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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증장애인 소중한 치아 무릎꿇고 돌보는 ‘착한 의사들’

중증장애인 소중한 치아 무릎꿇고 돌보는 ‘착한 의사들’

[현장] 장애인 전용 ‘푸르메 나눔치과’ 개원 3돌

» 3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김대군(43)씨가 25일 서울 용산구 ‘중증장애인 독립생활연대’에서 푸르메
미소원정대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1만4천명 혼신 다해 치료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일반치과 기피 막으려면
장애인 진료 수가 인상을

치석제거가 시작된 지 15분이 지났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치켜든 채 치료에 열중하던 치과의사 이금숙(35)씨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치료 시간이 길어지면서 침대식 휠체어에 엎드려 입을 벌리고 있던 김대군(43)씨도 힘겨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천장을 보고 누워 치료를 받는 다른 치과 환자들과 달리 김씨는 배를 바닥에 깔고 엎드려 진료를 받았다. 3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김씨는 안전벨트로 몸이 휠체어에 고정돼 있어, 몸을 뒤집어 눕기가 어렵다. 간단한 치석제거에도 30분이 더 걸렸다. 김씨는 “태어나 치과진료를 받은 게 오늘이 두번째”라며 “일반 치과에서는 번거롭다고 장애인 환자를 꺼리니까 잇몸이 붓고 피가 나도 진통제를 먹으며 참아야 했다”고 말했다.

25일 아침 비영리 공익법인 푸르메재단의 장애인 전용 ‘푸르메 나눔치과’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서울 용산구 ‘중증장애인 독립생활연대’를 찾아왔다. 이들은 ‘푸르메 미소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몸이 불편해 치과 이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이동 진료를 위해 1000만원 정도 값이 나가는 이동식 치과 유니트 체어 2대를 구입했다. 이 장비만 있으면 웬만한 치료가 현장에서 가능하다.

이날 미소원정대가 치료한 장애인은 김씨 등 40여명으로, 모두 지체 및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었다. 구자윤(33·뇌병변1급)씨는 경기 하남시에서 찾아왔다. 이날 구씨는 사랑니 치료를 받았는데, 치과치료가 13년 만이라고 했다. “평소 부모님이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양치를 해요. 하지만 번번이 양치를 부탁하기도 어렵고 직접 양치를 하는 게 아니어서 충치가 자주 생기지만, 치과진료 받기가 너무 힘들어요.”

오는 28일 개원 3돌을 맞는 나눔치과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중증장애인이다. 지난 6월30일을 기준으로 모두 1만3952명의 장애인을 치료했는데, 지체장애인이 34%(4789명)로 가장 많고, 시각장애인이 17%(2337명), 뇌병변장애인이 12%(1650명)였다. 장경수 나눔치과 원장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경우 입을 닫고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아 안전하게 치료를 하려면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일반 치과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지체장애인 역시 오늘처럼 의사가 무릎을 꿇고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와 의사가 모두 불편하고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애인이 제대로 된 치과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치아가 심각하게 망가진 상태로 나눔치과를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임플란트 치료가 가장 많다. 나눔치과 쪽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애인의 치과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인상이 절박하다고 강조한다. 정태영 푸르메재단 팀장은 “8살 이하 어린이 치과 환자의 보험 수가는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일반인의 130% 수준”이라며 “장애인도 진료가 어려운데 일반인과 수가가 똑같아 일반 치과에서 치료를 꺼리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치과진료 수가 인상안은 현재 대한치과의사협의회의 건의로 보건복지부에 제출돼 있다.

장애인 치과진료 수가 인상안은 현재 대한치과의사협의회의 건의로 보건복지부에 제출돼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