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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일터] 재능기부라는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다

“장애는 부끄러운 일도 상 받을 일도 아니다. 동정심을 유발할 필요도 없다. 운명일 뿐이니 그것으로 상처받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라.”

얼마 전 출간한 동화 <희망을 주는 암 탐지견 삐삐>의 인세 전액을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 재활병원 건립에 기부한 고정욱 작가(지체장애 1급). 한국 출판사상 최초로 자신의 인세와 저작권은 물론 2차 저작권까지 기부한 그를 만났다.

세상 앞에 당당한 글쟁이

소설가, 동화작가라는 수식어 보다 ‘글쟁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는 그는 어릴 적 소아마비로 지체장애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늘 소리 내어 웃으며 세상을 향해 어깨를 활짝 편다. 그의 작품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가방 들어주는 아이>,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등을 보면 빠지지 않는 단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자신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고, 장애인을 주제로 글을 쓰다 보면 장애인 가족, 친구, 친척 등의 이야기로 확대된다.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이자 우리 삶의 아픔이 될 수 있다. 그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동화라는 형태의 글을 빌려 이야기한다.

“나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글에 담고 싶어요. 글은 동화? 장애인과 일터나 소설이 될 수도 있고 기고가 될 수도 있겠지요. 열린 마인드를 유지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글쟁이예요.”

나의 행동이 훗날 더 큰 열매가 되어 돌아온다

170여 권의 책을 펴낸 그는 20년 동안 진행한 대학교 강의를 젊은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현재 집필활동과 강연에 주력한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관공서 등에서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과 직접 만나 소통한다. 그런 만남이 좋다며 지난해만 110여 차례 강의를 했고 올해도 벌써 70여 회를 훌쩍 넘겼다. 강연은 비장애인이 모르고 넘어가기 쉬운 에티켓, 장애인을 대하는 마음가짐 등 장애인식개선 내용으로 구성된다. “내 책을 읽은 친구들이 많아지고 나와 만나는 친구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들에게 단순히 ‘고정욱을 만났다’는 추억만 주는 게 아니에요. 그 친구들과 장난치고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훗날 그들이 컸을 때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지는 거죠. 내가 오늘 하는 행동들이 더 큰 열매가 되어 돌아오는 것을 난 알거든요.”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았다.’는 것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상

“장애를 이겨내기 좋은 성격은 밝고 명랑한 성격이죠. 하지만, 그 성격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진 않아요. 성공과 승리의 경험이 필요하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은 그런 경험이 거의 없어요. 성공해보거나 칭찬받은 경험, 그게 참 중요하거든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면서 칭찬도 받고 깨달음도 얻고 이기는 경험도 해봐야죠…. 그래야 사회 나가서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할 수 있어요.”라며 사회통합 교육에 대해 강조한다. 장애가 있음에도 그가 당당할 수 있는 건 어린 시절부터 승리의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비장애인과 함께 학교에 다녔고, 친구들 사이에서 늘 리더였다. 장애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른 장애인과 달랐고, 스스로 자기 확신에 차 있었다.

“장애는 부끄러운 일도 상 받을 일도 아니다. 동정심을 유발한 필요도 없다. 운명일 뿐이니 그것으로 상처받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라.”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그는 항상 되새긴다.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해요. 장애가 있다고 나머지 인생까지 버린다면 그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요? 담담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힘을 찾아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사회의 소수자로 살 수밖에 없어요. 한번 사는 인생인데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야지요.”

희망, 승리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모든 게 쉬워지게 마련이다. 장애인고용도 마찬가지이다. 편견을 깨는 것이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야 빛을 본다. 그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에 전할 말이 있다고 한다. “공단이 20년 동안 노력한 부분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는 장애인고용이 활발해져 공단이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공단이 더 노력하고 분발해야겠지요. 클라이언트를 모신다는 서비스 정신으로 장애인고용을 이끌어 주길 바랍니다.”라며 장애라는 어려운 조건을 뛰어넘어 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장애인 후배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는 바람도 내비친다.

그의 목표는 죽는 날까지 500권의 책을 내고 100개의 나라에 출간하여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목표달성을 위해 오늘도 힘차게 휠체어 바퀴를 굴린다.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 월간<장애인과 일터>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