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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작가 대선배님이 추천사 써주셔서 제 글이 더 빛날 겁니다”

박완서 만난 전신화상 이지선씨

7일 서울 대신동의 한 한식집. 우리 문학계의 대표작가와 이제 갓 꽃망울을 틔운 신진 작가가 만났다. 작가 박완서(79)씨와 『지선아 사랑해』라는 에세이집으로 이름을 알린 이지선(32)씨였다. 박씨가 이씨를 보자마자 “기쁘죠”라고 물었다. 이씨는 배시시 웃으며 책 한 권을 건넸다.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란 제목의 책이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이씨가 공들여 쓴 에세이 모음집이었다.

‘작가님, 추천사 덕분에 제 글이 더 빛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로 세상을 행복하게 해주세요’.

 

 

7일 이지선(오른쪽)씨가 자신의 에세이집에 추천사를 써준 작가 박완서씨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2000년 교통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었다가 재활에 성공한 이씨는 이날 『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라는 제목의 책을 박씨에게 선물했다. [푸르메재단 제공]

책 앞장에는 이씨가 쓴 글이 적혀 있었다. 박씨는 이 글을 읽고 난 뒤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던졌다. 이씨는 10년 전 전신화상을 입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에세이 작가가 됐다. 그녀에게 박씨는 ‘꿈’이자 ‘롤 모델’이었다. “책이 나오기 전에 작가님한테 무작정 e-메일을 보냈어요. 대작가이기도 하지만 심성이 따뜻한 분이라고 느꼈죠. ”

박씨는 “2003년에 처음 나왔던 지선씨의 책을 읽으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바로 쓰겠다는 답장을 보냈다”고 했다.

이씨는 2000년 7월 오빠 차로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7개월간의 입원, 30번이 넘는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치료를 이겨내고 그는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이씨는 병원 생활, 치료받는 과정 등을 써서 자신이 다녔던 교회 성가대 카페에 올렸다. 그는 “사람들한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이씨의 글은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처음에 가족들을 안심시키려고 썼던 글이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감동을 줬다.

이씨는 “글이란 건 항상 결말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희망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2003년 썼던 글들이 『지선아 사랑해』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고, 베스트 셀러가 됐다. 이씨는 박씨를 2003년 성곡미술관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이씨가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박씨는 “책을 잘 읽었다”며 반가워했다.

“사실 저는 그때까지 박 작가님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문학엔 문외한이었거든요. 그런데 박 작가님이 제 책을 읽었다고 하셔서 놀랐었죠.” 이씨는 그 이후로 박씨의 작품들을 찾아 모두 읽었다. 이씨가 박씨의 소설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그 남자네 집』이다.

“6·25전쟁 당시의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듯 선명하게 읽혔습니다.”

“어떻게 계속 글을 쓰실 수 있느냐”는 이씨의 물음에 박씨는 “나는 이것만 하니까요”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박씨는 “글을 한 편 쓰고 나면 몸에 꼭 필요한 에센스가 빠진 느낌이다. 매번 이걸 끝내야지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버텨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글 쓰는 것이 자기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는 면에서 마라톤하고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두 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나중에 소설도 써보고 싶은데 힘들지 않을까요?”

이씨의 물음에 박씨는 “마라톤도 뛰는데 그걸 못 하겠느냐”며 격려했다. 박씨는 헤어지기 직전 이씨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황송해하는 이씨에게 박씨는 “남다른 고통을 극복한 용기와 그런 용기를 준 가족애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이씨는 2004년 미국 유학을 떠나 보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석사학위를 땄다. 올해 UCLA대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에 합격해 또 다른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김효은 기자<HYO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