하거나 자신감을 잃는 사례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를 방지하고 재활치료를 통해 훈련했던 것을 생활 속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이 있습니다.

홍지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부원장은 “진아와 같이 집중운동을 통해 태어나서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는 아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어요. 이 아이들이 실생활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학교복귀 프로그램’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오진아 양과 어머니 이행숙 씨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오진아 양과 어머니 이행숙 씨

이틀간의 프로그램을 끝으로 진아 양은 퇴원을 했습니다. 진아 양과 어머니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걷는 연습을 열심히 해서 더 나은 모습으로 병원에 놀러오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병원과 후원자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오랜 치료에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은데, 병원과 후원자 분들 덕분에 걱정 없이 진아의 치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과 같이 아이들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집중운동치료
집중운동치료는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집중운동프로그램(Intensive Therapeutic Program, ITP)을 한국화한 것으로, 2017년부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집중운동프로그램(K-ITP)은 테라슈트와 UEU를 이용한 ‘준비단계-스트레칭-근력강화운동-기능훈련-마무리운동’로 구성됩니다. 1시간 30분간 치료사와 아동이 1:1로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아동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계획,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테라슈트와 UEU는 교육을 이수한 치료사만이 치료할 수 있는 기구입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2017년 테라슈트 전문 강사를 초대해 재활의학과 의사를 비롯 치료사 5명이 교육을 이수했습니다.

☞ 테라슈트(Therasuit)
옷에 고무줄을 걸어 고무줄의 장력을 통해 근육에 저항을 주고 움직임을 촉진하는 기능을 합니다.

☞ UEU(Universal Exercise Unit)
무중력 3D슬링 운동시스템으로 탄성코드과 비탄성코드, 기타 다양한 액세서리 도구를 이용하여 운동 및 전정기관 기능 등의 활성화와 일상생활 동작 등의 훈련을 매우 안전하면서도 간편하게 증진 시킬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글, 사진= 이지연 홍보담당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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