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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네덜란드, ‘꽃의 나라’로만 불러서는 안되는 이유

네덜란드, ‘꽃의 나라’로만 불러서는 안되는 이유

2018-11-12

네덜란드 훅스베터링 딸기농장 전경
네덜란드 훅스베터링 딸기농장 전경

네덜란드 헤이그시에서 서쪽으로 30분, 클라프웨이크(Klapwijk)의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니 훅스베터링(Hoogsewetering) 딸기농장 간판이 보인다. 농장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주거지역 한 가운데 상당한 규모의 딸기농장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취재진에겐 무척 이국적이다. 하지만 농업강국 네덜란드에선 전혀 낯설지 않은 전형적인 로컬푸드 농장이다.

스마트한 듯 아닌 듯 스마트한 농장

훅스베터링은 스마트팜임에도 네덜란드의 다른 스마트팜에 비해서는 아담한 사이즈다. 오래 전에 지은 유리온실임에도 깨끗하고 단정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온실 앞뜰의 작은 우리 속 아기염소들은 더욱 포근하고 정감가는 풍경을 연출한다.

 

스프링쿨러가 설치된 온실 상단(왼쪽)과 1.35m 높이로 설치된 고설베드
스프링쿨러가 설치된 온실 상단(왼쪽)과 1.35m 높이로 설치된 고설베드

약 3,000평의 대지 위에 세워진 유리온실 안에는 1.35m의 딸기 고설베드가 설치돼 있다. 전 세계 200개 국가 중 평균키가 183.8㎝로 가장 키가 큰 나라답게 작업의 편의성을 위해 고설베드 높이도 상당하다.

베드 아래 온실 바닥에는 긴 파이프라인이 설치되어 여러 용도로 사용된다. 겨울철에는 파이프로 따뜻한 물을 보내 난방에 활용하기도 하고 낮에는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데 사용한다. 이산화탄소 공급 여부에 따라 딸기생산량과 크기가 10~15%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적정한 이산화탄소의 공급은 매우 중요하다.

품종의 비밀, Malling centenary

‘유럽딸기는 맛이 없다’는 인식을 바꿔준 훅스베터링의 딸기 농장의 경쟁력은 품종이었다. 네덜란드 대부분의 농가에서 재배하는 엘산타(Elsanta)가 아닌 아일랜드에서 개발된 몰링 센티너리(Malling Centenary)라는 품종을 선택한 덕분이었다.

끝이 뾰족하고 예쁘게 생긴 Malling centenary
끝이 뾰족하고 예쁘게 생긴 Malling centenary

비록 엘산타에 비해 생산량은 적고, 모종비용도 더 비싸지만 단단한 과육과 예쁜 모양, 높은 당도가 고객들의 선택을 이끌었다고 한다.

또다른 훅스베터링의 경쟁력은 딸기 수확방식에 있었다. 다른 딸기 농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번 수확하지만 이 곳에서는 소비자가 좀 더 오랜 기간 딸기를 맛볼 수 있도록 온실의 영역을 잘 활용해 연간 3회 수확한다.

특히 한 시즌 수확하고 나면 전체를 폐상시키는 우리나라와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한 모종으로 이듬해까지 2년에 걸쳐 딸기를 수확하는 점에 차이가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딸기를 더 오래 열매 맺게 할 수 있고, 모종값도 아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지역주민에게 직거래로만 판매하는 진정한 로컬푸드

이 농장에서 처음부터 딸기를 재배한 것은 아니었다. 2009년 이전에는 장미를 재배했었는데 생산비용이 점차 높아지고 경쟁이 많아지자 과감히 딸기로 재배품목을 바꿨다고 한다.

훅스베터링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리처드 반 디크 씨는 품목을 딸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주변에 딸기농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농장의 반경 20㎞ 이내에 딸기농장이 없고, 다른 품좀을 재배하는 농가들과 서로의 작물을 함께 판매하는 등 잘 융합되며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딸기는 지역주민들에게 직거래로 판매된다.

농장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수확물(왼쪽)과 딸기를 구입하고 있는 아이
농장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수확물(왼쪽)과 딸기를 구입하고 있는 아이

이 직거래를 통해 이 농장에서 생산하는 연간 81톤(81,000㎏) 수확량 대부분이 소진된다고 한다.

혹 딸기가 너무 많이 나와 직거래로 다 판매 하지 못하면 인근의 마트로 납품하기도 한다. 지역주민과 지역 농부, 마트와의 유기적인 관계와 상생의 힘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농장의 운영방식을 통해 엿본 성숙한 시민의식

네덜란드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시설원예농장에 전방위적인 친환경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사용의 비중을 증대하도록 유도하고 있고, 양액 등 부산물 배출과 물 같은 유틸리티 사용도 최소화하고 있다.

농약사용 역시 금지시키고 만약 병충해가 이미 생긴 경우에는 유기농 천연살충제를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수확한 딸기 중 크기나 모양 면에서 1급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딸기는 버리지 않고 잼으로 가공해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른다.

수확한 딸기(왼쪽)와 수확물로 가공한 잼을 판매하는 모습
수확한 딸기(왼쪽)와 수확물로 가공한 잼을 판매하는 모습

이처럼 작은 마을의 농장마저도 지역과 상생하고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 지구의 지속가능한 환경과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한국의 스마트팜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지역과 상생하는 건강한 공동체, 푸르메에코팜

특히 스마트팜의 한 구성원으로 장애인들을 투입해 그들의 실질적인 자립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푸르메재단이 준비중인 푸르메에코팜에게는 지역주민, 지역농민과 협력하고 상생하려는 훅스베터링의 실험이 적지 않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푸르메재단 정태영 실장은 “장애에 대해 통합보다는 분리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설득할 것인지, 지역과 어떻게 교류하고 상생할 것인지 그 관계성을 풀어내는 일, 푸르메에코팜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nocutnews.co.kr/news/5059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