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통합학교는 비장애인학교의 미래다

[기획연재 ②] 통합학교는 비장애인학교의 미래다

 

 완고하던 독일 지역도 통합교육으로 이전 중… ‘사립학교’ 같은 환경에 비장애 부모들도 선호해

▣ 운터하킹·뮌헨·잘츠부르크·취리히=글 구둘래 기자anyone@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선진 장애인복지시설을 가다 ②

통합학교 시설은 당장 아이들을 데리고 이민 가라고 할 만큼 훌륭했다. 하지만 학교가 생겨날 때부터 시설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학교의 통합학교로의 개편은 학교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말하자면 통합학교는 비장애인학교의 미래다. 장애인을 위한 학교는 비장애인들도 편하게 배울 수 있는 학교다.

독일은 1980년대 초반 장애인 통합교육이 실시됐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장애인의 통합교육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탈리아나 노르웨이가 100%인 데 반해 영국이 30% 그리고 독일이 10%가량이다. 하지만 천천히 완고한 독일 지역도 통합교육으로 이전하고 있다. 그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 독일 뮌헨 근교 운터하킹의 통합유치원 아이들. 비장애유치원과 비교해 통합유치원의 조건이 훨씬 좋다.

 

장애인만 다른가, 사람은 다 다르다

뮌헨 근교 운터하킹의 통합유치원(AWO Intergrations-Waldkindergarten)은 아베오(AWO)에서 운영한다. 아베오는 노동자복지단체로 독일에서 직접 지원하는 복지단체의 하나다. 건물과 나란히 비장애유치원이 붙어 있다. 그래서 비장애유치원과 1 대 1 비교가 적나라해지는데, 통합유치원의 조건이 좋다. 비장애유치원의 경우는 한 반에 25명이 규정이지만 통합유치원은 15명이다. 그중 3분의 1을 장애아동으로 둔다. 비장애유치원은 두 명의 교사(유치원 교사와 보조교사)가 반을 담당하지만 통합유치원에는 여기에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가 한 명 더 추가된다. 그 외에 통합유치원에는 물리치료사와 음악치료사가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한다. 시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한 달에 70유로 정도를 내게 되는데 장애아의 경우 시에서 보조금을 대준다(저소득층을 위한 보조금도 있다).

건물 안에 아이 그림자도 없다 했더니 아이들은 뒤꼍의 (건물을 통째로 한 것보다도 넓어 보이는) 모래밭에 모여 놀고 있었다. 장애아는 모두 5명인데 휴일 사이 낀 월요일이라 4명은 결석했다. 오늘 출석한 분홍색 모자를 쓴 다운증후군 소녀는 그네를 타고 흙장난을 했지만 혼자 많이 놀았다. 원생들 간에 문제는 없느냐는 질문에 교사 사리타 후버(28)는 “무슨 문제요?”라고 반문했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애가 있는데, 이곳만의 특수한 문제는 아니다.” 그때쯤 소녀 옆에 친구가 와 앉았다.

장애아동의 경우 장애유치원이냐 통합유치원이냐, 비장애아동의 경우 비장애유치원이냐 통합유치원이냐는 선택의 길이 놓여 있다. 장애아동은 ‘어느 정도 발전시킬 수 있느냐’를 두고 의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사회와 선생님이 입학을 결정한다. 비장애아동의 경우는 부모가 결정을 한다. 통합유치원에 대한 비장애 부모의 저항감은 없을까. 후버는 “없다. 부모들은 1 대 1 교육을 시키는 시스템에 만족하고, 여기서 관용을 더 많이 배우기 때문에 선호한다. 학생이 부족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사람은 다 다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만이 아니다. 어린아이들 사이에 능력별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인도에서 태어나 26년 전 독일로 입양된 후버는 다른 ‘통합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독일인과 비독일인 사이의 문제도 크다. 사실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뮌헨의 페니히파라데(Phenigparade)재단은 초등학교에서 전문대 과정까지 통합학교를 운영한다. 이외에 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작업장과 의료 재활시설, 기숙사 등이 뮌헨의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본부가 있는 건물의 옆으로는 원래 교통량이 많은 8차선 도로가 있었다. 2004년 시에서는 재개발을 통해 도로를 지하로 숨겼다. 그리고 그 위에 넓은 공원을 조성했다. 장애인 작업장과 기숙사로 이어진 넓은 건물이 공원과 나란히 있다. 이 건물의 3분의 1은 통합학교이다.

학부모들이 서로 보내려고 한다

페니히파라데재단에서 일하는 마르쿠스 크르체미엔(Marcus Krzemien)은 최근 독일 학교의 위기로 인해 재단의 통합학교가 시설 좋은 ‘사립학교’처럼 비치고 있다고 말한다. “김나지움이 9년에서 8년으로 줄어들고, 학교 선생님도 줄어들어서 사회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 전체에 꼭 필요한 선생님도 부족한 실정이다. 정원을 꽉 채워 한 반이 35명씩 있는 학급도 많다. 재단의 학교는 한 반에 12명에서 16명이 공부하고 있어 ‘사립학교’ 수준이다. 학부모들이 서로 보내려고 한다.”

페니히파라데재단의 부속 학교는 전체 학생이 170명인데 장애인은 60%, 비장애인은 40% 비율이다. 중증장애인도 꽤 되지만 학교는 정상적인 교육 과정으로 인정받고 있다. 교실이 있는 건물 위층에는 장애인을 위한 물리치료실, 음악치료실, 언어치료실, 작업치료실, 명상치료실 등이 있다. 건물 내 수영장은 학생들의 수업에 주로 사용된다. 들어서자마자 후끈거렸다. 금방 수업을 끝낸 체육치료사 한스가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다. 그는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며 “물 온도를 31도에서 32도로 유지하고 공기 온도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내리막길과 보조지지대 등이 수영장 한쪽에 마련돼 휠체어를 탄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 모든 반은 2주에 한 번 수영 수업을 받는다. 33도에서 35도를 유지하는 작은 치료용 풀도 한쪽에 있다. 그 풀 아래에는 기계장치가 되어 있어서 물 높이를 조정할 수 있다. 학교를 나서자 학생들의 하교가 한창이었다.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셔틀버스가 마당에 가득한데, 이 모두는 개호보험에서 유지해주고 있다.


△ 페니히파라데재단에서 운영하는 통합 탁아소 어린이들. 이 재단은 초등학교에서 전문대 과정까지 통합학교를 운영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알프레드 벡 탁삼 초등학교(Volksschule Alfred Ba-움라우트-ck Taxham, Intergrationsschule)는 오스트리아 통합학교의 초기 모델이 된 학교다. 1969년에 설립됐는데 1975년에 통합과정이 생기고 7명의 장애학생을 받았다. 장애아들이 온다는 방침이 정해진 뒤의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그 당시 학교 교원이었던 사비네 로이더(Sabine Roider) 교장은 “장애아동이 온다고 손해보는 게 없었기 때문에 항의는 전혀 없었다. 장애아 부모들 쪽에서 항의가 좀 있었다. 나의 아이도 정상애들과 함께 교육하게 해달라,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물리치료실과 작업치료실 등이 갖추어졌다. 장애학생들은 통학차로 등하교를 한다. 운영하는 데 필요한 46만유로는 시에서 지불한다.

도와줘야 한다고 가르치진 않아

알프레드 벡 탁삼 초등학교에는 257명의 학생 중 19명의 장애학생이 있다. 장애아처럼 인식되는 게 싫다는 부모의 요구에 따라 3명은 3개 반에 1명씩이다. 그외 16명의 학생은 한 반에 5~6명씩 있다. 장애학생이 있는 반에는 일반 교사와 특수교사, 2명의 교사가 추가로 배치된다. 연방사회복지부 산하 잘츠부르크 담당인 라이문트 아흐르(Raimund Ahr)는 잘츠부르크 학교 내 비장애인과 장애인 학생 수를 정리해서 보여주었다. 초등학교에는 4663명 대 140명, 중·고등학교(독일의 김나지움에 해당)에는 2283명 대 179명, 특수학교(7개교)에 379명의 학생이 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잘 어울리고 있을까. “잘 도와주냐”는 말에 로이더 선생은 “도움 없이 해야 된다고 가르친다”고 말한다. “비장애학생에게도 도와줘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통합학교는 장애인 중심이 아니라 비장애학생 중심이기 때문이다. 비장애학생들에게 장애학생과의 어울림을 스스로 알아내게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2주 후에 우리가 야외농장을 가는데 휠체어를 타는 애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 등을 학급회의 등을 통해서 결정하도록 한다. 장애를 가진 학생도 느끼게 한다. 글씨는 읽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었는데, 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하고 장애인학교로 옮기기로 결정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연방주와 시는 50 대 50으로 재원을 조달해서 장애인학생의 가정도 지원한다. “휠체어가 필요하다” 등의 의사의 진단서가 있으면 지원을 결정한다. 시각장애 학생에게 듣는 것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컴퓨터를 지원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장애학교를 선택하냐 통합학교를 선택하냐는 문제는 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때 선택을 상담해주는 것이 장애인학교(Sonderschule fu-움라우트-r ko-움라우트-rperbehinderte Kinder und Intergrationsschule) 하메스 리글레 선생님의 역할이다. 리글레 선생은 알프레드 벡 탁삼 초등학교가 장애학교를 받아들일 때 장애인 교육을 담당한 장애인 교육 전문가이자 통합교육의 산증인이다. 현재 장애인학교에는 중증장애인이 주로 들어온다. 반은 1년에 한 번 개편하는데 나이가 아니라 수준별로 나뉜다. 한 반은 5명으로 구성되며 여기에 2명의 교사가 투입된다. 교실은 피곤할 때 언제라도 쉴 수 있도록 매트리스가 한쪽에 놓여 있다. 그곳에서 중증장애 학생이 교사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리글레 선생은 학생의 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다음달부터 그 학생은 통합학교로 옮겨갈 거라고 말했다. 장애학생이 원한다면 일반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이 원칙이다.

장애인학교가 ‘파견’하는 선지자들

취리히 장애인학교(Schule fu-움라우트-r Behinderte)는 통합교육으로 이전해가는 현장을 보여주는 실례다. 1959년 뇌성마비 어린이를 위한 학교로 시작돼 1995년 신체장애아들로 입학 범위가 넓어졌다. 2000년에는 통합교육 방침이 시작되면서 일반학교와 교류(파견)를 시작했다. 첫 해 초등학생 1명으로 시작해 그 수는 점점 늘어났다. 현재 8명의 학생이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내년에는 초등학생 6명, 중학생 4명이 다닐 계획이다. 신체장애와 뇌성마비 등 장애 정도가 낮은 학생들이지만 그중 1명은 휠체어를 타는 학생이다. 학생은 전부 다른 학교로 분산돼 나갔는데, 특수교사 한 명씩이 함께 파견된다. 이 학생들은 비장애학생들과 평가를 받지 않고 장애인학교가 따로 교육과정을 주며 의료검진 등도 장애인학교에서 매년 한다. 단, 졸업장은 비장애인학교의 것을 받는다. 이 학생들은 비장애인학교 시설과 시스템을 선도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5년 뒤면 통합학교 개념이 생기게 되고 학교에서 바로 장애인을 받을 수 있다. 스위스가 통합교육에 대한 논의가 늦어진 것에 대해 이시도르 리드베히(Isidor Riedweg) 교장은 “스위스가 보수적이어서 개혁하는 데 앞장서지 않아서겠죠”라며 웃었다.

완강한 특수교육의 뿌리

 

독일 통합교육의 역사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독일은 1840년 유치원이 가장 먼저 세워지는 등(독일의 유치원은 킨더가르텐, 아이들의 정원이다)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나라다. 수준 높은 교육 시스템은 일찍부터 특수교육을 발전시켰다. 이미 20세기 초 국가연합교육부 아래 분리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1920년대에는 조직적인 특수교육을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후 분리 전통의 완강한 뿌리가 되었다. 나치시대 장애인에 대한 불임수술이나 홀로코스트는 이런 분리 시스템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병원이나 장애인 집이 ‘타격 목표점’이 되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뒤 독일이 죄책감과 반성 속에 한 것은 특수교육의 재건이었다. 전후 시각장애인과 시력이 약한 이를 위한 학교, 청각장애인과 청력이 약한 이를 위한 학교를 따로 세우는 등 총 10개 분야에서 특수학교가 재편됐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이 특수학교에서는 직업교육을 하고 고용연합관리공단과의 면담을 통해 고용과 연계하기도 한다. 1960년대 장애아동의 교육권이 보장됨으로써 학교를 다니지 않는 장애아동은 없게 되지만 특수학교 시스템은 더욱더 발전한다.

독일은 1970년대 후반 통합교육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으며 1980년대 통합교육이 실시됐다. 최근에야 학생이 원한다면 일반학교에서도 학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 통과됐다. 페니히파라데재단의 마르쿠스 크르체미엔은 시설도 준비하고 인력도 보강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특수교육의 뿌리는 완강하지만 이는 다른 한편으로 장애인 교육을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1988년 공교육부가 정기회의를 통해 ‘특수학교의 필요성’이라는 개념을 ‘특수교육 지원의 필요’라는 말로 대체하는 등 섬세한 손길도 돋보인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30일 ‘장애인 특수교육법’이 통과돼 1년 뒤면 장애인이 원한다면 일반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됐다. 현장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자료: Sieglid Elleger-Ruttgardt, La Scolarisation des eleves en situation de handicap en Allemagne: heritage historique et debat actuel, La Nouvel revue de l’adaptation et de la scolarisation, 35호, 2006년, 장애이해사이트(http://edu.kise.go.kr) 번역, 새교육(http://www.saegyoy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