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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재능기부할 치과의사 찾습니다!

[시론]‘재능 기부’할 치과의사 찾습니다
입력: 2008년 12월 11일 17:55:19
한 40대 뇌병변 장애인이 푸르메나눔치과를 찾은 것은 두달 전 가을날이었다. 사랑니가 아프다는 그 분은 잔뜩 주눅든 표정으로 진료실을 서성였다. 사랑니를 뺄 수 있냐고 물으며 불안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자꾸 떨리는 몸 때문에 쉽지는 않았지만 스케일링과 치료를 마쳤고, 그 분은 연방 고맙다고 허리를 굽히며 치과문을 나섰다. 그날 오후 진료가 끝날 무렵 홈페이지에 글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일반 병원에 가기 망설여졌는데 우리 치과에 와서 편하게 치료를 받아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알 수 없었지만, 오후에 다녀간 환자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짧은 글 하나로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3년간 공중보건의 생활을 마친 나는 개인병원에 고용돼 3개월을 보냈다. 편하기는 했지만 무료했다. 그러다 우연히 푸르메나눔치과를 소개받았다. 장애인들만 치료하는 곳이라 힘들 것이라는 걱정도 많았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째다.

장애인을 치료한 경험이 없었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장애 때문에 치료를 못해 망가진 구강 상태를 가진 분들이 많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치료 또한 수개월이 걸렸다. 환자의 다양한 장애상태에 따르는 상담기술도 필요했다. 청각 장애인은 종이에 글을 써 대화해야 했고, 뇌병변 장애인은 몇 시간 묻고 또 물어 환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했다. 새로 해 넣을 이를 어떤 색으로 할지 물었다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당황하기도 했다.

푸르메재단이 운영하는 우리 치과는 항상 시끌벅적하다. 장애인이 주인인 병원이기 때문이다. 장애등급에 따라 20~70%까지 치료비를 할인해주기 때문에 먼 길 마다 않고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런 병원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주1회 반나절씩 자원봉사를 나오시는 치과의사들 덕분이다. 그러나 요즘 어려워진 경기 탓인지 자원봉사 의사가 크게 줄었다. 반면 우리 병원을 찾아오시는 환자들은 늘고 있다. 환자와 보조를 맞추려면 자원봉사 치과의사들이 절실하다.

어려울수록 서로 보듬어야 한다. 재능과 시간을 나누는 것, 거기서 얻는 뿌듯함과 따스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삶의 자산이다. 나눔의 가치는 나눌수록 끝없이 높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오승환 푸르메나눔치과 상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