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the world

<칼럼> 아름다운 나눔인 : 유영인 기부자 님


 


만우절에 청와대 들어가는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2004년 푸르메재단을 알게 되었다. 7년이 지난 2011년 4월 푸르메재단 자원봉사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푸르메재단이 공적서를 잘 쓴 덕분에 받은 상이다. 2011년 4월 18일 보건복지부에서 상을 받은 이후 청와대로 이동해서 오찬을 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2018년 4월 특별한 인연은 7년마다 좋은 일이 생긴다는 7년 주기설을 나는 믿고 싶었다. 난 이렇게 엉뚱한 상상을 한다.


푸르메재단의 오랜 기부자로서 보건복지부 ‘이달의 나눔인’ 상을 받은 유영인 님
푸르메재단의 오랜 기부자로서 보건복지부 ‘이달의 나눔인’ 상을 받은 유영인 님

근거 없는 상상은 아니었다. 지난 2월 푸르메재단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 후보로 내 이름을 올렸다. 듣기도 해도 좋은 소식이었다. 좋기도 했지만 부담도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면서 입방정을 떨고 싶었다. 입방정 때문에 장관상에서 떨어졌다는 나름의 핑계를 미리 만들어 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입방정’이란 제목으로 글쓰기를 준비했었다.


상을 받게 된다면 4월 20일에 받게 될 텐데 아직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장관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걸로 만족해야 한다. 결과를 떠나서 나는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푸르메재단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푸르메재단 덕분에 언론에 내 이름이 몇 차례 올랐고, 심지어 KBS에서는 반나절 동안 나를 촬영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촬영한 것이 다 TV에 나오라는 법은 없다. 반나절 촬영인데 15초만 방송되었다. 조선일보에서도 나에 대한 기사를 지면에 실어준다고 했으나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슬그머니 내 기사가 빠진 경험도 있다. 그래도 난 참 좋았다. 술안주에 빠질 수 없는 무용담이 참 많아진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시상한 ‘이달의 나눔인’ 상
보건복지부에서 시상한 ‘이달의 나눔인’ 상

김칫국을 잔뜩 마셨지만 기분이 참 좋았다. 장관상 후보로 이름이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수상소감을 준비하듯 기분 좋은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했다.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 노랫말에서 찾을 때가 있다. 나는 Carpenters의 ‘Top of the world’를 매우 좋아한다. 7년마다 좋은 일이 생긴다는 나만의 이론인 7년 주기설을 믿으면서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Karen Carpenter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 매우 들뜨게 하기도 한다. Top of the world는 노랫말을 알고 들으면 더 좋다.



사진3> 2010년 장애어린이들에게 깜짝 선물로 추억을 만들어준 ‘봄날의 산타’ 유영인 님과 동료 직원들


지난 1월 최일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다. 방송에는 이알팝(이젠 알고 듣는 팝송) 코너가 있는데 그 날은 Carpenters의 Top of the world가 소개되었다. 방송을 듣고 나니 이제는 알고 듣는 팝송이 되었다. 알고 들으니까 더 좋다.


The reason is clear, it’s because you are here.

“좋은 일들이 나에게 오는데 그 이유는 분명하다. 당신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표현을 자주 써먹고 싶다. 누군가 “왜 기분이 좋으세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이 여기 있잖아요”라고 답변하면 꽤 근사할 것 같다.


I’m on the top of the world looking down on creation.

“나는 정말로 기분이 최고에요(혹은 짱이에요)”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표현에 어울리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기분이 너무 좋아서 뱃머리에서 “king of the world”라고 외치는 장면과 비슷하다. 영화 타이타닉은 세상의 왕이 된 것처럼 기쁘다고 했고, Carpenters는 세상의 정상에 오른 것처럼 기쁘다고 했다.


2015년 푸르메재단 설립 10주년 행사에서 감사장을 받은 유영인 님
2015년 푸르메재단 설립 10주년 행사에서 감사장을 받은 유영인 님

7년 전 만우절에 대학로 샘터사 옥상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신작 <잎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출판기념회가 있기 몇 주 전 샘터사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샘터 마케팅 차장께서 샘터 열혈독자인 나에게 수녀님 출판기념회 참석을 제안했다. 나는 너무 기뻤다. 그 때의 기분을 표현하면 I'm on the top of the world 이다. 난 이렇게 거짓말처럼 7년 전 만우절에 이해인 수녀님을 뵙게 되었다. 특별했던 것은 그 때 내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는다는 것을 미리 알렸기에 샘터 직원들 입장에서는 뭔가 특별함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해인 수녀님의 책 <기다리는 행복> (출처 : 네이버 책)
이해인 수녀님의 책 <기다리는 행복> (출처 : 네이버 책)

이렇게 이해인 수녀님과 인연이 7년 되었다. 올해는 이해인 수녀님 서원 50주년의 해이다. 나는 서원 50주년 기념 책 <기다리는 행복>을 틈나면 구입해서 주변 분들에게 나누고 있다. 책을 받은 분들 중 일부는 수녀님 서원 50주년을 기념하고 싶어 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이 나누어지기를 바라면서 다음 사람 책값을 돌려준다. 자연스럽게 ‘다음 사람 책값입니다’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특별한 인연은 7년마다 좋은 일이 생긴다는 7년 주기설을 나는 믿고 싶다. 난 이렇게 엉뚱한 상상을 한다.


*사진= 푸르메재단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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