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청와대 옆에 장애인 재활센터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청와대 옆에 장애인 재활센터"

내년 9월 완공

2011-04-19

 

"청와대와 가깝잖아요. 센터가 유명해지면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 외교 사절들도 센터에 들러 장애아들 기저귀도 갈아주고 청소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다 가진 어른들과 가난한 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장애인 재활센터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지난 14일 청와대 인근 종로구 효자동 세종마을 사거리 1980㎡(600평) 땅에는 장애인 재활센터 공사가 한창이었다.

푸르메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백경학 상임이사는 창밖으로 보이는 현장을 가리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2012년 9월이면 어린이재활센터와 장애인 전용 치과의원, 지역사회를 위한 복지관 등을 아우르는 지역사회 재활센터 `푸르메센터"가 들어섭니다.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언제든 편하게 최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될 겁니다."

장애인 재활병원 건립을 목표로 2005년 설립된 푸르메재단은 백 이사가 직접 발로 뛰어 만든 재단이다.

중앙일간지 기자로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가 장애인 재활사업에 뛰어든 것은 개인적인 사연 때문이다. 1998년 여름 백이사와 아내 황혜경 씨는 해외 연수 도중 영국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100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던 황씨는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1년 반 동안 독일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귀국해 국내 재활병원을 알아봤는데, 석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치료가 중단되면 근육과 뼈가 전부 굳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요."

어렵게 입원했지만 치료 환경이 열악했다. 병실은 보호자, 간병인들로 소란스럽고 음식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유럽처럼 환자가 중심이 되는, 병원에서 보호ㆍ간병ㆍ치료를 모두 책임지는 병원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재단 설립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 하우스 맥주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몇 년 만에 6곳에 매장을 둘 정도로 사업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표이사로 갖고 있는 지분과 아내가 영국 보험회사로부터 8년여의 긴 소송 끝에 받아낸 보상금 20억원 중 절반인 10억원으로 재단 설립 허가를 받아냈다.

재활병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의료봉사로 동참하겠다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모였다. 2007년 7월 국내 최초로 민간 장애인 치과 `푸르메나눔치과`가 재단 건물 1층에 개원했다. 백씨는 "장애인들에게 가장 절박한 것이 의외로 치과 치료였다"며 "지난 3년간 푸르메치과에서 일반 병원 절반의 수가로 한 해 6500명씩, 모두 2만2000명이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해 8월에는 장애 아동들을 위한 `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를 설립했다. 자신도 소아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허영진 삼정한의원 원장이 일주일에 이틀을 무료로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다. 3개월 동안 예약이 밀려 있고, 현재 50명 이상의 아이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푸르메센터`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의와 나눔을 주춧돌로 해 세워지고 있다. 설계업체와 시공관리업체는 원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각각 설계와 건축 관리를 책임지기로 했다. 월급의 1%를 떼어 건립에 동참한 시민들도 2000여 명에 이른다. 총건설비용 80억원 중 현재까지 재단이 모은 금액은 30억원.

백 이사는 "`언어치료실` `물리치료실` 등이 하나씩 기부된다면 기부 모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