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금도 천명 넘는 장애 어린이환자가 대기중입니다”

“지금도 천명 넘는 장애 어린이환자가 대기중입니다”

2018-05-01

국내 재활의학 1세대인 임윤명 원장이 개원 2돌을 맞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현황과 미래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양중 기자]
국내 재활의학 1세대인 임윤명 원장이 개원 2돌을 맞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현황과 미래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양중 기자]

“지금도 1000명 넘는 장애 어린이가 우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약 4만3천명이 넘는데, 이들을 위한 병상은 전국에 400개밖에 없으니 당연히 입원 대기가 많아질 수밖에요. 하루빨리 어린이전문 재활병원을 확충해야 합니다.”

지난 27일 개원 2돌을 맞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임윤명(75·사진) 원장은 장애를 지닌 어린이를 위한 재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202개, 독일 140개, 미국 40개와 견줘볼 때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임 원장은 “정부가 2010년부터 전국에 6개 권역별로 재활병원을 설립했지만, 어린이만을 위한 병상 수가 적다 보니 여러 지역에서 우리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시민·기업 기금 440억 모아 개원 2돌
국내 유일한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
장애아 4만3천명에 병상은 400개뿐
“재활·교육 동시에 하면 일상생활 가능”

1970년대 미국 유학 ‘재활의학 1세대’
“뒤처진 만큼 따라잡을 여지도 크다”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의 지난해 진료 건수는 1만870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35%는 비수도권 환자에 대한 진료였다. 특히 41개 병상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장애 어린이는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왔다.

지난해 3월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는 근육위축증에 걸린 한 장애 어린이는 서울대병원에서 옮겨오기도 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어린이 환자는 처음 입원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산소통이나 인공호흡기 등을 새로 구비해야 했다. 그 아이는 석달 동안 입원하면서 혼자 힘으로 앉거나 뒹굴 수 있도록 여러 재활치료를 받았다. 이 아이가 웃음이 많아졌다는 얘기를 보호자로부터 듣고 임 원장은 재활치료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장애 어린이가 입원하면 대부분 부모까지 함께 생활하게 된다”며 “일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장을 하면서 동시에 장애에 대한 재활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린이만을 위한 재활병상 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장과 재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이 병원에서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만이 아니라 소아청소년과·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 치과 전문의도 함께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심리치료사가 가세해 음악·미술 등을 통한 재활 치료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임 원장은 “병원 안에서 이동할 때도 장애 어린이와 보호자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입원 시설도 재활에 필요한 의료기기도 모두 새로 제작하거나 보수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병원 살림은 늘 빠듯할 수밖에 없다.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반병원에 비해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다가, 재활치료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상이 실제 들어간 비용에 모자랄 때도 많다. 병원을 운영할수록 적자가 커진다는 것이다. 임 원장은 “서울시가 운영비 일부와 기자재를 지원하고 마포구가 병원 부지를 제공했는데도 부족한 운영 자금은 푸르메재단에서 모금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푸르메재단이 2010년부터 개원 프로젝트를 시작해 시민 1만명의 나눔과 넥슨을 비롯한 500여개 기업의 사회공헌 기금으로 440억원을 들여 7년 만인 2016년 4월28일 문을 열고 통합 재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난 28일에도 ‘기부천사’ 션과 365명의 시민들이 병원 개원 2돌을 기념해 기부런과 공연을 펼쳐 모두 3650만원을 모아 기부했다. 건립기금부터 지금껏 220억원을 지원해온 게임회사 넥슨은 지난 2월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고 서울 이외 지역에 제2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임 원장은 1968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재활의학을 전공한 뒤 90년대 후반까지 오하이오의대 등에서 근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의학 1세대라 할 수 있다. 그는 “미국 등에 견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우리가 워낙에 ‘따라잡기’에 능하다 보니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임 원장은 앞으로 병원의 양적 성장과 함께 재활치료 전체의 질을 높이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그는 “장애를 가졌다고 해도 재활치료 및 발달 교육을 잘 받으면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해지는 만큼 어린이 재활치료에 대해 사회가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handicapped/842873.html