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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장애인 위한 ‘푸르메 나눔치과’ 문 열어

장애인 위한 ‘푸르메 나눔치과’ 문 열어



“아파도 불편해도 돈 때문에… 되찾은이행복 감사할 따름”
불편 고려해 기기·시설까지 세심한 배려
틀니 등 최대 반값할인… 후원회 결성도

 

3급 지체장애인 김성호(가운데)씨가 18일 문을 연 푸르메 나눔치과에서 구강 검사를 받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평생 수술비를 댄 아내에게 미안해서 말도 못 꺼냈는데… 먹는 기쁨을 되찾다니 꿈만 같네요.”

20년간 관절염 약물을 복용해온 김영환(53ㆍ지체장애 1급)씨는 윗니가 하나도 없다.
아랫니 3개만으로 음식물을 씹다보니 음식 맛을 잘 모른다.

각막 이식, 척추, 인공관절 수술까지 평생 수술비만 집 한 채 값이 들어갔다. 500만원이 넘는 치아 치료비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이제 김씨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장애인 치과병원 ‘푸르메 나눔치과’가 18일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비영리 공익법인 푸르메 재단(대표 강지원 변호사)이 서울 종로구 신교동 신교빌딩 1층에 설립한 이 치과는 비싼 진료비 부담 탓에 치아치료를 엄두도 내지 못하던 저소득층 중증 장애인들에게 일반 구강치료와 임플란트(인공치아), 틀니 보철 치료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장경수(전 서울대 치대 교수) 원장 등 치과의사 10명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진료를 맡는다.

중증 장애인들의 치아상태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거동이 불편해 양치질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제때 병원치료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 원장은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평소 치아관리가 쉽지 않은 탓에 일반 환자에 비해 구강상태가 매우 나쁘다”고 전했다.

치과는 진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 혜택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6 국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보면 치과이용자의 본인 부담금은 10만1,820원으로 전체 의료기관 평균(1만9,770원)의 5배가 넘는다. 때문에 치석제거 스케일링이나 틀니, 치아교정 등은 꿈도 꾸지 못한다. 특히 치아 재질의 인공 보형물을 턱뼈에 고정시키는 임플란트 시술은 개당 250만~300만원이 든다.

나눔치과는 진료비를 대폭 낮췄다. 장애 정도와 소득 수준에 따라 일반 치과 대비 20~50% 저렴하다. 잇몸치료 등 기본적인 구강치료와 틀니를 다 합해도 10만원대다. 응급시술이 필요한 기초생활대상 장애인 환자에겐 임플란트 등 고비용 시술을 재단기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장애인을 위한 치과인 만큼 치료기기나 시설도 남다르다. 진료의자엔 떨림 증세 등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장애인을 위해 몸을 고정시키는 플라스틱 보호대(패디랩)를 설치했다. 공포심이 많은 정신지체 장애인의 진료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웃음가스’(약한 농도의 마취가스) 기구도 설치했다. 머리를 고정시켜 구강 전체를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 파노라마 촬영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날 첫 진료를 받은 김성호(73ㆍ지체장애 3급)씨는 “장애인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치과가 생겨
너무 기쁘다”면서 “일반 치과에서도 경사로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푸르메 재단은 치과의사 등으로 구성된 ‘100인 후원회’를 결성 중이다.
강지원 변호사는 “매월 1,000만원을 모금하면 50명의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치아 치료는 물론 틀니와 임플란트 시술까지 해줄 줄 수 있다”며 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